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90 시리즈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던 볼보자동차가 이번엔 고성능 브랜드 "폴스타"를 국내에 선보이며 역동적인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높은 성능으로 차별화 하겠다는 것.
물론 고성능 볼보가 뜬금없이 세상에 나온 건 아니다. 1966년부터 스칸디나비안 투어링카 챔피언십(STCC)을 포함한 모터스포츠를 통해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 왔고, 2015년 튜닝회사 폴스타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역동성을 적용했다. 다만 브랜드가 "안전의 대명사"로 익히 알려져 왔기에 인지도가 낮았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볼보차코리아는 낯설지만 자신있게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트랙 시승을 마련, 높은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디자인&상품성 폴스타의 내외관은 일반 S60 R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뒤로 폴스타 레이싱팀의 상징인 "사이언 레이싱 블루"의 사각형 엠블럼과 몇 개의 부품이 고성능을 암시하는 정도다. 폴스타 엠블럼은 많은 고성능 브랜드가 속도감이 느껴지는 비스듬한 사각형을 쓰는 것과 대조된다. 그릴을 비롯한 주요 부품은 검정색으로 처리해 포인트를 줬다.
전면부는 범퍼 아래에 스커트를 덧대 드레스업과 공력성능 강화 효과를 노렸다. 자세가 더 낮아진 덕분에 보다 매서운 인상이 만들어졌다. 측면부는 20인치 알로이휠과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245/35ZR20)로 휠하우스를 가득 채웠다. 사이드 스커트를 마련하지 않아 다소 심심하기도 하다.
후면부는 트렁크 리드에 립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를 길게 빼 차체 위를 통과한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했다. 범퍼 아래는 듀얼 머플러와 R-디자인의 것보다 넓은 디퓨저를 장착해 역동적이다.
실내 역시 대부분은 여느 S60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 도어 트림, 시트 등의 바느질 마감에 하늘색을 썼으며, 스웨이드 소재를 활용해 차별화 했다. 도어 실에 폴스타 전용 패널을 부착한 점도 다르다. 스티어링 휠 뒤편으로는 패들시프트 레버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센터페시아는 고광택 검정색 패널 대신 탄소섬유 패턴을 적용했다.
투명커버로 덮은 기어 레버는 고급감이 조금 떨어진다. S90, XC90의 최상위 트림에 썼던 크리스탈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착좌감으로 정평이 나있는 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폴스타 로고를 등받이에 음각으로 새겼다.
▲성능 4기통 2.0ℓ 엔진에 터보와 슈퍼차저 두 과급기를 결합한 구성이다. 터보차저의 반응 지체 현상, 이른바 터보 랙을 슈퍼차저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기존 볼보차의 T6 엔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엔진 흡배기 캠샤프트와 커넥팅로드, 컴프레서, 배기 파이프 등을 손봐 최고 367마력, 토크는 최대 47.9㎏·m까지 끌어올렸다. 0→시속 100㎞ 가속은 4.7초인데, 배기량 2.0ℓ 이상의 엔진을 쓰지 않은 볼보차로선 최선의 결과다.
가속력은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볼보답게 호쾌하다. 엔진 특성에 따라 슈퍼차저가 초기 가속을 돕고 이후 중고속에서 터보차저에 바통을 이어주는 느낌이다. 주행감성을 북돋을만한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비록 4기통 엔진의 한계라 하더라도 볼보에서 나는 소리치고는 꽤 터프하다. 볼보가 내는 소리가 서킷을 채우는 현실이 서서히 와닿는다.
하체는 탄탄하게 묶었다. 수십 년간 볼보차와 궁합을 맞춰온 올린즈社의 쇼크업서버는 감쇄력을 30단계로 수동 조절할 수 있다. 시승차는 중간인 15단계로 맞춰 놓아 변경 폭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설정했다. 스프링을 일반형보다 단단하게 만든 덕분에 급격한 하중 이동에도 바퀴를 땅에 붙이는 힘이 좋다. 탄소섬유로 이뤄진 스트럿 역시 롤링 억제 효과를 높인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가볍지 않아 안정적으로 잡고 달릴 수 있다.
브렘보가 만든 브레이크 답력은 일반 S60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6피스톤 구조 기반의 제동력만큼은 월등하다. 특히 고속에서 급제동할 경우 그 특성이 제대로 발휘된다. 직진 구간 뒤에 펼쳐진 코너 앞에선 겸손해질 수 있었다.
전륜구동 기반인 데다 적극적인 4륜구동 체험을 위해 운전 중 의도적으로 미끄러짐을 부여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안전에 고성능을 더한 만큼 한계 상황에서도 탑승자를 보호하려는 듯한 느낌이다.
▲총평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성능을 적절히 지향한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가 특별한 날(?)에만 즐기는 고성능 제품 대신 "날마다 고성능"을 내놓는 것처럼 폴스타 또한 마찬가지다. 볼보차로선 흐름은 물론 모험보다 안정을 택해 가족과 함께 해도 괜찮은 성능을 폴스타에 부여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볼보차는 폴스타 S60의 직접적인 라이벌로 BMW M3, 메르세데스-AMG C43가 아닌 아우디 S4, 메르세데스-AMG C450 등을 꼽고 있다. 극한의 고성능보다 즐기는 고성능이라는 점을 내세운 결과다. 가격은 7,660만원.
인제=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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