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슈퍼카와 스포츠카의 경계, 맥라렌 570S

입력 2016년11월27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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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 시속 372㎞/h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군림했던 차가 있다. BMW의 V12 엔진을 얹은 3인승 슈퍼카 맥라렌 F1이다.

 맥라렌은 포뮬러1에 첫 출전한 1966년부터 모터스포츠계에서 페라리, BMW, 메르세데스 등과 견주는 슈퍼스타로 꼽힌다. 그러던 맥라렌이 21세기를 맞아 메르세데스와 슈퍼카를 만드는가 하면 터보 엔진의 자체 양산 제품을 다변화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중 엔트리 제품인 스포츠 시리즈는 맥라렌의 "저변확대"란 임무를 갖고 개발됐다. 경쟁사가 세단과 SUV에 눈을 돌리는데 반해 보다 편한 스포츠카를 만들어 마니아층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그 중심에 선 570S를 만났다.


 ▲스타일
 엔지니어 출신의 고든 머레이가 디자인한 맥라렌 F1의 쐐기형 차체는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췄다. 1992년 공개됐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질리지 않는 이유다. 지금의 맥라렌도 같은 맥락의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다.

 외관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부메랑을 닮은 회사 로고를 의식한 헤드램프다. LED로 구성해 개성 있는 눈매를 만들었다. 바로 아래엔 앞바퀴를 냉각시키는 흡기구를 크게 뚫어 공력성능을 높였다. 전체적으로 역동과 상반된 웃는 표정이 연출됐다. 후드는 주름을 더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측면은 앞 오버행과 휠베이스가 길고, 리어 오버행이 짧은 전형적인 미드십 쿠페의 자세다. 엔진룸으로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독특한 흡기구 형태를 지녔다. C필러는 공기의 힘으로 차체를 눌러 고속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다운포스를 키우기 위해 터널 모양의 구조가 적용됐다.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 코르사로, 앞 225/35 R19, 뒤 285/35 R20 크기다. 후면부는 "C"자형의 얇은 LED 리어램프와 대형 디퓨저, 듀얼 머플러가 범상치 않은 성능을 암시한다. 엔진 열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한 설계도 이뤄졌다.









 도어는 슈퍼카에서나 종종 볼 수 있는 다이히드럴 방식이다. 대각선 방향으로 상승하며 차체가 워낙 낮아 타고 내리기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러나 휠하우스와 로커패널까지 드러나는 모습을 보자면 승하차의 어색함은 금방 잊혀진다.

 실내는 알칸타라, 가죽, 탄소섬유 등의 고급·경량 소재로 가득하다. 시야는 생각보다 넓으며 대시보드, 센터페시아는 간결한 구성이다. 버튼을 지양하고 세로형 7인치 터치 스크린에 제어장치를 집중한 덕분이다. 기어 레버는 D, N, R 버튼과 스티어링 휠 뒤편의 칼날같이 길게 뻗은 패들 시프터로 대신한다.

 TFT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깔끔한 구성과 고해상도로 세련된 맛은 있지만 차 성격에 비하면 단조롭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만큼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한다. 시트는 코너링에서 몸을 움켜쥐는 버킷이다. 오디오는 바워스&월킨스 것으로 엔진음을 덮을 수 있다.





 스포츠카의 단점인 적재공간은 미련이 없다. 좌석 뒤쪽, 글로브 박스, 다리 공간, 그리고 전면 후드에 깊숙하게 마련해 어지간한 짐은 챙길 수 있다. 맥라렌이 실용성을 강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탑승 공간 뒤편 엔진룸을 열기 위해선 별도의 공구가 필요하다. 대신 냉각수, 엔진오일 등은 주입구를 따로 구성해 경정비에 대응했다.



 ▲성능
 V8 3.8ℓ 트윈터보 엔진을 탑승 공간 바로 뒤에 얹었다. 최고출력은 차명으로 알린 570마력(PS)이며, 최대토크는 61.2㎏·m를 발휘한다. 7단 SSG 듀얼클러치를 통과한 구동력은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된다. 가속력은 총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런치 컨트롤을 활용할 경우 0→시속 100㎞ 가속에 3.2초면 충분하다. 터보랙을 생각할 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200㎞/h도 10초가 걸리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이며 변속도 즉각적이다. 체감 가속도는 우렁찬 엔진음과 맞물려 더 빠르다. 수치상 최고속도는 328㎞/h에 이른다.
 
 빠른 가속은 경량화도 한 몫 한다. 공차중량 1.4t이 채 되지 않는 차체는 탄소섬유 섀시와 알루미늄 패널 등으로 이뤄져 강성 확보까지 의미를 뒀다. 가속력 만큼 인상적인 부분은 핸들링이다. 무게중심 배분에 유리한 미드십 엔진 구성의 장점을 바탕으로 경량화 차체, 레이싱카에 가까운 섀시 구조, 각종 안전장치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기민하고 빈틈없는 주행 실력을 보여준다. 고성능은 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를 기반으로 한 제동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하체는 단단하면서 유연하다. 급격한 코너링은 물론 안정적인 고속주행에 걸맞은 설정이다. 일반적인 세단의 승차감에 비하면 무리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센터터널에 마련한 주행모드 다이얼은 크게 핸들링(H), 파워트레인(P) 두 가지로 구분했다. 섀시(스티어링 휠 무게감, 서스펜션 감쇠력)와 동력계(엔진, 변속시점)를 따로 조율할 수 있는 구성이다. 각각 일반(Normal), 스포츠(Sport), 그리고 하드코어 성향의 트랙(Track)으로 조절할 수 있다. 넘치는 성능 덕분에 모드별 차이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크다. 지상고는 시속 60㎞ 이하에서 4㎝ 오르내릴 수 있다.



 ▲총평
 슈퍼카와 스포츠카의 경계를 넘나든다. 외관과 성능은 슈퍼카에 가깝지만 주행질감이 편한데다 실용적인 부분이 많아 일반 도로 주행에도 큰 지장이 없는 스포츠카란 의미다. 그래서 맥라렌은 스포츠 시리즈를 두고 "일상적인 스포츠카"란 점을 내세운다. 물론 그것이 현실과 타협하기 위한 꼼수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시작가는 2억5,49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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