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강력한 전기 SUV의 등장, 벤츠 EQC

입력 2019년05월2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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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전기차 지향하는 고급 소재와 편의품목  
 -주행 감각과 충전 시간 등 전기차 단점 크게 줄여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13일 세계 각 나라 미디어를 노르웨이 오슬로로 불러들였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 세워진 수 십여 대의 전기차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오슬로는 전기차의 천국답게 도로 위에서 다양한 전기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아가 2025년부터는 아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의 전면 금지를 선언했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를 위해 대부분 세금도 면제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판매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며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벤츠가 첫 번째 순수 전기차 EQC를 소개하는 자리를 노르웨이 오슬로로 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EQC는 벤츠가 2016년 파리모터쇼에 친환경 브랜드 "EQ" 컨셉트를 공개한지 2년 만에 나온 양산 SUV 형태의 BEV(Battery Electric Vehicle)다. 

 일반적으로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인 전동화(Electrification) 차종은 세부적으로 하이브리드(HEV, Hybrid Electric Vehicle)와 배터리 전기차(BEV), 그리고 수소전기차(FCV, Fuel Cell Electric Vehicle)로 구분한다.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저장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선 BEV 출시가 범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리미엄 배터리 전기차를 표방한 EQC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스타일&상품성
 EQC는 길이 4,761㎜, 너비와 높이가 각각 1,884㎜, 1,624㎜로 GLC보다 작고 GLC 쿠페와 비교하면 약간 큰 수준이다. 볼륨감을 강조한 디자인 덕분에 첫인상은 듬직하다. 큼직한 그릴과 헤드램프, 주변을 감싼 블랙 패널은 차가 웅장해 보이는 효과를 줬다. LED 주간주행등은 램프 끝에서 올라와 그릴 위를 흐르며 반대쪽 램프까지 이어진다. 다른 벤츠 차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옆은 매끄럽다. 문짝 아래에 짧고 굵은 주름만 빼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했다. C필러에 놓인 쿼터글라스도 크기를 키우고 꼬리를 내려 공격적인 모습보다 차분하고 섬세한 느낌이 강하다. 뒤는 가로로 길게 자리 잡은 테일램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지붕 선이 완만하게 떨어지며 유리창 면적도 작아 마치 쿠페형 SUV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벤츠는 EQC를 크로스오버 SUV로 분류하고 비율을 강조한 바 있다. 뒤 범퍼는 배출가스가 없는 만큼 배기구 자리를 단정하게 다듬었고 크롬 도금을 둘러 고급감을 나타냈다.

 실내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많은 부분이 새롭다. 특히 층을 나눠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센터페시아 패널과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송풍구가 인상적이다. 전기차를 나타내는 전용 버튼과 계기판, 새로운 방식의 터치 패널도 시선을 훔친다. 친환경 특수 가죽 소재를 씌운 대시보드와 냉각기의 영감을 받아 고안된 도어 안쪽의 홈은 자꾸만 만져보게 된다. 

 앞서 말한 몇 가지 특징을 제외하면 전기차라고 유별나거나 특별한 건 없다. S클래스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시트와 콘솔박스 등 곳곳에 덮은 질 좋은 가죽, 변속기와 버튼들의 쓰임새도 전부 내연기관 제품에서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기술인 MBUX는 EQC 특징에 맞춰 전부 새롭게 만들었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은 전기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로로 안내하며 메르세데스 미 차지 시스템을 활용해 이동 중 충전소 위치와 개수, 예상 배터리 용량, 결제 수단 및 지불까지 모두 안내된다. 음성인식으로 광범위한 자료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복잡한 길 안내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운전자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열은 여유롭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은 널찍하고 가운데 턱이 낮아 성인 3명이 앉아 이동해도 불편함이 덜하다. 트렁크는 기본 500L를 제공하고 아래쪽에 별도의 깊은 공간을 마련했다.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얇게 펴서 넣은 덕분에 공간에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 이와 함께 버튼 한 번만 누르면 2열이 알아서 접히는 기능을 추가해 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성능

 EQC는 두 개의 전기모터와 80㎾h급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결합으로 최고 408마력, 최대 78.0㎏·m의 힘을 낸다. 0→100㎞/h 가속은 5.1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시속 180㎞다. 각 차축에 탑재한 모터는 역할을 나눠 성능과 효율을 챙긴다. 앞 차축의 전기모터는 저중속 범위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세팅해 전력 소비를 줄인다. 반면 뒤 차축의 전기모터는 역동성을 담당하는 식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간다. 여느 전기차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속도가 붙으면 상황이 다르다. 급하게 전기에너지를 쏟아붓는 차들과 달리 EQC는 적절히 속도를 올리며 충분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마치 일반 가솔린차를 타는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하게 달린다. 굼뜨거나 답답한 반응은 느끼기 힘들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회생제동 에너지가 강하게 걸리면서 울컥 거리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거의 없다. 파워트레인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는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와 마지막 멈출 때, 한 마디로 시작과 끝에서 불쾌함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잊어도 좋다. EQC에 탑재된 5가지 주행모드(에코, 컴포트, 스포츠, 맥스레인지, 인디비쥬얼)는 저마다 성격이 뚜렷하게 나뉜다. 에코는 여유로운 반응을 이끌고 컴포트는 플래그십 세단 못지않게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을 구현한다. 스포츠는 전기 파워트레인의 강한 힘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모드는 맥스레인지다. 최장 주행 거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능형 주행 모드로 가속페달이 묵직해지고 회생제동 에너지도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배터리 충전 양과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각 모드를 바꿔 주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으로는 한정된 전기 힘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주려는 벤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주행 모드와 합을 맞추는 햅틱 액셀러레이터 페달도 신선한 구성이다. 가속 페달에 일정한 층을 나눠 응답력을 조절하는데 장거리 주행에 제법 유용했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 휠 뒤에 붙은 패들 시프트는 에너지 회생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D-"와 "D--"는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며 "D"는 일반 주행, "D+"는 중립 제어 시스템인 코스팅 기능이 활성화된다. "D" 오토는 상황에 맞춰 회생 에너지 수준을 조절한다. 단계가 많아 처음 적응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한번 손에 익으면 패들 시프트 조작만으로도 속도 조절은 물론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반환점에서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충전하기로 했다. EQC는 한 번 충전으로 최장 450㎞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루했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급속충전의 경우 최대 110㎾의 출력으로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며 벤츠 월박스를 이용하면 가정용 220V 소켓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기를 꽂은 뒤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었을 뿐인데 어느덧 50% 넘게 충전이 됐다. 충분히 목적지까지 갈 만큼의 거리가 확보된 만큼 다시 출발했다. 옆에서 같이 충전을 하던 다른 전기차 오너는 놀란 듯 쳐다본 다음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총평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한다. 상대적으로 미리 터를 잡은 아우디 e트론이나 재규어 I-페이스, 테슬라 모델X와 경쟁해야 하지만 벤츠는 이들의 존재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제품 출시는 조금 늦었지만 "완벽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다"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내부적으로 수많은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벤츠가 보여줄 수 있는 프리미엄 요소를 아낌없이 넣었다는 뜻이다.  

 실제 눌러보고 만져볼 수 있는,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부터 주행 감각과 모드별 상황에 따른 운전의 즐거움 등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벤츠의 최신 안전장치 등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기능까지 어설프거나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렵다. 물론 시장에선 늘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EQC의 제품력만 보면 앞선 주자들이 긴장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올 하반기 국내 공식 출시할 예정이고 가격은 미정이지만 프리미엄 배터리 전기 SUV의 파장은 분명해 보인다. 

노르웨이(오슬로)=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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