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우스 아우구스트 오토(Nikolaus August Otto)가 등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을 만들었을 때는 1860년이다. 이후 그는 1876년 고틀리프 다임러 및 빌헬름 마이바흐와 함께 4행정 기관을 발명했지만 독일 법원이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고, 1879년 칼 벤츠는 이들이 개발한 엔진을 참고해 독자적으로 2행정 엔진을 발명해 특허를 취득했다. 그리고 1893년에는 루돌프 디젤이 디젤 엔진을 발명하면서 자동차의 화석연료 시대가 본격 전개됐다. 이후 150년이 넘은 지금까지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기본적인 에너지는 석유가 맡아왔다.
그런데 석유의 시대도 점차 사라질 분위기다. 미국 내 비영리 환경 싱크탱크인 카본 트랙커(Carbon Tracker)와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대학 산하 그랜덤 연구소가 에너지의 미래 예측 연구를 발표했는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2020년부터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랜덤 연구소는 먼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1℃~2.3℃ 억제하기 위한 각 나라의 배기가스 감소 정책을 주목했다. 규제를 감안하면 10년 이내 화석연료 시장규모는 10% 줄어들고 이 탓에 미국의 석탄 산업은 붕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이 에너지 및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changer)로 등장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지금도 기름 시대의 종말은 서서히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7년간 태양광 발전 가격은 85% 감소했으며, 지금 추세라면 태양광 에너지 비중이 2030년까지 23%, 2040년에는 29%까지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태양광 발전이 석탄 산업을 밀어내고 천연가스 비중도 1% 미만으로 축소된다는 예측도 덧붙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IHS에 따르면 EV의 비중은 2035년까지 35%, 2050년까지 66%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하루 평균 2,500만 배럴의 원유 사용이 줄어들고, 공급이 축소돼 수송연료로서 석유산업은 도태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서서히 기름 시대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에너지에 대한 변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태양광 발전은 요즘 은퇴자들의 각광받는 투자처다. 빈 공간에 시설 투자를 한 뒤 전력을 생산하면 매월 일정액을 연금처럼 받는 상품이 퇴직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 사용을 석탄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것은 미래 대안이 될 수 없어서다. 게다가 가뜩이나 화석 및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에너지 현실에서 선진국의 빠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도 참고할 대상이다.
오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경태 의원 주최로 에너지세제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에너지에 부과된 세금 체계를 바꿔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늘리자는 취지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에너지 시대로 가야할 것인지 고민하자고 한다. 지금처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를 유지할 지, 아니면 당장은 부담이라도 미래를 위해 현 세대가 비용 부담을 할 지 결정할 때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계속 살아야 하는 곳이 지구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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