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가 어느새 시장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생애 첫 차에서 세컨드카까지 소형 SUV가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었다. 실용성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앞 다퉈 발 빠르게 시장에 투입된 점도 소형 SUV의 인기를 부추겼다. 기존 세그먼트에 식상했던 소비자들은 예쁘고 실용적인 소형 SUV에 열광했다.
쉐보레 트랙스는 지난 2013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3년이 지난 지금 경쟁자 역시 만만찮은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신차에 준하는 "더 뉴 트랙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GM의 강점인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는 물론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디젤 라인업까지 동시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 1.4ℓ 터보 가솔린과 1.6ℓ 디젤을 차례로 시승하며 변화의 정도를 느껴봤다.
▲디자인&상품성 소형 SUV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디자인이다. 감각적이면서 독특한 디자인에 시장이 열광한 것. 더 뉴 트랙스 역시 최신 디자인 기조에 맞춰 재탄생했다. 다만 가솔린 터보와 디젤의 디자인 차이는 미미하다. 후면에 각각 유종 차이를 나타내는 배지, RPM수가 차이나는 계기판 정도에서 구분할 수 있는 정도다.
쉐보레는 더 뉴 스파크에 "어반 시크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도심에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전면부 인상에선 신형 스파크와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쉐보레 브랜드의 패밀리룩 "듀얼 포트 그릴"은 날렵하고 감각적인 느낌을 준다. 그릴 상단 중앙에 자리잡은 노란 보타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얄쌍한 그릴 디자인은 헤드램프와 펜더 라인까지 이어지며 날렵하게 흐르는 선을 완성한다. 일체감을 강조한 프로젝션 램프의 경우 심미성과 함께 실용성도 강화했다.
후면부는 듀얼 시그니처 LED 테일램프가 눈에 띈다. 전면부의 세련된 느낌을 이어가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의 신규 범퍼와 함께 과감하면서도 듬직한 느낌을 준다. 둔하지 않으면서도 차가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디자인 변화는 실내에서 크게 다가온다. "오토바이 계기판"으로 대변되던 기존의 구성은 역동성은 살렸지만 고급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쉐보레 라인업에 널리 적용된 듀얼 콕핏 인테리어를 도입해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강조했다. 실내 곳곳에 고급 소재를 적용하고,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에 스티치 마감을 더했다. 은은한 광택의 크롬 장식과 고광택 블랙베젤 소재 역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안전성 역시 쉐보레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더 뉴 트랙스는 통합형 프레임과 광범위한 고장력 강판 적용으로 이미 안전성 부분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여기에 신차에는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및 후측방 경고 등 최신 안전품목을 대거 채택했다. 버튼시동 및 스마트키 시스템을 비롯해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 220V 인버터,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성능 우선 가솔린 터보부터 시승에 나섰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젠(Gen)Ⅱ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 140마력, 최대 20.4㎏·m의 성능을 발휘하며,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2.2㎞(도심 11.1㎞/ℓ, 고속 14.1㎞/ℓ)를 확보했다.
달리기 실력은 경쾌하면서 다부지다. 제원표 상 수치 이상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 또는 효율에 함몰되지 않고 자동차가 주는 근본적인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예쁘고 경제적인 차라고 해서 재미있는 운전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GM의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다운사이징의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배기량을 줄여 연료효율을 높이고,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성능을 터보로 훌륭히 채워 넣었다. 가솔린 터보의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경쾌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출발은 가뿐하고 가속은 시원시원하다. 조향 감각도 가볍다. 여성 운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단한 차체는 안전뿐 아니라 정교한 몸놀림까지 담보했다. 트랙스가 아무리 소형 SUV라고 해도 세단보다 차고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속 주행 중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한 코너를 돌아 나올 때 자세를 추스르는 능력이 상당히 높다. 조향 성향이나 서스펜션 세팅은 편안함 속에 정교함을 잃지 않았다. 주행 상태나 노면을 꽤나 명민하게 읽는다는 게 전달됐다.
다양한 안전장치도 칭찬할 만한 요소다. 앞차의 속도가 느려 충돌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꿀 때 차는 어김없이 운전자에게 경보를 알려온다. 후방 카메라의 화질도 높다. 야간 주차 시에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가솔린 터보에 이어 1.6ℓ 디젤에 올랐다. 4기통 1.6ℓ 디젤 엔진에 역시 가솔린과 같은 젠(Gen)Ⅱ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최고 135마력, 최대 32.8㎏·m의 힘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4.7㎞(도심 13/5㎞/ℓ, 고속 16.4㎞/ℓ)를 기록했다.
가솔린 터보가 제원표 이상의 체감 성능을 자랑했다면 디젤은 효율이 인상적이다. 도심과 고속화도로, 비포장길 등 다양한 구간에서 가득 채운 연료를 모두 소비할 동안 계기판에 표시된 효율 수치가 ℓ당 15~16㎞를 꾸준히 유지했다. 효율보다 가솔린과 성능 차이를 느끼기 위해 다소 과격하게 차를 몰아세우기도 했다는 걸 상기해보면 종합적인 효율 개선 부분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소형 SUV에서 경제성이 구매 결정에 크게 작용한다는 걸 감안할 때 효율 역시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요소다.
가솔린과 디젤 두 차 모두 주행 느낌 차이는 토크에서 온다. 가솔린 터보가 아무리 터보렉을 개선했다고 해도 디젤의 초반 가속을 이길 순 없다. 저회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디젤의 최대 토크가 비교 시승에서 극명히 느껴졌다.
정숙성도 칭찬할 부분이다. 이전 트랙스 디젤도 정숙성은 상당한 수준을 확보했다. 오펠에서 검증된 "속삭이는 디젤"은 한층 더 성숙해졌다. 가솔린도 그렇지만 엔진 소음은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바닥 소음도 잘 억제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풍절음은 조금 들린다. 그럼에도 체감 상 가솔린과 디젤의 소음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건 디젤의 소음 관리가 그만큼 철저했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평 소형 SUV는 더 이상 틈새차종으로 분류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도 높다. 소형 SUV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은 SUV 특유의 실용성과 강력한 주행성능, 세단 수준의 편안한 승차감과 조작 편의성, 감각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다양한 편의 품목을 모두 갖춘 차를 기대한다. 그러면서 이 세그먼트는 가격에도 민감하다. 회사 입장에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는 경쟁자와 차별화를 적극 추구했다. 그러면서 트랙스만의 강점인 호쾌한 주행 성능과 안전성은 한층 강화됐다. 덕분에 초기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다. 소형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트랙스가 이번엔 후발주자로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 기대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 [시승]준대형도 실속있게,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시승]슈퍼카와 스포츠카의 경계, 맥라렌 570S▶ [시승]부드럽고 조용한 현대차 6세대 그랜저▶ [시승]자연흡기의 호쾌한 매력, 쉐보레 카마로 SS▶ [시승]제네시스의 고성능 도전, G80 스포츠▶ [시승]벤츠 SUV의 강화, GLE 쿠페와 G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