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SUV의 이단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입력 2017년05월02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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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단의 안락함, 쿠페의 역동성, 리무진의 고급감...SUV가 오프로드에서 벗어나 추구하던 특성이다. 그러나 대다수 SUV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다. 랜드로버는 아이코닉 제품인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개폐식 지붕을 더했다.

 이보크 제품군에 3도어가 있었다는 점은 컨버터블 탄생에 결정적인 동기를 부여했다. 5도어에 비해 손 댈 부분이 적어 컨버터블 전환에 필요한 차체 활용도 만큼은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랜드로버 역사상 68년 만에 처음 선보인 컨버터블인 만큼 그 의미도 깊다.

 ▲스타일
 컨버터블은 지붕을 열었을 때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역시 지붕을 열었을 때 낯설고도 멋스런 제 모습이 완성된다. 굳이 닫은 상태여도 다른 SUV에서 볼 수 없는 묘한 자태지만 말이다. 

 전면부는 이보크와 다르지 않은 다부진 인상이다. 그릴은 "U"자를 겹쳐놓은 듯한 LED 주간주행등의 다각형 헤드램프와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그릴, 흡기구 등은 육각형 패턴으로 일관성을 더했다. 범퍼 하부는 일체형 스키드 플레이트와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처리해 하부 손상에 따른 피해를 줄였다.


 3도어 기반의 측면은 스포츠카 못지않은 역동적인 자세다. 반듯한 캐릭터 라인은 뒤로 갈수록 긴장감을 더한다. 일반적인 쿠페 기반의 컨버터블은 지붕을 닫았을 때 실루엣이 어색할 수밖에 없지만 이보크 컨버터블은 각진 차체를 바탕이어서 꽤 자연스러운 라인을 가질 수 있었다. 휠 하우스를 부풀린 듯한 면 처리에서도 어디든 달려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후면부는 껑충하다. SUV 가운데서도 쿠페형 제품에서 볼 수 있는 자세다. 높은 차체와 이탈각 확보를 위한 구조 탓이다. 각진 테일램프를 양 옆에 두고 트렁크 리드엔 립 스포일러를, 범퍼 아래는 전면과 같은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실내는 직선을 강조한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한다. 육각형, 또는 팔각형의 요소를 스티어링 휠, 모니터 커버, 컵 홀더, 각종 버튼 등 곳곳에 심어 단단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반면, 원형 스피커는 약간 어색하다. 

 센터페시아는 기울기를 낮춰 승용 감각이 물씬한 면도 있다. 시동을 걸면 올라오는 재규어랜드로버 특유의 다이얼식 기어레버도 빼놓지 않았다. 편의품목은 10.2인치 모니터와 연결성을 강화한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가 눈에 띈다.



 뒷좌석은 3도어 제품답게 다리 공간은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머리 공간이 제법 여유있다. 지붕을 열면 오히려 앞좌석보다 개방감이 크다는 장점도 있다.

 개폐식 지붕 때문에 입구가 낮아진 트렁크는 열리는 각도가 아쉽다. 미니 컨버터블처럼 아래로 펴듯이 여는 방식이라면 더 편리했을 것이다. 공간은 251ℓ에 불과하다.


 ▲성능
 동력계는 재규어 XE에 탑재한 인제니움 직렬 4기통 2.0ℓ 디젤 엔진으로 최고 180마력, 최대토크 43.9㎏·m를 발휘한다. 동력 성능은 2.1t  이상의 차체를 끌기에 모자람이 없다. 다만 늘어난 무게 탓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은 10초를 웃돈다. 그 사이 9단 자동변속기는 시프트 업(shift up)을 하느라 바쁘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표시 효율은 복합 ℓ당 12.4㎞다. 도심과 교외를 오간 실제 효율은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하체는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설정이다. 지상고가 낮지 않아 운전 자세가 높아졌지만 전반적인 주행질감이 안정적으로 와닿는 이유다. 무거운 차체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제동력도 제법이다.

 컨버터블인 만큼 차체를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앞과 뒤가 하부로만 연결되다보니 지붕이 있는 이보크보다 견고함이 떨어진다. 특히 노면이 불규칙한 곳이나 차체가 비틀릴만한 곳에 진입하면 강성의 차이가 전해진다.

 캔버스 소재의 전동식 소프트탑은 여닫을 때 각각 18초, 21초가 소요된다. 개폐가 완료될 때까지 작동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시속 48㎞ 이하 주행 시에도 여닫을 수 있다. 지붕을 닫아도 C필러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외부 소음 유입이 큰 편이다. 적응이 된다면 거슬린다기보다 신선할 것이다.

 ▲총평
 랜드로버의 모험 정신이 돋보이는 "SUV의 이단아"다. 고효율을 앞세운 인제니움 엔진을 바탕으로 고성능의 역동성을 쫓는 대신 새로움을 찾은 것. 현대적인 디자인 안에 감춘 무한한 헤드룸 만이 갖는 반전 매력이 핵심 포인트다. 비록 수요가 적을지라도 자연을 벗삼을 수 있는 가장 멋진 방법을 간직한 셈이다. 그러나 가격은 레인지로버 이보크 라인업 중 가장 높다. SE 다이내믹은 8,38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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