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대부분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현재 중국에 전기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엔진, 연료 전지 등 신에너지로 운행하는 자동차 제조업체 169개가 정식 등록돼 있지만, 대부분 정부 보조금으로 생존하고 있다고 3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각국이 지난 10년간 신에너지 자동차 제조업체에 제공한 보조금 160억 달러(19조3천824억 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09년 오염을 유발하는 휘발유 차를 대체할 차량 생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후 보조금을 노린 전기차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중국 내 전기차 판매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주요 도시 내 휘발유 차량 운행 제한 등 정책에 힘입어 작년 33만1천100대로 전년보다 무려 343%나 급증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비야디(比亞迪·BYD)와 베이징자동차(BAIC) 등 세계 10대 신에너지차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중국 전기차 업체가 영세한 수준이다.
청정기술(Clean-tech) 관련 전문매체인 클린테크니카에 따르면 비야디의 베스트셀러인 탕 모델은 작년 상반기에만 2만2천 대가 판매됐지만, 전체 전기차 업체의 작년 한해 판매 실적은 2천 대에도 못 미쳤다.
허난(河南)성 싼먼샤(三門峽)에 있는 쑤다전기차 등 상당수 전기차 업체들은 보조금만 지원받은 채 전기차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쑤다전기차는 2010년 설립 당시 2015년까지 연간 1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방 정부로부터 수백만 위안의 자금과 연구시설 부지 등 각종 지원을 받았지만, 현재 공장에는 근로자 수십 명만 작업하고 있으며 모델 전기차 몇 대만 전시돼 있다.
일부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관영 중국 중앙(CC)TV는 지난 3월 장쑤(江蘇)성의 한 업체가 전기차 7대를 판매한 뒤 50대를 판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해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허위 보조금 청구 보도가 나오자 올해 초 전기차 판매 실적을 조사했으며 2021년까지 모든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보조금이 폐지되면 많은 영세 전기차 업체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설팅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의 예일 장 이사는 중앙 당국이 시장 전망과 무관하게 프로젝트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기차 산업의 높은 요구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많은 전기차 업체들의 경우 조만간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이사는 중국에서 전기차와 유사한 수십, 수백 가지 분야에서 헛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반도체와 신재생 에너지, 로봇, 빅데이터 등에 과도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이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자 집권 시절에도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와 거리가 멀었지만, 시 주석 집권 하에서도 정부 개입이 확대, 심화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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