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남 다른 비결,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입력 2019년03월0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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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랜드로버 고성능 전담 부서 SVO 작품
 -최고출력 575마력 내뿜는 슈퍼 SUV
 

 자동차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도 어떤 제품에 시선을 돌려야 하는지 적지 않은 고민이다. 그 사이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완성차회사들의 고민은 더 커졌다. 남들과 다른 차별점을 내세워야 했고 굴지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는 대안으로 고성능을 선택했다.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 오랜 시간 기업이 쌓았던 모터스포츠 정체성을 부각할 수 있는 데다 기술력도 자랑할 수 있어 고성능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로 여겨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는 AMG를 고성능 전담 부서로 정한 뒤 세그먼트를 불문하고  "AMG" 뱃지를 달고 있으며, BMW와 아우디 역시 "M"과 "RS"라는 고성능 라인업을 따로 만들어 제품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재규어랜드로버는 2014년 고성능과 한정판 차종을 위한 전담 부서 "SVO(Special Vehicle Operations)"를 출범했다. 

 이후 레이싱 DNA를 양산차에 녹인 SVR 라인업을 속속 선보였다. 레인지로버 SVR도 그 중 하나다. 플래그십 성격을 가진 대형 SUV에 역동적인 성능을 담았을 때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궁금증을 가지고 시승을 시작했다.

 ▲디자인&상품성
 4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공개된 지 6년이 흘렀고 부분변경 차종이 한국에 선보인 지도 1년이 가까워진다. 그만큼 첫 인상은 익숙하다. 커다란 덩치와 각 잡힌 차체, 넓은 유리창, 차를 꾸미는 요소까지 신선함과 거리가 멀다. 다만 SVR이 가질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넣어 일반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차별화했다.

 그릴은 크기를 줄였고 반대로 앞 범퍼는 모든 공기를 다 마실 것처럼 한껏 입을 벌린 모습이다. 사이드 미러와 지붕, 레인지로버 레터링은 검게 칠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21인치 휠과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 4개의 사각 배기구는 SUV보다 스포츠카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시승차는 보닛과 펜더를 비롯한 차체 일부를 탄소섬유로 꾸몄다. 덕분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요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실내는 호화롭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부분은 가죽으로 덮었고 천장을 감싼 스웨이드를 비롯해 탄소섬유와 은색 알루미늄 장식은 고급감의 절정을 보여준다. 엔진 회전수를 강조한 풀 LCD 계기판과 통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패들시프터, 빨간 변속레버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시동을 걸고 서킷을 질주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위아래로 나뉜 센터페시어 모니터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반응 속도와 연동성도 뛰어나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반면 가변 배기 시스템을 비롯해 달리기 성격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은 모두 화면 속에 담겨 직관성은 조금 떨어진다. 고성능 SUV임을 고려해 주행 성능을 다룰 수 있는 기능은 버튼식으로 따로 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체형 버킷 시트는 과분할 정도로 사치스럽다. 모양도 훌륭하고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매력적인 시트는 2열에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2열 탑승자를 위한 편의 품목은 일반 레인지로버 시리즈와 같고 덩치를 고려해 공간에 대한 불만도 나오지 않는다. 트렁크는 기본 752ℓ, 2열을 접으면 최대 1,658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두툼한 보닛 아래에는 최고 575마력, 최대 71.4㎏·m를 내는 V8 5.0ℓ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이 들어있다. 재규어 고성능 스포츠카 F-타입 SVR과 같은 제원이다. 0→100㎞/h 가속은 4.5초, 최고속도는 크기와 안전을 고려해 시속 280㎞에서 제한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차는 우렁찬 소리를 토하며 달릴 준비를 마친다.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V8 소리는 깊어지고 날카로운 비트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때로는 공명음조차 매우 호감 가는 소리로 들린다. 배기구 4개에서 나오는 소리를 묘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변 배기를 활성화시키면 요동치는 뇌우 소리가 더 커진다. 터널에서는 귀가 얼얼할 지경이다. 소리 하나 만큼은 경쟁차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처음 몇 ㎞를 달릴 때는 소리에 취해 성능을 확인할 겨를이 없다. 강한 토크를 경험하고 나면 그제서야 달리기의 진가를 확인하고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무섭게 튀어나간다는 의미를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에 붙이면 적절하다. 스로틀에 조금만 힘을 줘도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데 스릴을 넘어 때로는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몰입감과 주변 사물이 0.01초 만에 사라지는 속도감을 경험할 수 있다. 

 육중한 덩치가 달려나가는 감각은 고성능 해치백이나 스포츠카의 짜릿함과는 또 다르다. 가속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자칫 위험한 상항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깊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탄성을 잃은 고무공처럼 순식간에 속도가 줄어든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한 SUV로 변한다. 놀라운 포커페이스 실력에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단점은 고갯길에서 드러난다. 지상고가 높아 역동적인 운전에 한계를 보인다. 스티어링은 정확하지만 SUV는 SUV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움직임을 바로잡아주는 능력은 좋지만 빠르면서 안정적인 포물선을 그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무거운 앞머리와 크고 높은 차체를 잊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뒷일을 보장하지 못한다. 대처 능력이 좋은 에어 서스펜션과 단단한 댐퍼, 접지력이 좋은 피렐리 타이어 덕분에 다루기에 어려움은 없지만 본격 하드코어 주행은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총평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대다수의 그저 그런 고성능 SUV가 아니다. 강한 성능을 바탕으로 다른 차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강력한 소리가 감성을 건드리고 레인지로버만의 호화로운 옵션과 고급 소재로 상위 1%를 유혹한다. 빠른 SUV 중에서도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더없이 좋은 차다. 가격은 1억9,0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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