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다재다능한 만능 재주꾼, BMW 620d GT

입력 2019년07월2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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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그먼트 장점 모두 갖춘 신개념 GT카
 -다소 무난한 운동 성능은 아쉬워


 소비자의 요구는 끝이 없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차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조금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차를 찾는다.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하는 만큼 폭넓게 활용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BMW는 발빠른 계획과 결단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에 맞는 차를 내놓았다. 2009년 그란투리스모(GT) 시리즈로 출시한 3GT와 5GT가 대표적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GT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가 높아진 SUV 수요를 이기지 못하고 점점 판매가 시들해졌고 조용히 단종 절차를 밟는다는 소문도 적지 않게 들렸다. 다만 BMW는 포기하지 않았다. 엔트리 제품인 3GT를 과감히 없애고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마침내 숫자를 하나 올려 6GT가 세상에 나왔다. 정확히는 2017년에 글로벌 데뷔와 함께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에는 파워트레인 다변화를 통해 조금 더 실용적인 620d GT가 출시됐고 지난달 열린 BMW 디젤 라인업 시승행사에서 잠시나마 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스타일&상품성
 6GT는 예사롭지 않은 첫인상을 가졌다. 덩치에서 시선을 압도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길이는 5m가 넘고 너비는 2m에 육박한다. 앞뒤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도 3m를 가뿐히 넘긴다. 7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차답게 크기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비율도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아름다워졌다. 정갈한 키드니 그릴과 바로 옆으로 이어 붙인 헤드램프는 단번에 BMW 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앞 범퍼는 LED 안개등 주변을 감싼 크롬 도금을 제외하면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다소 심심한 모습은 측면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에어브리더와 펜더를 비롯해 날카로운 캐릭터라인도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선과 꽁무니를 길게 뺀 쿼터글래스(C필러에 추가로 달린 쪽창) 정도가 특징이다. 

 뒤는 안쪽으로 말아 들어간 트렁크 디자인과 커다란 테일램프, GT 레터링이 특징이다. 트렁크 리드에 숨긴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110㎞에서 자동으로 상승하며 70㎞ 미만의 속도에서 내려간다. 수동 설정도 가능하다.

 실내는 한 단계 높아진 이름답게 곳곳에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엿볼 수 있다. 대시보드 형상과 각종 버튼은 5시리즈 때부터 봐서 그런지 익숙하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제스처 컨트롤, 디스플레이 키 등 각종 기능도 마찬가지다. 운전석에서의 딱 한 가지 차이점은 시트포지션이다. 기본적인 위치가 높아서 시야 확보에 유리하고 큰 차를 부담스럽지 않게 다룰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2열은 6GT의 핵심 포인트다. 7시리즈 부럽지 않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우선 무릎 공간이 넓다. 가운데 좌석 활용이 불가능한 전기차나 공간이 비족은 해치백보다 활용이 좋다. 개별 공조장치와 열선 기능이 적용된 전동시트도 마음에 든다. 공간과 구성, 전체적인 소재와 편의 장치는 평균 이상 값을 해낸다.

 기본 610ℓ에 이르는 트렁크 공간은 웬만한 SUV보다도 광활하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800ℓ까지 늘어난다. 전고가 낮고 해치 형태로 넓게 열리는 구조 덕분에 짐을 넣고 빼기도 한결 수월하다. 

 ▲성능
 620d에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m를 내는 4기통 2.0ℓ 디젤 엔진이 들어있다. 정확한 코드명은 B47D20이며 A에서 B 타입으로 넘어온 BMW가 만든 가장 최신의 디젤 엔진이다. 변속기는 ZF 자동 8단을 조합했다. 가속감은 무난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차를 이끈다. 특히 촘촘하고 정확한 기어비가 엔진이 가진 성능을 알차게 활용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추월 가속이나 고속 주행에서는 출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성능을 내는 과정도 차분하고 침착하다. 박진감 넘치게 빨리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BMW 하면 생각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편안하고 여유롭게 이동할 뿐이다.




 마냥 아쉽다고 표현하기에는 이르다. 정숙성에서 이점을 봤기 때문이다. 5시리즈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바닥 소음이나 풍절음을 걸러내는 수준도 뛰어나다. 날렵한 디자인으로 공기저항 계수를 줄였고 여러 기능을 더했지만 6GT의 무게는 5GT보다 115㎏ 가벼워졌다. 기본적인 골격에서의 개선이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와 정숙성을 높인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스티어링휠 응답성은 빨라졌지만 일반적인 BMW 세단과 비교하면 날카롭지는 않다. 에어서스펜션 역시 승차감에 초점을 뒀다. 전체적인 주행감각이 밋밋하지만 이 차를 가지고 와인딩을 달리거나 서킷에서 기록 단축을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때문에 큰 단점으로 지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상적인 세팅이다.

 ▲총평
 6GT는 두드러지는 외모와 높아진 상품성이 특징이다. 넓은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 고급스러운 소재도 인상적이다. 가치 판단 기준은 세그먼트 문제로 넘어간다. 독특한 외모를 가진 이 차는 희소성을 원하는 일부 소비자에게는 확실히 매력적인 차다. 세단보다 넓고 SUV보다 다루기 쉬우며 언제 봐도 신선함을 유지한다. 국내에는 콕 집어 상대할만한 경쟁 차종도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다.

 이와 함께 성능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620d는 합리적인 선택 기준이 된다. M패키지로 멋을 낸 630d나 고출력 가솔린 엔진이 주는 경쾌함이 인상적인 640i도 구미가 당기지만 GT 시리즈 중 가장 합리적인 620d의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620d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6시리즈 라인업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신차가 자신의 존재를 얼마만큼 알릴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620d GT 8,030만원, 620d GT x드라이브 8,43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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