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아차의 고성능 자신감, 스팅어 3.3ℓ 터보

입력 2017년06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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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가 고급차 라인업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항간에 떠돌던 "에센투스"나 "에센시스" 같은 별도의 브랜드를 선보이진 않았지만 기존 대중차급과 분명히 구분되는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었다. 첫 신차는 "스팅어"다. 후륜구동 기반의 고성능 세단으로, 지난 1월 북미국제오토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지난 5월11일 소개 후 19일만에 사전계약 2,700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 판매목표인 8,000대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스팅어는 프리미엄 라인업의 첫 차인 만큼 "고급스러움"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기아차가 시도한 적이 없는, 또 소비자가 경험한 적이 없는 성격의 차를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과연 스팅어에는 "프리미엄"이 녹아 있을까. 3.3ℓ 터보 GT 트림을 시승했다.


 ▲스타일
 외관에선 혼혈(?)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모체는 기아차인데 외국의 피가 섞인 느낌이랄까. 얼굴은 동양적인데 몸매가 서구적이다. 중형차급의 K5와 비교하면 조금 작지만 볼륨감이 풍성하다. 차체는 전반적으로 무게중심이 낮다. 휠베이스가 길고 앞 오버행은 짧다. C필러 이후로는 루프라인이 완만하게 떨어진다. 고성능 그란투리스모(GT)에 가깝다.

 전면 그릴은 기아차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커다란 에어 커튼과 측면 에어 가니시가 역동성을 자아낼 뿐 아니라 공력성능을 높인다. 19인치 휠은 미쉐린 타이어를 끼웠다. 그 안으로 살짝 비치는 빨간 브렘보 브레이크는 존재만으로도 신뢰감을 준다.


 뒤태는 긴장감이 절정을 이룬다. 바짝 치켜든 엉덩이와 루프라인이 만나 한껏 부풀어 올랐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리어 윙과 리어 디퓨저를 채택했다. 양쪽에 위치한 트윈 머플러는 스팅어의 성능을 짐작케 한다.

 실내는 낮고 아늑하다. 버킷시트가 스포츠카처럼 낮은 시야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몸을 단단히 잡아준다. 그럼에도 시트의 상하 이동 가능폭이 커 헤드룸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시야가 조금 답답하면 시트를 높여 일반 세단처럼 이용하면 된다.


 센터페시아 중앙 상부엔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뒀다. 기아차 유보와 애플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원형의 동그란 에어벤트는 항공기 엔진을 형상화했다. 그 아래 오디오시스템과 각종 공조조절장치 버튼을 배치했다. 시프트 레버 주변엔 무선 스마트폰 충전기, 드라이브모드 버튼, 2개의 컵홀더 등을 마련했다. 계기판 위쪽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속도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띄운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으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고속도로주행보조 시스템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성능
 시승차인 GT 트림은 3.3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370마력, 최대 52.0㎏·m의 성능을 발휘한다. 중형급 차체에 3.3ℓ 터보 엔진을 얹으니 힘이 넘친다. 가속 페달을 3분의 1 정도 밟았을까. 순식간에 속도계 바늘이 치솟더니 시속 150㎞를 넘는다. 초반부터 가속력이 상당하다. 저속, 중속, 고속을 나눠 주행해봐도 어느 부분 모자람이 없다.

 새 차는 정지 상태에서 엔진회전수를 높여 순간적인 가속을 돕는 런치 컨트롤을 장착했다. 시승코스 상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시속 100㎞까지 4.9초에 도달한다는 수치가 충분히 수긍될 정도다. 쭉 뻗어내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다만 급가속을 시도할 때 터보 래그가 살짝 느껴진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GT 컨셉트인 만큼 주행안정감이 탁월하다. 후륜구동이 기반인 데다 파워트레인을 후방으로 이동하고 배터리를 뒤쪽 아래에 배치하는 등 저중심을 구현한 게 고속안정성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첩하진 않지만 묵직한 조향감도 안정감을 높인다. 더불어 GT 트림에 기본 적용한 기계식 차동기어 제한장치는 후륜구동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겨울철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고속주행을 즐기라는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진동과 소음을 상당한 수준으로 절제, 오랜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하다. 승차감은 일반 고급 세단보다 단단하지만 특유의 부드러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조합했다. 달리기성능만큼 서는 것도 만족스럽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제역할을 톡톡히 한다. 순간적인 제동상황에서도 확실히 속도를 줄여 예상한 제동거리를 밑돈다. 


 드라이브 모드는 총 5가지인데 컴포트와 스포츠를 번갈아 사용했다. 스포츠모드로 변환하면 배기사운드가 보다 과격해지면서 역동적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듯 신호를 보낸다. 동시에 가속 페달의 응답성도 살짝 민첩해지면서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다이내믹한 변화는 아니지만 기존에 비해서는 차별화됐다는 생각이다. 

 2세대 드라이브 와이즈도 경험했다. 기아차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장치를 추가했다.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등 약 15초간 스스로 주행한다. 직선이나 곡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코너가 심하거나 하이패스 톨게이트처럼 차선이 널찍하게 벌어진 경우에는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15초가 지나면 운전자가 운전대를 다시 쥐도록 경고하고, 이 때도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HDA 상황을 해제한다. 다만 여타 브랜드의 HDA 시스템이 운전대 위에 손을 살짝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주행보조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스팅어는 운전대를 온전히 쥐어야 운전자의 개입을 인정한다.


 ▲총평
 스팅어는 기아차 고급 라인업의 성패를 쥔 핵심 제품이다. 스팅어에 대한 평가가 곧 고급차 라인업에 대한 평가이자 그 다음 제품에 대한 기대치를 결정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기아차의 이번 도전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내외관 디자인과 성능, 감성 등 전반적인 상품력에서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벌써 다음 라인업을 채울 추가 제품이 기다려질 정도다.

 시승차의 판매가격(GT 트림 드라이브 와이즈2와 와이드 선루프 포함)은 5,110만 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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