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실용적인(?) 고성능차, 페라리 GTC4 루쏘 T

입력 2017년04월26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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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가 2016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GTC4 루쏘 T는 서킷을 달리기 위한 차가 아니다. "그란 투리스모 쿠페(GTC)"의 이름처럼 4명이 빠르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고성능 GT를 표방한다. 그러나 페라리는 서킷에 익숙한 브랜드다. 그들이 만든 GT도 서킷과 잘 어울릴까.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이 차를 탔다.


 ▲디자인
 차체는 2도어 슈팅 브레이크의 형태다. 해치백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페라리"란 브랜드와 5m에 가까운 길이를 감안하면 그렇게 부르기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엔진을 차체 중앙에 올리기 위해 승차공간을 뒤로 밀어낸 덕에 역동적인 자세를 연출했다.

 전면부는 다각형 헤드 램프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페라리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인상은 전작인 FF보다 가다듬은 모습이다. 헤드 램프 구조는 단순하다. 측면은 기다란 2박스 차체의 자태가 우아하다. 간결하게 면을 완성했지만 어깨를 강조해 힘이 느껴진다. 앞펜더엔 엔진 열을 방출하기 위한 구멍을 뚫어 성능을 암시한다. 후면부는 두 개의 원형 테일 램프가 짝을 이뤄 오래 전 페라리의 디자인을 되살렸다. 머플러도 같은 구성으로 맞춰 일관성을 살렸다. 범퍼 아래의 디퓨저는 압도적인 크기여서 성능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실내는 얼핏 좌우 대칭형으로 보이지만 운전석 비중이 더 크다. 하단이 평평한 스티어링 휠 가운데 노랗게 새긴 말 엠블럼, 곳곳에 보이는 탄소섬유 소재, 빨간 버튼들이 심박수를 높인다. 계기판 형태와 색상도 질주본능을 일깨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가죽의 촉감과 세심한 처리는 충분히 고급스럽다.

 GT답게 웬만한 편의품목은 다 갖췄다. 10.25인치 크기의 터치 스크린은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담았다. 글로브박스 위쪽엔 길다란 디스플레이를 마련해 동승자도 속도, 엔진회전수, 기어단수 등의 주행정보를 볼 수 있다. 페라리는 이 구성을 "듀얼 콕핏"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2+2 구조의 쿠페는 뒷좌석이 좁지만 GTC4 루쏘 T는 성인이 앉아도 여유롭다. 휠베이스가 2,990㎜인 데다 지붕이 차체 후미까지 이어져 전체적으로 공간이 넉넉하다. 통유리로 만든 천장은 폐쇄적일 뻔한 공간의 쾌적함을 높인다. 더욱 놀라운 건 뒷좌석이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버킷 형태라는 점이다. 적재공간은 기본 450ℓ다. 뒷좌석을 접으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시판중인 페라리차 중 가장 넓다.



 ▲성능
 엔진은 V8 3.9ℓ에 트윈스크롤 방식의 터보차저를 결합해 최고 610마력, 최대 77.5㎏·m를 뿜어낸다. 캘리포니아 T에 먼저 얹은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V12 자연흡기 엔진의 GTC4 루쏘보다 70마력이 낮지만 최대토크는 6.4㎏·m 크다. 터보 랙은 발생할만한 시점에서 출력을 제어하게 돼 거의 느낄 수 없다. 자연흡기 방식을 고집하던 페라리가 자신있어하는 부분이다. 넘치는 힘은 전통에 가까운 페라리 사운드로 구현해 청각적으로도 전달한다.


 시승코스가 서킷인 만큼 주행모드는 아이스, WET, 일반, 스포츠, ESP 해제의 다섯 가지 중 가장 역동적인 "스포츠"로 맞췄다. 7단 듀얼클러치의 반응은 순간의 겨를도 없이 재빠르다. 변속충격으로 몸이 앞뒤로 쏠리는 재미가 제법이다. 스티어링 휠 상단부는 F1 머신처럼 엔진회전수에 따라 빨간불이 순차적으로 점등돼 변속시점을 알린다.

 동력성능에 걸맞게 코너링도 절묘하다. 운전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페라리가 현실에 적응한 걸까. 앞뒤 무게 배분이 46대 54인 덕분도 있지만 다이내믹 컨트롤 시스템, 뒷바퀴까지 조향하는 4WS 등 섀시를 조율하는 다양한 장치가 후륜구동과 긴 휠베이스가 갖는 단점을 보완한다. 실제 GTC4 루쏘 T가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면 일반 차와 다른 낯선 거동이 드러난다.

 브레이크가 바퀴를 움켜쥐는 힘도 상당하다. 답력이 강해 제동 시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 만큼 높은 속도를 더 오래 유지하며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성을 활용하는 마그네라이드 SCM-E 댐퍼는 유연하지만 역동성을 버리지 않은 설정이다.

 뒷좌석에 타고 서킷주행을 체험했다. 버킷시트의 존재이유는 분명했다. 코너링 시 온몸으로 전해지는 횡중력은 예상보다 세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했다. 양산차가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압박이 몰아쳤다.



 ▲총평
 페라리는 페라리다. 일상과 어우러지는 GT를 추구했지만 오랫동안 모터스포츠를 통해 갈고닦은 기술력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것이 GTC4 루쏘의 다운사이징 버전이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제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연흡기를 모사한 터보 엔진과 후륜구동을 채택한 점은 같은 제품군인 GTC4 루쏘와도 상반된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페라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시대가 자율주행, 친환경 등 고성능과 거리가 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SUV의 흐름이 더해지면서 어지간한 슈퍼카 브랜드조차 SUV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페라리는 굳게 버틴다. 이 가운데 GTC4 루쏘 T는 페라리가 만드는 가장 실용적이고 평범한 제품이 분명하다. 판매가격은 3억 원대 중반.




인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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