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에서만 낯선 폭스바겐의 판매 1위

입력 2017년01월31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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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판매 1위에 오른 곳은 1,031만대를 판매한 폭스바겐그룹이다. 1위를 두고 늘 경쟁하던 토요타그룹이 1,017만대에 머무르며 얻은 결과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폭스바겐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선전할 때 토요타는 일본 다음으로 많이 판매하는 미국에서 주춤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디젤 게이트를 겪으며 부진했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이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1,031만대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고, 사태에 대한 징벌적 배상도 미국에만 해당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있지만 결과만 보면 한국 내 판매 중지는 폭스바겐의 글로벌 판매 1위에는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연간 판매가 4만대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1,031만대에서 4만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숫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때 폭스바겐의 쇠락으로까지 여겨졌던 디젤 게이트 후폭풍은 사실상 없었던 것일까. 외형만 보면 기업의 도덕적 이미지가 일부 손상됐지만 제품의 건재함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눈속임 프로그램을 심은 것 자체가 문제일 뿐 소비자 입장에선 별 다른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국내 문제도 마찬가지다. 판매 중지는 제품이 아니라 인증 받을 때 내야 하는 서류 조작에 따른 행정명령이다. 최근 판매가 멈춘 인피니티 Q50 및 닛산 캐시카이, 포르쉐 마칸S 디젤, 카이엔S E-하이브리드, 카이엔 터보, 카이맨 GTS, 911 GT3, 파나메라S E-하이브리드 등도 같은 이유로 판매가 중지됐다. 역시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제품이 아니라 서류가 문제였던 셈이다.  

 환경부가 리콜을 승인하게 된 것도 해당 프로그램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프로그램 제거 후 시험한 결과 질소산화물은 감소하고, 등판 및 가속능력은 변화가 없으며, 실내 시험 기준 표시연비의 변화는 전혀 없었고, 일반도로 시험 때도 효율 하락은 1.7%(오차범위 5%)에 그쳤다. 그간 문제로 지적된 프로그램이 국내 수입된 제품과 관련이 없다는 폭스바겐의 주장이 확인된 형국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작동되려면 질소산화물을 걸러내는 추가 정화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 수입된 제품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2차 정화장치가 없어 시험 결과도 변화가 없다. 

 물론 미국과 다른 배상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다. 하지만 미국은 프로그램이 실제 작동해서 문제가 발생했고, 국내는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은 게 다르다. 그래서 이번 리콜 승인도 프로그램의 미작동을 인정하며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겉만 보면 도덕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정상이지만 소비자로선 제품에 문제가 없어 구매를 한 것이니 폭스바겐 또한 글로벌 판매도 1위에 올라서게 됐다. 

 사실 한국적 시각에서 이번 폭스바겐의 글로벌 판매 1위는 어색(?)할 수 있다. 미국에서 사태가 촉발된 이후 국내에선 엄청난 비판이, 그것도 제품 문제로 연결되며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비자는 실제 구매한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서류 조작에 따른 환경부의 행정명령조차 제품 문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의 리콜 승인이 받아들여졌고, 폭스바겐은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최근 폭스바겐을 두고 한국에선 나쁜 기업이 글로벌에서 1위를 차지하니 혼란스럽다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글로벌 판매 1위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럼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고 말이다. 전문가들이 "그렇다"는 답을 내놓은 데는 이런 숨은 이유가 들었던 셈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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