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연료전지개발 총괄 위르겐 굴드너 부사장
"대형 트럭이나 버스 등이 장거리를 주행할 때 배터리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입니다. 물론 BMW는 상용차 부문이 없지만 수소연료전지 기술 일부를 승용차에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대안 에너지로 수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19 IAA에서 만난 BMW그룹 수소연료전지 개발 총괄 위르겐 굴드너 부사장(사진)은 미래 수송 부문의 에너지로서 수소분야를 꾸준히 개발해 왔고, 이를 자동차에 적극 활용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수요가 형성되고 제조사가 대응에 나서면 수소전기차 시장이 점차 커지고, 관련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BMW그룹이 수소를 주목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며 그 중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수소 압축 기술의 선행, 그리고 이동 수단 제조사로서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지속 가능한 이동 수단 제조사로 남기 위해 수소는 반드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현장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BMW의 미래 동력 전략이 궁금하다. 내연기관, 수소전기, 배터리 전기 등의 구성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뚜렷하게 숫자로 말하기는 어렵다. 수요에 따라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BMW는 소비자와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에 집중하려 한다. 게다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은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배터리 전기차가 나올 것이고, 보다 향상된 수소연료전지 차가 등장하리라는 점이다"
-수소의 저장과 유통은 어떻게 하나
"저장은 천연가스처럼 하면 되고,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운반한다. 이미 대규모로 수소를 처리하고 있어 어렵지 않다"
-BMW는 한때 액화수소를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바 있다. 2005년 BMW 선행기술개발센터를 방문했을 때 수소의 상온 저장을 위해 촉매를 찾는다고 했다. 그 이후는 어떻게 진행됐나
"맞다. 그때만 해도 BMW는 수소를 액화하는 것에 치중했다. 그리고 액화수소를 담는 탱크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장시간 수소를 액화 상태로 저장하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 지금은 기체 상태의 압력 탱크를 사용할 수 있어 더 이상 액화는 필요 없게 됐다"
-한국은 충전소 확장이 생각보다 더디다. 도심에 충전소를 세우려면 반대도 심하다. 독일은 어떻게 해결했나
"독일에는 이미 70기 이상의 충전소가 있으며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안전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충전소 개발자와 운영자들이 표준 매뉴얼을 철저히 지킨다는 의미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최근 노르웨이에서 수소 충전소 폭발 사고가 있지 않았나
"정확히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건 폭발이 아니라 화재였다. 수소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화재가 일어났고, 화재 때문에 수소가 불에 탄 것이다. 수소 자체는 폭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BMW가 보기에 수소전기차의 장점은 무엇인가
"휘발유나 경유처럼 3~4분 만에 에너지 충전이 가능한 점이 핵심이다. 그래야 사용자들이 불편함이 없다. 게다가 배출가스도 없다. 내연기관 대비 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배터리 전기차와 비교하면 에너지 충전이 매우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수소차는 상용차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나
"대형 상용차는 아직 배터리로 해결 가능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장거리 버스도 매일 500㎞를 운행해야 하는 경우 배터리로 해결할 수 없다"
-BMW는 상용차가 없는 데도 수소에 매진하나
"맞다. 하지만 상용차를 위한 기술 개발에 승용차도 포함돼 있다. 새로운 동력으로 장거리 이동을 원하는 승용 소비자도 있다. 이들에게 빠른 충전의 장점은 배터리 전기차보다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물론 배터리 전기차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다양한 동력계를 모두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 장거리를 이동하며 휴가를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덴마크 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휴가를 위해 자동차로 이탈리아를 간다. 1년에 1~2회 여행하는데, 이동 시 트레일러를 장착해 끌고 가기도 한다. 이를 배터리 전기차로 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할 수는 있으나 어렵기 때문에 이들에게 수소전기차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현재 수소탱크의 압력은 700bar 정도다. 압력을 더 높여 주행거리를 확장할 수 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 업계 표준이 "700바"이다. 물론 탱크는 1,000바의 압력도 견딜 수 있다. 그럼에도 700바를 사용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탱크의 비용, 700바로 압축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 해당 압력으로 저장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점(타협)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연기관과 비슷한 평균 600㎞ 주행거리도 고려된 측면이 있다"
-충전소 확대는 어떻게 이뤄지나
"유럽만 놓고 보면 충전소는 이미 충분히 확보돼 가는 중이다. 한국도 40~50기가 있지 않나(실제로는 그보다 적지만). 독일에는 70기 이상의 충전소가 있다. 물론 충전 인프라는 더 많이 필요하다. 2030년에는 글로벌 곳곳에 충전소가 들어설 것이다. 한국도 많이 확대하는 것으로 안다. 인프라 구축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으로 바꾸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나
"동력을 바꾼다는 것은 사업 전략을 재편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당장 전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토요타와 현대차도 제품을 새로운 사업 환경에 맞추어 조정한다면 50년 뒤, 또는 100년 뒤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결코 수소차만을 생산하는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 수소차는 여러 동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BMW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 있고, 이때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을 보고 있다. 자원에서 시작해 생산을 보고, 또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본다. 우리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점진적으로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지만 급격한 전환은 아니다. 이런 개념에서 수소전기차도 전기차의 일종으로 여기는 것 뿐이다"
-자동차회사들의 수소전기차 전략에 대해 일부에선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전자기업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도 있다, 동의하나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제나 경쟁사들로부터 우리를 방어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완성차를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내 일부 전자 및 IT 기업이 자동차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데, 제 아무리 재정에 여유가 있어도 생산과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저 아이디어는 나올 수 있지만 대량 생산은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