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침체된 가운데 엔저로 무장한 일본 업체들의 거센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홍재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린 "2017년 세계 자동차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경쟁판도에서 일본이 대단히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사장은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엔저가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단순 판촉 경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엔저 효과가 가격에만 반영되지만, 이후에는 일본 업체들이 엔저에서 얻은 고수익을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자동차 개발 주기가 통상 4~5년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엔저 효과를 입은 신차가 나온다는 게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박 부사장은 "대표적인 게 도요타 신형 캠리"라며 "본격적으로 엔저의 혜택을 받고 나오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르노닛산의 미쓰비시 인수와 도요타-스즈키 제휴 등 일본 경쟁사의 협력 강화를 언급하고서 "우리로서는 상당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부사장은 세계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양적 완화가 끝나가면서 지금까지 저성장·저금리·저물가 기조에서 저성장만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인상에 따른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과 신흥시장 경제 불안정 등이 불안 요인이다. 박 부사장은 "자동차는 "세계화의 후퇴"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긴장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시장별로는 미국은 금리 인상과 재고 증가 영향으로 판매가 역성장하고 올해 15.5% 성장한 중국은 구매세 인하 폭 감소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는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판매 감소폭이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부사장은 "가장 걱정되는 시장은 내수"라며 "내수에서 줄어드는 판매를 어떻게 수출로 만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 등 정치적 불안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에 정치는 감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 이슈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어느 시점에서 이 상황이 끝나면 다시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석유생산 감산으로 올해 배럴당 40달러 수준인 유가가 내년 50~6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박 부사장은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등 산유국의 자동차 판매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를 올해보다 1.9% 증가한 9천68만대로 전망했다. 내수는 3.5% 감소한 176만대, 미국 1천748만대(0.1%↓), 유럽 1천712만대(0.6%↑), 중국 2천510만대(4.4%↑), 인도 310만대(6.2%↑)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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