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기차로 거실 에어컨 작동시킨다"

입력 2017년11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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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스 양방향 충전 시스템 개발 주역 만나보니
 -FET 소자 대체로 전기 이동통로 만들어

 EV 전용 충전기로 전력을 배터리에 축전한 뒤 구동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다른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은 일찍부터 주목돼 왔다. 하루 평균 23시간의 주차 시간이 의미하는 것처럼 실제 이동에 자동차가 사용되는 시간은 많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400㎞에 달하는 배터리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로 하루 평균 100㎞를 운행한다면 300㎞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은 남아 있다. 이를 가정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흔히 "V2H(Vehicle to House)"라고 한다. "자동차(Vehicle)"라는 것 자체가 전력을 싣고 다니는 에너지 이동 수단이라는 뜻이다. 기름을 화물차 탱크에 싣고 가는 것처럼 전기차가 전력을 옮기는 것과 같다. 

 그런데 차 안의 전력을 그대로 뽑아서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력 시스템이 달라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고류 전력을 받은 후 이를 직류로 변환시켜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를 다시 가정에 공급하려면 다시 교류로 바꿔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 유럽 국가는 별치형 시스템을 선택했다. 한 마디로 전기차와 가정용 전력이 서로 오가는 통로를 차에 싣고 다닌다. 하지만 이 경우 시스템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별치형 아닌 탑재형으로 설계, 편의성 높여
 -전기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바구니, 전기차

 이런 이유로 여러 기업이 앞 다퉈 일체형으로 설계된 양방향 전력 충전기 개발에 나섰다. 지난 2012년 토요타는 자동차와 주택 간 전력공급 시스템 V2H(Vehicle to Home)를 개발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나 배터리 전기차(BEV)에 충전 뿐 아니라 자동차에 축적된 전력을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쌍방향 전력공급 시스템이다. 가정이나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전기, 저비용 심야전력을 자동차 배터리에 충전하고, 이와 동시에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는 자동차 전력을 가정에서 이용하는 개념이다. 별도 배터리를 전력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재해 상황이라면 비상 전력으로도 쓸 수 있으며, PHEV의 경우 충전 전력을 모두 소비해도 가솔린 엔진을 통해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부각됐다. 전력의 상호 공급은 에너지매니지먼트시스템(HEMS)을 통해 이뤄지며, 주택과 충전 스탠드, 자동차 간 전력 교환은 데이터 통신 기술을 이용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전력은 내부에 장착한 직교류변환기인 AC100V 인버터가 담당한다. 

 물론 이런 양방향 충전 시스템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전기차 등장과 함께 한국전력 등이 추진해 왔지만 실제 자동차 배터리와 가정용 전기 시스템의 안정적인 연결이 쉽지 않았다. 물론 유럽처럼 별치형을 사용하면 되지만 무겁고 비용이 많이 들어 상용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자 모비스는 하나의 회로도를 통해 자동차와 가정의 전력이 서로 손쉽게 오갈 수 있는 양방향 충전기 개발에 나섰다. 최근 국내 최초로 등장한 "전기차 탑재형 양방향 충전기(Bi-directional On Board Charger, 양방향 OBC)"가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별치형"이 아니라 전기차 "탑재형"이라는 점이다. 전력의 변환 시스템을 차 안에 일체형으로 넣으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전기차 전력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모비스 기술연구소 전력변환설계팀 김종철 책임연구원(팀장, 사진)을 만났다. 그는 "양방향으로 전력을 오가도록 하려면 일방향으로 전류가 흘러가는 다이오드를 스위치 역할의 FET 소재로 바꿔주면 된다"며 "개발의 목표는 차 안에 전력 변환 시스템을 넣는다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크기와 무게 등을 최소화 한 양방향 전력송신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보다 쉽게 설명하면 "전기(Electron)"라는 손님이 자동차로 들어올 때는 교류 옷을 입고 문턱에 올라선 뒤 탈의실(변환기)에서 직류로 갈아입은 후 "배터리"로 들어온다. 그 곳에서 대기하다가 사용자가 구동에 전기를 필요로 하면 별도 경로를 따라 이동해 바퀴를 굴리고 소진된다. 하지만 배터리에 남은 전기가 가정으로 다시 나갈 때는 탈의실(변환기)에서 교류로 갈아입어야 한다. 가정에 필요한 맞춤형 전기 손님이 되는 식이다.  

 김 팀장은 현재 운행되는 전기차 4대가 모이면 20가구가 하루에 필요한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기차 10만대가 심야 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한 후 발전소가 없는 지역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옮기면 굳이 화력발전소 1기를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도출된다. 전기차의 전력 이동 수단 활용에 여러 나라가 적극 나서는 배경이다. 

 기술이 개발된 만큼 실차 검증도 진행된다. 실제 가정에 전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별도 에너지장치의 전력 공급원으로 전기 이동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충방전 출력 모두 전기차에 적합한 6.6kW급이 구현됐는데, 외부 변압기를 추가로 활용하면 야외에서도 전기차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전한다. 전기 없는 캠핑장에 전기차를 가져가면 내연기관차와 달리 화장실 등에서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전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되고, 승압기를 연결한 뒤 12V 배터리 방전을 우려해 엔진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식이다. 김 팀장은 "전기차는 결국 전력을 운반하는 수단이자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직접 구동 에너지로 사용하는 다용도성이 확산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기름은 자동차에만 주로 사용하지만 전기는 가정 및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사용되고 있어서다. 이번 모비스의 양방향 충전기 개발 소식을 예의 주시했던 배경도 결국은 전기차의 다목적 활용이고, 2020년이면 전력 운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에서 언급되는 "전기화(Electrification)"에 한국이 한발 다가섰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용인=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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