"아이코닉카(Iconic Car)"는 말 그대로 브랜드의 상징이 되는 차를 뜻한다. 폭스바겐 비틀, 포르쉐 911, 짚 랭글러, 포드 머스탱 등 자타가 공인한 아이코닉 제품들은 브랜드뿐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와 세대를 대표해 왔다.
아이코닉카로 평가받기 위한 요소들은 다양하다. 디자인과 성능, 브랜드 철학, 대중적인 지지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디자인은 아이코닉카의 첫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아이코닉 제품들이 수십년간 수 없이 재탄생하면서도 디자인만큼은 그 틀을 항상 유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트로엥의 C4 칵투스는 디자인면에 있어 아이코닉이 듬뿍 묻어난다. 시트로엥 CEO 린다 잭슨은 C4 칵투스가 향후 출시할 제품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C4 칵투스 이후 공개한 시트로엥의 컨셉트카들은 C4 칵투스 디자인을 기조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트로엥의 미래 아이코닉카의 기반이 될 C4 칵투스를 시승했다.
▲스타일 외관에서부터 실내 곳곳에 이르기까지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들의 연속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외관이 선과 면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라면 C4 칵투스는 정반대인 곡선의 연속이다. 따라서 볼륨감이 넘치며, 덕분에 전체적인 인상 역시 차분해 보인다.
헤드 램프는 주간주행등의 상하 위치를 바꿔 배치했다. 얄팍한 주간주행등이 사람의 눈처럼 보여 정면에서 바라보면 얼핏 고집있어 보이는 표정이다. 후면은 정면에 비해 다소 순진한 표정을 지녔다. 또 리어 스포일러, 16인치 투톤 알로이 휠 등으로 젋은 감각을 표현했다.
외관에서 주목할 부분은 차체 앞뒷면과 옆면을 감싼 에어범프다.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의 에어범프는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콕" 등 크고 작은 충격 및 스크래치 방지 효과가 있는 동시에 디자인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디자인을 지양한다는 시트로엥의 철학을 오롯이 반영한 부분이다.
외관 못지 않게 실내 역시 기발함이 넘친다. 전면 대시보드는 기존 차와 달리 평평하게 구성했으며 덕분에 각종 소지품을 올려 놓기에도 적합하다. 그 위에 나란히 놓은 사각형 디지털 계기판과 컬러 디스플레이의 조합을 보면 마치 책상같은 느낌을 준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8.5ℓ 대용량의 톱박스다. 가죽가방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도 눈길이 가지만 기존 글로브박스와 달리 위로 여는 방식이라 편리하며 더 많은 물건도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에어백 전개 방식도 기존과 다른데, 충돌 시 에어백이 지붕에서부터 아래도 길게 내려온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이 방식으로 에버백 2차 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다.
기어변속은 보편적인 레버 방식이 아닌 버튼식인 "이지 푸시"시스템을 채택했다. 기존 기어박스 자리에는 주차브레이크를 위치시켰다. 주차를 할 때면 "N" 버튼을 누르고 주차브레이크를 당기면 된다.
디지털 계기판은 속도와 연료게이지, 기어단수 정도만 표시한다. 풀컬러 화면이 아닌 점, 엔진회전수를 표시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컴팩트한 크기로 전방시야가 한층 넓어진 점은 장점이다.
시트는 직물 소재로, 시트로엥은 "쇼퍼시트"라고 부른다. 운전 시 자세를 잡아주는 느낌은 없지만 착좌감이 나쁘지 않으며 장시간 운전해도 꽤나 안락한 편이다.
몇 가지 불편한 점도 있다. 2열 창문은 밖으로 약간 밀어 여는 개폐형 방식으로 완전히 열리지 않으며, 기본으로 적용한 파노라마 선루프의 경우 별도의 가림막을 손으로 직접 닫아야 한다.
▲성능 및 상품성 엔진은 푸조 2008과 동일한 1.6ℓ 블루 HDi 디젤로 최고 99마력, 최대 25.9㎏·m의 힘을 낸다. 여기에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6단 ETG를 조합하고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은 1등급인 복합 기준 ℓ당 17.5㎞를 확보했다.
제원 상 출력은 부족한 듯 하지만 막상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디젤 특유의 토크로 걸음을 떼는 게 더디지 않다. 출발 이후 주행에서도 부족함없이 야무지게 달린다. 차의 체급과 용도, 컨셉트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의 달리기 성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속도로에서도 상식적인 수준까지 높은 속도로 질주해도 안정적이며 힘이 모자라지 않다.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푸조 브랜드에서는 MCP, 시트로엥에서는 ETG로 명명한다. 수동변속기 못지 않은 고효율이 장점이지만 특유의 울컥거림이 운전자에 따라 이질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C4 칵투스의 경우 울컥거림이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든 느낌이다.
다소 불규칙한 기어비 덕분에 운전에 요령이 필요하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수동 운전의 묘미로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패들 시프트를 기본으로 마련했기 때문에 운전자 스스로 원하는 타이밍에 기어변속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신 디젤 엔진답게 진동과 소음도 거의 없다. 프랑스차 특유의 단단한 하체도 국내 도로에 잘 어울린다. 노면의 충격흡수도 자연스럽다. 여기에 컴팩트한 차체에 걸맞은 날카로운 핸들링은 이 차가 푸조·시트로엥의 혈통임을 어김없이 증명한다.
▲총평 "실용주의"의와 "합리주의"는 유럽 특유의 기질임과 동시에 푸조·시트로엥이 차를 만드는 데 있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차에 꼭 필요한 것과 다소 불필요한 것에 대한 기준이 확실하며, 이를 제품에 수긍하도록 녹여낸다. 화려한 편의품목과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이 차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전에 없던 개성으로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합리적인 가격과 기본 이상의 달리기 성능, 실용성이 구매에 있어 큰 요소로 작용한다면 C4 칵투스는 분명히 매력있는 선택지다.
세 가지 트림이 있으며 판매가격은 라이브 2,490만 원, 필 2,690만 원, 샤인 2,890만 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시승]정장 속에 감추어진 야성, AMG C63 S▶ [시승]지붕 열어야 제 맛, 미니 쿠퍼S 컨버터블▶ [시승]ADAS로 승부 건 2017 쌍용차 티볼리▶ [시승]미국차 인식 바꿀 미국차, 캐딜락 CT6 플래티넘▶ [시승]하이브리드는 보조일 뿐, 닛산 3세대 무라노▶ [시승]묵직한 존재감, 제네시스 G80 3.3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