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간판모델 캠리 8세대가 왔다. 외관은 확 달라져 활기찬 느낌을 주고, 토요타의 자동차 구조 개혁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 동력계와 플랫폼은 하이브리드카의 강점인 친환경보다 역동성을 강조했다. 새 캠리를 시승했다.
▲디자인 외관은 넓고 낮게 빚어내 역대 가장 과감한 캠리로 꼽을 만하다. 이전까지 수수했던 이미지를 완전 탈피한 디자인이다. 반면 전체적인 균형미는 흐트러져 보인다. 차체를 이루는 각 디자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다. 프리우스를 비롯한 최신 토요타 제품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전면은 토요타의 디자인 정체성 "킨 룩(Keen Look)"을 중심으로 연출했다. 특히 그릴은 상당한 면적을 차지해 고래의 수염을 연상시킨다. 토요타 플래그십 세단인 아발론이 물려준 유산이다. 내부엔 에어 셔터를 장착해 엔진 냉각이 필요한 경우에만 열어 공기저항을 감소시킨다. LED로 꽉 채운 헤드 램프는 그릴 아래로 모이는 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측면은 저중심 설계를 채택해 날렵한 자세를 보인다. 쿠페를 떠올릴 정도는 아니지만 한층 젊어진 분위기다. 사이드 미러 부근에서 살짝 아래로 처진 창틀과 뒷바퀴를 감싸는 듯한 곡면이 이채롭다. 그러나 도어를 가로 질러 테일 램프 아래로 향하는 선과 C필러를 가르는 선은 자연스럽지 못해 의도가 궁금하다.
후면은 입체적으로 구성해 지루하지 않다. 트렁크 리드를 한껏 치켜올리고 범퍼 양쪽을 독특한 곡선으로 끌어내려 공기저항을 줄이는 효과를 노렸다. 테일 램프는 헤드 램프와 마찬가지로 LED 흐름을 따르는 동시에 전력 소모를 줄였다. 반사도를 높인 끝부분은 얼핏 보면 깨진 것 같아 개선이 필요하다.
실내는 토요타 라인업 중 가장 세련된 구조를 갖췄다. 특히 센터페시아는 하나의 고광택 패널로 처리해 간결함을 극대화했다. 에어컨은 다이얼로 처리해 직관적이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장식한 트림은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 독특하다.그러나 실내 하단을 구성하는 플라스틱 패널 마감은 흠집이 잘 생길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운전자세는 쿠페 수준으로 낮지만 타고 내리는 데 어렵진 않다. 이에 따른 시야각 보정도 동시에 이뤄져 전방 시야의 불편함은 없다. 스티어링 휠의 굵기가 얇아 손이 작은 운전자의 반응이 좋을 것 같다.
뒷좌석 공간은 널찍하다. 휠베이스를 50㎜ 늘리고 탑승 자세를 낮춰 준대형 세단 수준의 공간을 확보한 덕분이다. 트렁크룸은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로 옮기면서 일반 세단과 비슷하게 넓어졌다. 뒷좌석을 모두 접어 공간을 더 넓힐 수도 있다.
▲성능 2.5ℓ 가솔린 엔진(170마력)과 모터(120마력)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최고출력은 211마력이다. 2t에 가까운 차체를 감당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힘이다. 가속 페달을 최대한 밟으면 신경질적인 엔진음이 들려오긴 하지만 오르막길을 달리는 데도 제법 여유있다. 무단변속기는 엔진회전수에 맞춰 속도를 유연하게 끌어올린다. 에코, 일반, 스포츠 등 세 가지 주행모드는 각각 엔진 반응, 스티어링 휠 무게감 등을 다르게 지원한다.
승차감은 차급에 맞게 설정했다. 잔 진동이 짧게 남는 정도로 조율했다. 그럼에도 와인딩 구간에서 체험한 롤링 억제력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TNGA 플랫폼의 장점 중 하나다.
제동은 회생제동 시스템의 개입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정확하게 이뤄진다. 타력주행 시 줄어드는 속도도 일반 엔진차와 거의 같아 "하이브리드카"라는 점을 잊게 만든다.
짧은 시승시간동안 계기판에 표시된 연료효율은 ℓ당 12~13㎞를 벗어나지 않았다. 인증받은 연료효율은 복합 16.7㎞/ℓ다.
▲총평 무난했던 이전 캠리들을 대신하는 화끈한 캠리다. 토요타가 제시한 "와일드 하이브리드"가 헛된 말이 아님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더한 점은 베스트셀러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인다.
토요타는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쟁차로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지목했다. 캠리의 상품성이 동급으로 꼽히는 쏘나타를 뛰어넘는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수입차와 국산차의 대결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은 만큼 토요타의 도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판매가격은 4,25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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