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하드톱으로 활용성 높인, BMW 430i 컨버터블

입력 2019년09월1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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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페와 컨버터블의 장점 동시에 누려
 -여유롭고 안락한 크루징 감각 인상적


 오픈카는 자동차 회사들이 자랑할만한 기술력의 상징이자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배려심 가득한 차종이다. 그래서 대중성이 떨어지고 판매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오픈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꾸준히 시장에 나온다. 소형 SUV의 오픈에어링 버전인 폭스바겐 티록 카브리올레를 비롯해 고성능 오픈톱 슈퍼카인 페라리 812 GTS 등 활용 범위는 세그먼트를 가리지 않고 넓어지는 중이다. 

 국내에도 올해 다양한 오픈카가 등장했다. 경량 로드스터인 BMW Z4가 상반기 데뷔했고 최근에는 메르세데스-AMG S63 카브리올레와 아우디 A5 카브리올레가 한국 땅을 밟았다. 이에 비해  BMW 4시리즈 컨버터블은 제법 연식이 있는 차다. 부분변경 신형을 2017년에 출시한 후 2년이나 흘렀다. 그렇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오픈카에서는 갖지 못하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하드톱이다. 단단한 철제 지붕을 씌운 오픈카의 숨은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4시리즈 컨버터블을 마주했다.

 ▲디자인&스타일
 첫인상은 익숙하다. 멀리서 봐도 단번에 BMW 차 임을 알게 해준다. 얇은 키드니그릴과 헤드램프, 반쯤 잘린 LED 주간주행등 덕분이다. 4시리즈 컨버터블은 럭셔리 라인과 M 스포츠 패키지로 나뉜다. 시승차는 럭셔리 라인으로 앞 범퍼에 굵은 크롬도금을 가득 둘렀다. 그런데도 촌스럽지 않다. 동그란 안개등과 함께 공기흡입구 디자인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무리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측면은 매끄럽고 늘씬하다. 4.6m에 이르는 길이가 한몫했지만 앞바퀴에서 출발해 테일램프 끝까지 이어진 굵은 캐릭터 라인이 시각적으로 더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고급감을 강조한 살이 많은 19인치 휠과 펜더에 크롬도금으로 마무리한 에어브리더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후면부는 전체적인 차의 스타일을 따라 낮고 스포티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롭게 디자인된 풀 LED 테일램프는 역동적인 외관을 강조하며 차의 끝부분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한 방향 지시등은 차체가 더욱 낮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 뒤 범퍼에는 길게 크롬으로 전면 공기흡입구의 실루엣을 반영한 뚜렷한 윤곽선을 더해 전체적인 디자인에 통일감을 준다.

 실내는 부분변경 치고는 크게 바뀐 부분이 없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어느 정도 느껴진다. 화려한 볼거리로 유혹하는 경쟁차와 비교하면 사뭇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능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두 개의 화면 페이지에 6 개의 대형 타일형 아이콘이 배치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아이콘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뉴를 메인 화면으로 옮길 수 있다. 여기에 전자식 계기판과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 패드, 컴포트 액세스 시스템과 연계한 스마트 트렁크 오픈 기능,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 등 남부럽지 않은 편의 품목을 꼼꼼하게 갖췄다.

 눈에 띄는 변화는 적지만 디테일한 요소를 추가해 상품성을 높였다. 도어 패널의 가죽 사용을 확대하고 공조 및 오디오 제어시스템 테두리는 크롬으로 마감했다. 또 센터 콘솔은 고광택 블랙 커버 패널을 적용했고 하드톱 루프 스위치와 앞좌석 일체형 벨트 가이드를 크롬으로 마무리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 외에도 변속레버 아래에는 톱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튼과 오픈에어링 시 목 주변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넥 워머 버튼을 별도로 마련했다.

 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3단계로 쪼개진 뒤 차곡차곡 접혀 트렁크에 들어간다. 모든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지며 무거운 철판과 유리를 나눠 접어야 하는 만큼 소프트톱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는 편이다. 트렁크는 기본 370ℓ를 제공하고 톱을 수납하면 220ℓ로 감소한다. 공간보다도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높이가 낮아 활용성은 떨어진다.

 ▲성능
 BMW 4시리즈 컨버터블은 직렬 4기통 2.0ℓ 트윈파워 싱글 터보 가솔린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한다. 0→100㎞/h 가속은 6.3초, 최고시속은 250㎞에서 제한된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지만 가속감을 비롯해 주행 질감은 웬만한 대배기량 자연흡기와 유사하다. 차는 시종일관 달릴 준비를 마치고 운전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곧바로 성능을 쏟아낸다. 부드럽고 넉넉한 힘으로 여유롭게 밀어붙이는 감각은 수준급이다. 터보렉은 거의 없다. 반응이 빠르고 스로틀을 개방하는 양만큼 정확하게 속도를 올린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하드톱이 주는 장점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소프트톱에 비해 풍절음과 외부 소음이 적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두툼한 철제 지붕이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상대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믿음도 커진다. 높아진 강성은 소프트톱과 차이를 명확히 나눈다. 개선된 비틀림 강성은 거친 도로나 포트홀을 통과할 때 효과가 드러난다. 거친 충격과 진동은 소프트톱처럼 가볍게 울려 퍼지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다.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앞머리를 찔러 넣고 포물선을 그리며 통과할 때까지 차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불안하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이상적인 무게 배분과 BMW 라인업 중에서도 손에 꼽는 낮은 시트포지션은 역동적인 운전에 힘을 보탠다. 한마디로 톱을 씌우고 빠르게 달리면 여느 쿠페와 비슷한 감각을 제공한다. 오픈카라는 생각을 잊고 오로지 앞에 놓인 길과 속도에만 집중하게 된다. 운전자는 차가 주는 피드백을 활용해 적극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여유로운 오픈에어링 시에는 도움을 주지만 부드러운 감각으로 인해 본격적인 주행에는 훼방을 놓는다. BMW는 컨버터블이 주는 특징에 맞춰 서스펜션 세팅 방식을 일반 4시리즈와 다르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쿠페와 그란 쿠페의 탄탄한 서스펜션이 문득 그리워진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톱을 열면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실내로 들어온다. 달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던 이성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낭만 스포츠카로 바뀐다. 저절로 속도를 줄이고 주변 사물에 눈길이 간다. 비록 오픈에어링을 즐기는 시간은 전체 운전에 10%도 안 되지만 4시리즈 컨버터블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총평
 4시리즈 컨버터블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운전자에게 만족을 준다. 두꺼운 하드톱을 가진 덕분에 지붕을 올린 채로 조용한 주행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지붕을 내리면 바람 소리 들으며 기분 좋은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 또 BMW가 가진 운전 재미를 더해 역동적인 운전도 가능하다. 

 경쟁 상대로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 아우디 A5 카브리올레가 있지만 두 차종 모두 소프트톱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명한 이점도 갖고 있다. 4시리즈 컨버터블은 안락한 세단과 스포티한 쿠페, 여유로운 컨버터블의 매력을 한 차로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차다. 또 누군가의 꿈이자 희망의 드림카로서의 역할로도 손색없다. 가격은 430i 컨버터블 럭셔리 라인이 7,370만원, M 스포츠 패키지가 7,71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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