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깐깐한 경차, 기아차 3세대 모닝

입력 2017년02월08일 00시00분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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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경차시장은 기아자동차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만을 위한 땅이다. 수요는 많지만 경쟁차종이 둘뿐이어서 자칫 도태될 수 있다. 그러나 세제혜택이라는 견고한 지지대가 있어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품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형차 못지 않은 다양한 안전 및 편의품목을 대거 장착하는 배경이다.  

 경차는 일반적으로 중·대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나 인지도가 판매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 브랜드만 보고 차를 사는 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더욱 제품력을 따지게 되고, 안전과 가격도 비교하게 된다. 어쩌면 가장 깐깐한 소비자를 상대하는 시장이다.

 그래서인지 경차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디자인, 성능, 안전, 효율, 심지어는 넓은 공간까지. 모닝도 이 모든 것에서 꾸준히 개선을 이뤄냈고 벌써 3세대를 맞았다. 어느 정도 완성도를 달성했는지 신형 모닝을 시승했다.


 ▲디자인
 2세대의 비율을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 마디로 경차답지 않은 외모다. 얼굴은 작은데 이목구비가 뚜렷해졌다. 기존의 앙증맞은 헤드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비율이 확대돼 한결 커보인다. 안개등은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에어커튼도 마련했다. 공력성능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뒤에서 보는 모습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기존에 사다리꼴 느낌이 강했다면 신형은 안정감을 주는 직사각형에 가깝다. 실제 차체 길이나 높이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디자인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보완했다는 생각이다. 칼로 자른 듯한 면과 각진 C자형 제동등에선 은근히 신뢰도 느껴진다.


 좀더 개성있는 디자인을 원한다면 20만 원을 추가해 아트컬렉션을 선택할 수 있다. 아트컬렉션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커튼, 리어 범퍼, 사이드 실에 차체와 다른 색상 포인트를 입혀 경차 특유의 발랄함을 강조했다. 아트컬렉션 선택률은 약 60%에 달한다.   

 실내도 잘 정리했다. 번잡했던 방을 치웠더니 한결 넓어진 느낌이랄까. 좁은 경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수평 기조를 채택해 확장감을 더하고, 좌우대칭 구성으로 간결함을 추구했다. 대시보드에 묻혀 있던 멀티미디어 화면은 입체적으로 끌어올렸다. 클러스터 가리개도 묶어 정리했다. 센터페시아 버튼 배열은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납공간은 센터페시아 아래와 시프트 레버 위쪽,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등에 마련했다. 트렁크는 작지만 2열 시트가 완전히 평평하게 접힌다. 1,000ℓ 이상도 적재 가능하다.


 ▲성능
 시승차는 1.0ℓ 가솔린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다. 최고 76마력, 최대 9.7㎏·m의 성능을 발휘하며, ℓ당 복합효율은 14.7㎞다(16인치 타이어 기준).

 운전석에 앉았다. 헤드룸, 레그룸 모두 넉넉했다. 뒷좌석도 의외로 넓다. 신장 175㎝의 운전자가 앉았을 때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하지만 덩치가 큰 운전자가 시트를 뒤로 맨 끝까지 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뒷좌석에 앉기 힘들어 보인다.

 배기량이 998㏄에 불과한 가솔린 엔진을 얹은 만큼 초반 가속이 민첩하지는 않지만 시속 60㎞를 넘어설 때의 중반 가속은 괜찮다. 실 영역대인 중·저속에서 토크를 개선했다는 걸 체감하는 대목이다. 물론 고속에서의 가속력은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20㎞/h 내외까지 힘을 쏟으면 이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속에서의 직진안전성이 크게 좋아졌다. 그 동안 경차를 타면서 다소 불안했던 직진안전성 측면에서 이번에는 별다른 불만을 느낄 수 없었다.


 조향감이나 코너링, 제동력 등은 구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향감은 살짝 가볍지만 운전하기 편한 수준이고, 제동력은 초반에 답력이 쏠려 약간 급한 감이 있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했지만 효율은 ℓ당 14.2㎞를 보였다. 표시효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만 효율에 신경쓰고 운전한다면 원하는 만큼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신형은 토크벡터링 시스템, 직진제동쏠림방지 시스템, 전방추돌경보 시스템,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시승을 하는 도중 이런 시스템의 개입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시인성이 좋아졌다. 불쑥 튀어나온 디자인이 어색할 수 있지만 대시보드를 높이지 않고 화면의 시인성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구조다. 시프트 레버 앞쪽에는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버튼이 위치한다. 열선은 버튼을 누르자마자 순식간에 뜨거워져 히터 사용을 줄이는 데 한 몫한다. 선바이저의 무드 조명은 여성에게 꼭 필요한 편의품목이다. 

 경쟁차종에는 있는 사각지대경보 시스템이 없는 건 아쉬웠다. 사이드 미러가 작아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건 매우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또 레이디트림에만 마련한 슬라이딩 센터콘솔을 여러 트림에서 확대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차내 수납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센터콘솔의 필요성이 높아서다.



 ▲총평
 시승을 하는 짧은 구간에서도 2세대 모닝이 여러 대 지나갔다. 적게는 연간 7만 대, 많게는 10만 대 이상 팔리니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닝은 그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도로 위 수십만 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니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하는 누군가의 연료비를 줄여주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 게 경차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신형 모닝은 변화가 있었는가. 나름의 변화를 통해 반 걸음 정도는 나아갔다는 판단이다. 2세대를 기반으로 하되 각진 부분을 다듬고 풀렸던 나사를 조이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전반적인 제품력에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러나 반 걸음 더 나아가길 바라는 점은 가격이다. 시승한 풀옵션의 프레스티지 가격은 1,610만 원이다. 경차의 가격으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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