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6세대 그랜저를 출시했다. 사전계약 결과 30~40대의 구입비중이 5세대보다 높아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젊은 감각의 프리미엄 세단을 지향한 점이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동력계는 가솔린 엔진 선택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 중 2.4ℓ가 42%로 주력으로 떠올랐고, 3.0ℓ도 31%에 달했다. 다만 디젤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8%에 그쳤다. 각종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으로 구성한 현대스마트센스 패키지는 3명 중 1명이 고를 정도로 인기다.
현대차가 새 차에 거는 기대만큼 자신감도 남다르다. 그랜저의 강점인 소음·진동(NVH)과 부드러운 승차감은 유지하면서 보다 직관적이고 민첩한 주행성능을 끌어올렸다. 상품성도 제네시스 수준으로 강화했다. 고속도로주행지원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모두 갖췄다. 주행중 후방모니터링 기능은 현대차 최초로 장착했다.
▲디자인 5세대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았던 만큼 6세대 디자이너들의 부담이 상당히 컸으리라 생각하지만 극찬을 받은 5세대 못지 않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6세대도 그랜저의 개성을 충분히 살렸다. 아직은 낯설지만 볼수록 익숙한 디자인에서 그랜저의 지난 역사가 읽힌다.
구형보다 차체가 커졌다. 길이 4,930㎜, 너비 1,865㎜, 높이 1,470㎜, 휠베이스 2,845㎜로, 10㎜ 길어지고 5㎜ 넓어졌다. 휠베이스는 같지만 앞쪽 오버행이 약간 길어졌다. 전반적으로 유려한 곡선을 사용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체 비율 자체가 구형과 달라 B필러에서 C필러로 떨어지는 선이 완만하고 리더 데크가 높다. 오버행이 조금만 짧았다면 훨씬 역동적으로 보였을 듯하다.
앞뒷면에는 현대차 아이덴티티를 불어 넣었다. 앞면의 캐스캐이딩 그릴은 미래 패밀리룩을 반영했다. 기존 세로형 그릴이 가로형으로 바뀌면서 안정감이 더해졌다. 헤드 램프와 그 아래 주간주행등은 LED로 마련했다. 수평으로 이어진 리어 램프는 그랜저의 고유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실내는 수평 기조를 택하면서 단정해졌다. 한결 깔끔하고 젊어졌다. 다양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통일감을 살렸고, 동시에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4스포크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배열은 흠잡을 데 없다. 번잡하지 않고 단조로워 시인성이 좋고 조작이 편하다. 다만 아날로그 시계는 호불호가 갈린다. 현대차의 강점인 공간활용성은 더욱 개선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과 컵홀더를 비롯해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었다. 트렁크룸은 골프백 4개를 넣을 수 있고 자동으로 여닫는다.
▲성능 시승차는 가솔린 3.0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 266마력, 최대 31.4㎏·m의 성능을 낸다. ℓ당 복합효율은 10.1㎞(18인치 타이어 기준)다. 제원 상 성능은 5세대와 대동소이하다.
주행 후 첫 느낌은 역시나 부드럽고 조용하다. 그 동안 준대형 세단으로서 그랜저가 구현했던 주행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크게 변함이 없다.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휠을 채택해 저속에선 조향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여성 운전자도 매우 편할 만큼 부드럽다. 고속에선 무거워지지만 큰 힘이 필요하지는 않다.
가속도 순조롭다. 경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불만은 없다. 변속시점에서 약간의 더딤이 느껴지지만 고단으로 넘어가고 나면 쭉 뻗어나간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가속력을 그대로 발휘한다. 조향은 개선을 거쳤다지만 민첩하진 않다. 예민한 수준은 아니다. 제동성능도 구형과 비슷한 수준이다. 응답력이 아주 높아지진 않았다.
직분사 엔진의 소음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랜저에선 통하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엔진회전수를 올려도 엔진음, 노면음, 풍절음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다. 이 정도면 무서울 정도다. 속도감이 나지 않아 오히려 불만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엔진을 급격히 회전시키면 잠깐 일하는 소리를 낸다. 정말 나머지 소음은 철저하게 차단한다. 그래서 동승자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JBL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도 즐길 수 있다.
시트의 착좌감이나 거주성은 뛰어나다. 운전환경이 매우 쾌적하다. 시트의 구조나 가죽의 질감,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이 모두 만족스럽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의 선택률이 높은 열선 스티어링 휠은 원형 전체에 열선을 깔아 배려가 느껴진다. 센터페시아 위로 입체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디스플레이창도 실제 체험해보니 내비게이션 등을 확인할 때 시인성이 훨씬 좋다. 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 안전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현대스마트센스에 포함한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도 경험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후측방 충돌회피지원 시스템이 경고하고, 예고없는 차선 이탈이 예상되면 주행보조 시스템이 보조한다. 또 자동긴급제동 시스템과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어라운드 뷰 모니터,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이 부주의한 운전자를 돕는다. 다만 주행 시 후방 영상을 표시해주는 기능도 있는데 방향지시등과 연동되는 것이 아니어서 크게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총평 그랜저는 국내 소비자에 가장 특화한 차라고 볼 수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해서다. 국내 소비자를 위해 개발하고 생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부터 주행성능, 상품성 등에 국내 감성을 모두 반영했다. 그래서 딱히 흠잡을만한 게 없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3.0ℓ의 판매가격은 3,550만~3,870만 원이다.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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