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색다른 재발견, 짚 랭글러 사하라

입력 2019년03월21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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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주행에 특화된 정통 SUV
 -기어비 조정과 온로드 타이어로 승차감 높여
 

 짚 하면 랭글러를 먼저 떠올린다. 회사의 역사와 정체성을 대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 차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굳어진 편견도 적지 않다. 랭글러는 험로 탈출에 뛰어난 상남자 차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차를 접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전이 어렵고 거칠게 질주할 것만 같은 마초 랭글러를 생각한다. 

 그러나 짚의 생각은 다르다. 모험을 즐기고 어디든지 떠나고 싶다면 누구든지 랭글러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랭글러 세부 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짚은 정통 오프로드 제품인 루비콘을 비롯해 소프트톱을 얹은 스포츠, 역동성을 강조한 2도어와 픽업 버전인 글래디에이터를 마련했다. 그 중에서도 온로드에 초점을 맞춘 "사하라"는 랭글러의 또 다른 면을 살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지우고 제품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디자인&상품성
 랭글러의 디자인은 독보적이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진 한결같은 얼굴에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7개의 세븐 슬롯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 넓은 휠하우스와 사각 테일램프까지 어렵지 않게 랭글러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외관 변화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때로는 신형과 구형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보닛 개폐 고리와 밖으로 노출된 도어 경첩과 같은 고유 요소도 그래도 남겼다. 다만 신형인 점을 감안해 램프 속 구성을 LED로 꾸몄고 방향지시등을 펜더 바깥으로 옮겨 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연료 캡도 새로 생겼다.

 실내는 변화 폭이 두드러진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선명한 디지털 화면이 추가됐고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짚의 최신 UI 적용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티어링 휠과 공조장치 버튼, 변속레버 주변 모습도 전부 새롭다. 디자인은 세련됐고 품질은 높아졌다. 예전 랭글러와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다. 반면 외관과 마찬가지로 제품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는 건들지 않았다. 바짝 치켜 올린 앞 유리와 극단적으로 짧은 대시보드, 수직으로 떨어지는 센터페시아 구조, 중앙에 위치한 유리창 버튼 등이다.

 루비콘과 다른 사하라만의 특징도 눈에 띈다. 먼저 휠하우스 펜더와 지붕이 차체 색상과 동일하다. 타이어는 온로드 주행에 맞춘 255/70R18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듀얼러 HT 제품을 사용한다. 구동력을 강제로 잠가주는 액슬락과 서스펜션 링크를 분리하는 스웨이바와 같은 험로 주행에 특화된 기능은 과감히 뺐다. 대신 실내에 들어오는 소음을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과 우퍼가 포함된 9개의 알파인 스피커를 넣어 상품성을 높였다.

 ▲성능
 랭글러 사하라에는 최고 272마력, 최대 40.8㎏·m을 내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 맞물리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기본에 들어간다. 엔진이 작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행 감각은 예전 V6보다 한 수 위다. 힘은 부족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게가 많이 줄어 활력이 넘친다. 신형 랭글러에는 보디 패널 일부를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90㎏ 정도 덜어냈다. 그럼에도 강철 프레임에 연결한 견고한 2개 축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접합 부위를 강화해 섀시 강성은 키웠다. 그 결과 작은 엔진으로도 경쾌하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고속 회전에서 유리하게 바꾼 기어비는 사하라의 장점 중 하나다. 스로틀을 열고 속도를 올려도 굼뜨거나 더딘 반응이 없다. 운전석에서 보는 시야가 높을 뿐 차를 다루는 느낌은 도심형 SUV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차에서 기대하는 깊게 울리는 엔진음이 없어 다소 허전하지만 신형으로 오면서 크게 손봤던 파워트레인 조합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만족을 줬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5링크를 사용한다. 리지드 액슬 방식이며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승차감이 구형보다 부드럽지만 요즘 SUV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심기가 불편하거나 상용차 느낌이 나는 건 아니다. 현실과 타협한 타이어 덕분에 루비콘에 비해 월등히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준다. 무리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일상 주행에서 큰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코너링은 느리고 언더스티어 성향이 가능하다. 차의 덩치와 높이, 전 세대에 비해 길어진 휠베이스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앞서 말한 단점은 오프로드 성능을 얻기 위해 치른 희생이다. 액슬락과 스웨이바가 빠졌지만 기본적인 험로 주파 실력은 경쟁차와 비교불가다. 모래 언덕부터 경사로, 바위와 자갈이 섞인 거친 길도 사하라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실내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창을 따로 마련했다. 굳이 문을 열고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오프로드에서 랭글러는 운전자에게 편안하고 믿음을 주는 존재다.

 ▲총평
 사하라는 루비콘과 다른 특징을 내세워 랭글러의 매력을 전달한다.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은 유지한 체 도심 주행에 맞춘 운전 감각과 승차감으로 폭넓은 시장을 공략한다. 이젠 디자인과 스타일에 끌려 차를 처음 접하고 실망할 소비자는 거의 없다. 예전의 거칠고 투박한 특성은 반으로 줄이고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변함없이 가져갔다. 신형 사하라는 랭글러 인식 개선에 힘을 더하고 짚 부흥에 도움을 줄 전략 차종으로 손색이 없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한 사하라의 판매 가격은 6,14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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