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뉴 크루즈는 도전적인 차다. 우리에게 익숙한 준중형차의 기준을 거부하며 말 그대로 "진화"를 이뤘다. 자동차의 기본기인 달리기실력은 무르익었고, 단점으로 지목되던 편의품목 부족과 좁은 실내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첨단 안전기술은 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다. 최신 패밀리룩을 반영한 디자인은 시선을 잡아끈다. 그 동안 많은 준중형차들이 경제성이라는 가치에 얽매였다면 올뉴 크루즈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모습이다. 올뉴 크루즈 최상위 트림 LTZ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길이 4,665㎜, 너비 1,465㎜, 너비 1,805㎜, 휠베이스 2,700㎜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길이와 휠베이스가 국내에 출시한 준중형차 중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서 10㎜ 낮아져 안정적이고 날렵한 비례감을 갖췄다. 크루즈의 역동적인 인상을 보다 강화한 느낌이다.
전면 인상은 새롭다. 길게 뻗은 프로젝션 헤드 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은 쉐보레 특유의 듀얼 포트 그릴과 함께 독특한 선을 그린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 얼굴이다. 범퍼와 후드를 비롯해 전체적인 실루엣은 입체감이 살아있다. 매끈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에 어깨와 벨트라인 등 곳곳에 크롬 몰딩을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실내의 변화는 극적이다. 센터페시아 대부분과 시트에 가죽 소재를 적용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몸에 닿는 감촉도 고급스럽다. 널찍한 실내는 패밀리 세단으로 활용해도 충분하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방식으로 탑승객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쿠션 덕분에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덜했다.
4.2인치 슈퍼비전 컬러 클러스터는 시인성과 작동성 모두 만족스럽다. 주차보조 시스템과 휴대전화 무선충전기,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열선시트 등 선호도 높은 편의품목도 대거 갖췄다. 6에어백 시스템, 차선이탈경고 및 유지보조 시스템, 전방충돌경고 시스템, 전 좌석 안전벨트 경고, 급제동 경고, 스마트 하이빔 등의 안전품목도 최고 수준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4기통 1.4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글로벌 신형 엔진은 3세대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153마력, 최대 24.5㎏·m의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 중형 세단의 주를 이루는 2.0ℓ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수치다. 그러면서 연료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3.5㎞로 준수하다. 전 트림에 적용한 공회전방지장치도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
강력한 동력계는 탄탄한 차체와 만나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신형 델타 플랫폼은 널찍한 실내공간과 함께 역동적인 주행의 즐거움도 가져왔다. 저속에서의 승차감은 편안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감각이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고, 구불구불한 와인딩코스에서 스티어링 휠을 잡아돌리자 얌전했던 느낌은 완전히 잊혀졌다.
교통량이 다소 많았던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속도를 붙여나가는 실력이 심상찮다. 쭉쭉 치고 나가는 힘이 차의 배기량을 의심케 할 정도다. 오버부스트 기능은 크루즈를 스프린터로 변모시켰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아도 킥다운이 걸렸다. 회사측은 80% 이상 깊게 밟을 경우 오버부스트 기능이 작동한다고 했지만 체감 상 작동조건은 그 보다 더 앞에 있는 것 같다.
넘치는 힘만큼이나 안정적인 몸놀림이 인상적이다. 고속안정감이 중형 세단 이상이다.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이유다.
와인딩코스에서 차체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끄럽고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깊숙히 코너에 진입했다. 이 쯤 되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법한데도 뒤가 조용하다.
서스펜션은 유럽차의 딱딱한 느낌보다 쫀득하다. 쿠션 좋은 운동화를 신고 달릴 때의 쾌적함이다. 18인치 미쉐린타이어 역시 한계치가 높았다.
블라인드 코너가 많은 산길에선 급제동도 여러 차례 해야만 했다. 덜컥 잡아세우는 난폭함이 아니라 정확히 의도한 만큼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다는 믿음을 느꼈다. 갑자기 차를 돌리거나 세울 때도 허둥대지 않았다. 역시 탄탄한 차체 덕분이다.
조향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R-EPS의 효과가 상당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을 돕는 파워모터가 축 끝에 있는 방식인데, 구동축에 맞물려 있어 반응이 빠르고 소음이 적다. 평소보다 운전 실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운전자 의도를 차의 움직임에 정확히 반영해서다.
시프트 레버의 위치도 칭찬할만하다. 이전까지 쉐보레 라인업들은 레버가 다소 뒤쪽에 있었던 탓에 수동 모드 조작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뉴 크루즈는 팁트로닉 방식을 새롭게 적용했다. 즐거운 운전을 위한 변화다.
차선이탈경고장치는 신형 쉐보레 라인업의 대표적인 무기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지난해 말리부에서 경험했던 기능이 올뉴 크루즈에도 들어왔다. 방향지시등 조작없이 차선을 바꾸면 스티어링 휠이 살짝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 작동 느낌도 자연스럽고 실제 안전운전에 도움이 됐다. 앞차와의 상대속도 및 거리를 파악, 충돌 위험을 알리는 전방충돌경고장치도 명민하게 작동했다.
고회전에서 엔진 회전음과 질감이 만족스러웠다. 보스 오디오의 음질은 수준급이다. 진동과 소음도 잘 차단했다. 평소보다 다소 거친 주행중에도 귀가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총평 준중형 세그먼트는 생애 첫 차를 고민하는 젊은 층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다. 기존에 출시한 준중형 세단은 엔트리급 저가 트림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곤 했다. 판매볼륨은 크지만 주 소비층의 구매력이 떨어져서다. 그런데 최근 준중형차를 고려하던 소비자들이 소형 SUV 또는 중형 세단에 눈길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따라서 기존 준중형 제품군의 상품성으론 수요 이동을 막기에 버거워 보였다.
쉐보레는 올뉴 크루즈를 통해 준중형 세단도 충분히 매혹적이란 걸 보여줬다. 그러면서 타깃 소비층의 방향성을 분명히 잡았다. 기존 크루즈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보다 즐겁고 고급스런 준중형차를 원하는 이들을 정조준했다. 차급을 뛰어넘었다는 말이 마케팅 메시지에 국한되지 않았단 걸 느낄 수 있었다. 올뉴 크루즈 LTZ의 판매가격은 2,437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시승]깐깐한 경차, 기아차 3세대 모닝▶ [시승]골프의 빈자리 노린다, 볼보차 V40▶ [시승]체면보다 실리라면...중한차 켄보600▶ [시승] 잘 빠진 도심형 SUV, 짚 체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