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 정도면 승산이 있다, 쉐보레 트래버스

입력 2019년09월0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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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롭고 편안한 크루징 주행 강점
 -탑승자 모두에게 고른 만족을 주는 대형 SUV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차를 꼽으라면 단연 대형 SUV다. 좁은 땅에서 큰 차는 수요가 없을 것 같았던 편견이 모두 빗나갔다. 오히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대형 SUV는 가장 갖고 싶은 차 반열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높은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대형 SUV를 수요를 입증했고 수입 브랜드 역시 앞다퉈 커다란 SUV 신차 내 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35년 세계 최초의 SUV를 만든 쉐보레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징조가 없다. 미국차 특성에 맞춰서 만든 한 덩치 하는 SUV 제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국내 출시한 트래버스도 같은 맥락이다. GM이 만들고 있는 전체 SUV 중에서는 큰 편이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과연 트래버스는 덩칫값 하는 SUV일까 아니면 속 빈 강정처럼 싱거운 그저 그런 SUV 중 하나일까? 하루 종일 트래버스와 함께하면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디자인
 첫인상은 우람하다. 수치만 봐도 얼마나 큰 차인지 알 수 있다. 길이는 5,200㎜에 이르고 너비와 높이는 각각 2,000㎜, 1,785㎜다. 국산 대형 SUV와는 비교가 되지 않으며 같은 세그먼트에서 경쟁하는 수입 SUV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앞뒤 바퀴 사이 거리인 휠베이스도 3m가 넘어가기 때문에 차가 더욱 길어 보인다. 

 겉을 꾸미고 있는 요소들은 강약을 조절하고 단정하게 마무리해 깔끔한 인상을 심어준다. 패밀리 룩인 커다란 듀얼포트 그릴과 얇은 LED 헤드램프는 조화가 상당하고 두툼하게 감싼 앞 범퍼는 전체적인 차의 안정적인 비율을 완성한다. 측면은 거대한 20인치 휠과 넉넉한 휠하우스, 시원스러운 유리창이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반면, 뒤는 복잡한 기교 없이 일목요연하게 마무리한 리어램프 디자인과 트렁크 형상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기본으로 넣은 듀얼 배기구와 트렁크 가운데 굵은 크롬 장식이 밋밋함을 줄여준다.

 실내는 광활하다. 크기에서 오는 기본적인 공간 외에도 센터 터널이 낮고 센터패시아가 수직으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더 넓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계기판과 팝업 디스플레이, 공조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전반적인 구성은 다른 쉐보레 차들과 맥을 같이 한다. 변속레버 주변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앞쪽에 놓인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는 넓은 공간에 비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 흠집에 취약한 플라스틱 소재 사용 범위를 넓혀 고급스러움과도 거리가 멀다. 

 1열에 대한 아쉬움은 2열과 3열이 확 날려버린다. 우선 자리 배치. 트래버스의 2열은 독립식 캡틴 시트가 장착된 2인석, 3열은 분할 기능을 넣은 3인석으로 구성했다. 2열은 시트도 편하고 머리와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다. 또 플랫 플로어 설계로 바닥면이 평평해 보다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다. 앞뒤는 물론 등받이 각도 조절을 통해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 3열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무릎공간을 바탕으로 안락한 착좌감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어느 위치에 앉아있던지 답답하거나 몸이 불편하지 않다. 

 2·3열을 위한 편의 품목은 실용적이면서 알차다. 천장에 붙어있는 4개의 송풍구와 LED 조명, 후석 전용 공조장치 및 열선 시트, 곳곳에 숨어있는 여러 개의 USB 포트와 220V 소켓이 대표적이다. 미니밴처럼 좌석별로 마련된 이어폰 단자나 모니터, 앞뒤 탑승자가 마이크와 스피커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능 같은 건 없지만 SUV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 정도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넓고 깊은 수납공간은 마음에 들지만 소재와 각 패널들의 마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대중 브랜드의 성격을 감안해도 경쟁차와 비교해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다.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을 비롯해 날카로운 단면은 한 번쯤 다듬어도 좋을 듯하다.

 트래버스의 기본 트렁크 공간은 651ℓ다. 2열과 3열 폴딩 시에는 각각 1,637ℓ, 2,78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자전거나 유모차는 물론 서랍장이나 의자 같은 웬만한 가구도 손쉽게 적재 가능한 공간이다. 버튼 하나로 시트가 접히는 기능은 없지만 트렁크 바닥에 여유로운 수납함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위로가 된다. 이 외에도 범퍼 아래에 쉐보레 엠블럼 모양의 빔을 반사시켜 핸즈프리 트렁크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구성이 눈에 띈다.

 ▲성능
 국내 판매하는 트래버스의 파워트레인은 6기통 3.6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 한 종류뿐이다. 최고 314마력, 최대 36.8㎏·m의 힘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차를 이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감은 일품이다. 출력을 쥐어짜면서 힘겹게 속도를 올리는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5000rpm을 넘어가면서부터 본성을 드러내는 6기통의 호쾌한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트래버스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는 딱 거기까지다. 차의 크기와 무게, 컨셉트에서 오는 한계는 명확했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과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는 정직한 스티어링 휠의 반응을 보며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속도를 낮췄다. 정속 주행을 이어나가니 비로소 차가 가진 진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시트포지션이 다소 높지만 고속 크루징 때는 만족할 만한 안정성을 보여줬고 서스펜션이 노면을 거르는 능력도 수준급이어서 장시간 앉아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 덜하다. 

 시속 100㎞에서 엔진 회전수는 고작 1,600rpm 수준. 게다가 7단 이후부터는 사실상 항속 기어비로 세팅해 연료를 극단적으로 아끼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효율은 무난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기분 좋은 장거리 크루징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또 전용 고해상도 광각 카메라를 통해 최대 300% 향상된 후방 시야를 제공하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도 고속 주행에 숨은 조력자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곧바로 임도로 향했다. 산길 초입에는 비가 내린 뒤여서 땅이 진흙으로 바뀌었고 길은 미끄러웠다. 트래버스에 기본 적용된 네바퀴굴림 시스템 스위처블 AWD를 활용하기로 했다. 주행 중 필요에 따라 구동 방식을 앞뒤로 상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으로 트랙션 모드는 크게 2륜과 4륜, 통합 오프로드, 견인 모드로 나뉜다. 

 임도 입구에서부터 통합 오프로드 모드를 활성화했다. 진흙, 모래 등 험로 주행 환경에서 지면의 상황을 스스로 감지해 최적의 접지력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다이얼만 오른쪽으로 돌렸을 뿐인데 차는 성격을 180도 바꾼다. 차는 묵직하게 반응하고 변속기는 단수를 낮춰 저속에서 강한 힘을 만들어 낸다. 상황에 따라서 네바퀴에 힘을 분배해 접지력도 높아졌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길은 더 험난했고 바로 4륜 모드로 다이얼을 돌렸다. 깊게 파인 곳이나 미끄러운 자갈밭도 차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통과했다. 또 바퀴가 헛돌거나 위험한 상황은 쉽게 연출되지 않았다. 트래버스에 들어간 통합 주행모드 기능은 지프나 랜드로버처럼 정통 오프로드 브랜드의 하드코어 험로 주파 실력까지는 아니지만 형식만 갖춰 놓은 기능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총평
 쉐보레 트래버스는 크기와 공간만을 내세운 차가 아니다. 7명의 탑승자에게 고르게 만족감을 주고 이동의 본질을 충실히 수행하는 알짜배기 SUV다. 차별화를 위해 개성을 강화하고 복잡한 기능들로 무장해 부담으로 다가오는 요즘 차들과는 거리가 멀다. 쉐보레가 오랜 시간 SUV를 만들면서 쌓아온 기본기 노하우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대형 SUV 선호도 추세에 맞춰 수입차로 호적을 바꾼 쉐보레 트래버스는 국내 판매 차종에 70%를 SUV로 바꾸려는 한국지엠 전략에 선두주자로서 잘 어울린다. 신선함이 떨어진 수입 라이벌과 비교해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상황이다. 가격은 LT 레더 4,520만원, LT 레더 프리미엄 4,900만원, RS 5,098만원, 프리미어 5,324만원, 레드라인 5,522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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