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7세대 5시리즈를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벤츠가 동급의 E클래스를 앞세워 고성장은 물론 수입차시장 선두로 치고 나온 만큼 와신상담한 BMW의 신차에 대한 기대치는 그 만큼 높다. 그래서 BMW가 택한 건 M스포츠 패키지의 기본 장착이다. 내외관 차별화를 통해 주요 소비층의 주목도를 높인 것.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첨단 반자율주행 시스템 등의 신기술도 기본품목에 넣어 적극 어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디자인&상품성
BMW의 디자인 정체성을 상징하는 요소는 글로벌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면부의 키드니 그릴과 "엔젤 아이"라 불리는 듀얼 타입의 헤드 램프, 측면부의 호프마이스터 킨크, 후면부의 "L"자형 테일 램프 등이 그 것이다. 따라서 새 차를 만들더라도 디자인 변화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뉴 5시리즈는 이 같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면을 두텁게 처리하고 선의 흐름을 바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전면부는 그릴과 헤드 램프를 잇고 면적을 넓혀 중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키드니 그릴은 모서리를 더해 구형과 인상이 많이 다르다.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한 범퍼는 흡기구를 키워 역동적이다.
단순하게 굴곡지던 측면부는 캐릭터라인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형태가 달라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각도는 더 유연해져 쿠페의 느낌도 물씬 풍긴다.
후면부는 테일 램프를 길게 늘렸다. 덕분에 차체 폭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범퍼 양쪽엔 모서리를 세워 주행 시 차체를 빠져나가는 공기저항을 줄였다. 범퍼 아래와 반사판을 감싸는 면 처리는 후면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실내는 더욱 고급스러워진 덕분에 7시리즈와 상당히 닮았다. 벤츠 E클래스가 S클래스를 닮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 등 각종 버튼이 많아졌지만 매뉴얼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직관적이다. 70% 넓힌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보다 많은 정보를 담았다. 속도, 내비게이션은 물론 반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여부 등을 표시한다. 굳이 계기판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 계기판은 주행모드에 따라 레이아웃과 색상을 달리하며 가운데에 주행보조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운전석쪽으로 향한 센터페시아는 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계기판으로 빨려드는 듯한 생김새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버튼 조작없이 손동작으로 제어 가능한 제스처 컨트롤은 쓰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 자체가 꽤 재미있다. 시트 포지션은 생각보다 높으며 앉았을 때의 감성은 만족스럽다.
▲성능
동력계는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을 얹어 최고 190마력, 최대 40.8㎏·m의 힘을 발휘한다. 요소수를 활용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선택적촉매환원(SCR) 방식을 채택했다. 표시 연료효율은 ℓ당 13.9㎞다. 1,750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풍부한 토크는 2t에 가까운 차체를 박력있게 밀고 나간다. 제원 상 0→시속 100㎞ 가속시간은 7.6초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저속에서의 변속충격이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가속을 돕는다.
영종도에 위치한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체험한 핸들링은 BMW답게 민첩하다. 비로 흠뻑 젖은 노면 위를 여러 바퀴 달렸음에도 4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전자제어장치가 흐트러질 틈을 주지 않는다. 고속주행 안정성도 상당하다. 최고속도에 근접해도 불안감없이 묵직하게 달린다.
하체는 견고한 강성이 전해지지만 부드러움을 지향했다. 역동적인 주행과 일반적인 주행 사이의 타협점에 도달한 느낌이다. 흔들림없는 감속을 구현한 제동력 역시 인상적이다. 기존 520d의 단점으로 꼽히던 소음과 진동은 적극 개선했다. 주행모드는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등 세 가지다.
신기술의 핵심인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에 손만 올려놔도 자연스럽게 속도와 차간거리, 차로 등을 유지한다. 다만 우천으로 센서가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인지 차로 유지 기능은 쉽게 꺼졌다.
▲총평
BMW는 뉴 5시리즈를 두고 비즈니스와 역동성을 고루 갖춘 주력제품으로 설정했다. 시승구간을 도심, 고속도로 그리고 트랙으로 다양하게 구성한 점도 이를 고려해서다. 그 만큼 일상과 일탈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매력을 지닌 차다. 정중동의 변화인 듯하지만 신기술을 무기삼아 기존과 전혀 다른 차로 변모시킨 점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움츠렸던 BMW의 묵직한 한 방이 수입 프리미엄 중형차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BMW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520d M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의 가격은 7,120만 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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