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957년과 2017년 한국차의 다른 점

입력 2017년01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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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전인 1957년 정유년. 당시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는 모두 2만6,261대로 인구 760명당 1대에 불과했다. 종류별로는 버스가 3,489대였고, 트럭 1만3,860대, 세단은 8,956대에 머물렀다. 이 때 주목받은 차는 1955년 처음 선보인 "시발(始發)자동차"로, 특히 7인승 세단 버전을 소개한 1957년 대한뉴스 영상은 지금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금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는 2,170만대에 달하고, 인구로 보면 2.4명당 1대 꼴이다. 760명이 2.4명으로 줄기까지 불과 60년이 걸렸을 뿐이다. 생산규모도 지난해 442만대를 기록했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생산까지 포함하면 무려 900만대가 넘는다. 1957년 집계 당시는 인구를 모두 파악할 수 없어 2,000만 명을 기준했지만 지금은 인구 또한 두 배가 넘는 5,000만 명인 만큼 1대당 2.4명은 글로벌에서도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저력 덕분에 연간 900만대의 한국차가 세계 시장에 쏟아지는 자동차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한국이 자동차산업을 적극 육성한 이유는 무엇보다 산업 네트워크의 방대함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을 키우면 철강, 부품, 소재 산업이 발전하고, 판매에 따른 금융, 보험, 정비, 정유, 도로건설 등이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자동차로 거둬들이는 세금도 적지 않다. 그래서 판매가 위축되면 각종 정책을 동원해 정부가 지원에 나섰는데, 단순히 생산이 감소되는 게 아니라 전후방 산업 모두가 위축되는 결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규모의 힘은 실제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자동차 제조 부문의 직접 종사자는 33만2,700명이다. 완성차 제조에 8만5,400명이며, 부품은 24만7,000명이 만든다. 철강과 비철금속, 전기 및 전자, 고무와 화학 등 소재분야는 10만4,500명, 운수와 이용 부문은 84만3.4000명이다. 판매와 정비 부문은 25만9,000명이며, 석유 및 보험, 광고, 도로건설 및 유지 등에선 22만명이 종사한다. 그래서 직간접 고용인원만 176만6,000명이며, 이는 총 고용(2,559만명)의 6.9%에 이른다. 제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고용 비중은 11.6%로 오르고, 생산액은 12.7%를 차지한다. 

 물론 60년 동안 산업 몸집을 불린 원동력은 단연 정부의 시장 보호다. 그 뒤에서 국내 완성차회사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체력을 비축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하지만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정부에 ‘SOS’ 신호를 보냈고, 산업 규모를 무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라는 명분으로 지원을 해줬다. 수입차 시장 개방 시점이 30년 전인 1987년이었지만 한참 뒤인 2010년 이후 대중화가 이루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과거와 다른 소비자를 만들었다. 산업 발전 시대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국산차 사용’의 애국적 명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들의 속성을 파악한 수입차는 가격을 국산차 턱 밑까지 낮추며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국내 업체들이 뒤늦게 "산업 보호"를 외치며 정부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국제무역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어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그러자 무역 형평성에 위배되지 않는 각종 법안으로 관심을 돌렸고, 국회에선 다양한 지원 법안이 쏟아졌다. 현재 시행되는 노후 경유차 신차 교환 지원 또한 외형적으로는 환경을 위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국내 완성차기업의 내수 시장 지원책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이미 시장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도 근본적으로 바뀐 소비자의 구매 특성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1957년과 2017년 사이에는 산업 외에 시대적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완성차기업도 정부 지원에 기대려는 경향은 중지해야 한다. 국회를 동원해 자동차기업에 유리한 법안을 제안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을 저지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2017년 규모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자 마음을 읽는 것 뿐이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아 판매가 늘어날 때에만 지금의 산업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1957년 정유년과 달리 2017년 정유년은 국가가 산업을 보호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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