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잘 빠진 도심형 SUV, 짚 체로키

입력 2017년01월27일 00시00분 최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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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V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특히 유지비가 많이 들고 주차가 불편한 대형 SUV보다 연료 효율이 뛰어나고 3~4인 가족이 주말용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한 중소형 디젤 SUV가 대세다. 지난 2014년 하반기 국내에 출시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5세대 짚 체로키 역시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2.2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체로키 리미티드 4WD"로 다양한 편의품목과 첨단 안전장치, 그리고 무난한 동력 성능은 물론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췄다.

 ▲스타일
 일반적으로 정통 SUV의 명가 짚의 이미지는 직선 위주의 각진 외관이 떠오르지만 체로키는 첫 인상부터 다르다. 전면부의 긴 직사각형 7개로 이루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굴곡진 형태로 도시적이고 날렵한 모습을 연출한다. 각각의 테두리에는 크롬도금을 입혀 고급스러움도 강조했다. 양쪽에 얇고 길게 자리잡은 파격적인 헤드램프는 과연 이 차가 짚의 혈통인가를 의심할 정도다. 헤드램프를 비롯해 전면은 실물이 훨씬 자연스럽지만 짚 브랜드만의 강인하고 묵직한 이미지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도 있다. 

 전면에 비해 측면과 후면 디자인은 단순하다. 두터운 플라스틱 몰딩으로 감싸진 사다리꼴 모양의 휠하우스는 비로소 이 차가 짚의 혈통임을 확인시켜줬다. 후면부도 무난하긴 하지만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위로 확장하는 등 멋을 낸 모습이다. 듀얼 머플러를 감싼 플라스틱 몰딩 부분도 회색으로 처리해 포인트를 줬다. 얇게 마무리한 후방등은 헤드램프와 조화를 이룬다.

 실내는 가죽과 푹신한 우레탄 소재를 적절히 활용하고 곳곳에 메탈릭 처리를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센터페시아 가장 윗부분에는 8.4인치 모니터가 자리해 내비게이션, 실내온도, 미디어 기능 등을 터치로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차선이탈방지 등 안전과 관련된 주행보조장치 및 비상등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비상등 스위치는 눈에 잘 띄고 조작하기 편한 곳에 위치했다.

 큼지막한 버튼들은 운전 중에도 편하게 접근이 가능했고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 다만 4륜구동, 스포츠모드 등을 선택하는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지형설정 시스템 다이얼은 센터페시아 가장 하단에 위치해 운전 중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운전석과 뒷자석 공간은 다른 중형 SUV와 마찬가지로 적당한 크기를 갖췄다.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2,720㎜로 경쟁모델에 비해 긴 편이다. 실제 2시간 이상 연속 주행을 해 본 결과 공간의 답답함이나 운전자세의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착좌감과 시트의 홀딩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24ℓ로 캠핑장비를 가득 실어도 부족함이 없다. 뒷 자석을 모두 접을시 적재공간은 최고 1,555ℓ까지 늘어나 확장성도 뛰어나다.


 ▲성능
 체로키는 유로6를 만족하는 2.2ℓ 터보디젤 엔진을 품어 최고 200마력, 44.9㎏·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에 비해 배기량은 200㏄ 늘었고 출력은 30마력(18%), 토크는 9.2㎏·m(26%) 증가했다.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도 탑재됐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2.2㎞(도심 10.9㎞/ℓ, 고속 14.2㎞/ℓ)를 확보했다. 

 일반모드로 정속 주행시 향상된 출력이 단번에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 주행 때도 시원한 가속력보다는 엔진 힘을 봉인해 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셀렉-터레인 다이얼로 스포츠모드를 선택하면 이러한 아쉬움은 사라진다. 엔진 회전 수(RPM)가 상승하면서 강력한 토크도 살아나고 급가속과 추월시에도 전혀 힘이 모자라지 않다.

 특히 고속주행감은 안정적이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굽은 국도에서 속도감 있게 달릴 때도 차체 흔들림은 크지 않고, 스티어링의 무게감도 적당하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 잘 맞을 듯하다. 


 하지만 브레이크 감각은 국산차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조금 낯설 수 있다. 초반에 답력이 집중된 국산차와 달리 체로키의 브레이크는 초반에 다소 무딘 느낌이다. 하지만 답력을 높이면 곧바로 안정적인 제동이 이뤄진다. 
 
 진동과 소음은 양호한 수준이다. 시승차는 4,000㎞를 막 넘긴 주행거리로 정차 중 미세한 소음을 제외하면 주행 중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없다. 오히려 고속 주행 중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면 마치 가솔린 엔진처럼 역동적인 엔진음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다양한 첨단 주행보조장치도 갖췄다. 차선이탈 방지 경고-플러스(LDW-Plus),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플러스(ACC+), 풀스피드 전방추돌 경고-플러스 시스템(FCW-Plus),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BSM),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탑재했다. 다만 스티어링 휠 조향 각도에 따라 예상 경로가 표시되는 후방 카메라는 화질이 선명하지 않고 주차 보조선도 잘 안보여 다소 불편했다.

 ▲총평
 캠핑 등 레저인구가 늘면서 부흥기를 맞은 중형 SUV 시장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체로키가 세련된 외관과 한층 강화된 성능으로 무장하고 돌아왔지만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성능, 편의 및 안전품목 등 전반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체로키만의 독특함과 강점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2.2ℓ 디젤엔진을 장착한 체로키 리미티드 4WD의 판매가격은 5,580만원이다.

최용순 기자 yms9959@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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