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솔린 심장으로 다시 뛰는 쌍용차 창원 공장

입력 2019년09월1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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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츠 기술과 노하우 물려받은 생산시설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 추가로 활기
 

 서울역에서 KTX로 3시간, 창원중앙역에서 내려 다시 차로 15분을 달렸다. 주변에는 STX중공업과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경제를 책임지는 산업 시설로 가득했다. 그 가운데 "세계 최고의 엔진 품질"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쌍용차의 심장을 만드는 곳인 만큼 완벽한 생산과 철저한 검수가 진행됐고 그 속에서 미래를 살펴볼 수 있었다.

 지난 18일 쌍용차 창원공장이 제2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개방됐다. 공장 내부는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는데, 일반적인 제조 공장과 달리 소음도 별로 없고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 라인 내부에서 엔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며 귀띔했다.

 간단한 공장 소개부터 이어졌다. 1994년 처음 가동한 창원 엔진공장은 쌍용차 SUV 라인업의 핵심인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혼류 생산하는 중추적인 곳이다. 엔진 누적 생산은 지난달 기준 29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올 상반기 선보인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 생산으로 공장은 더욱 바쁘게 돌아가는 중이다. 

 생산 시설과 설비 운영, 검수 등의 노하우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을 가져왔다. 공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전부터 벤츠와 기술 제휴를 맺은 탓이다. 그때의 열정과 기술 습득이 오늘날 창원 엔진공장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생산은 크게 소형 엔진을 만드는 1공장과 중형 엔진 및 핵심 부품을 만드는 2공장으로 나뉜다. 생산 능력은 각각 10만대와 20만대 수준이며 올해는 16만대를 목표로 생산하고 있다. 이제 막 만들기 시작한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민병두 쌍용차 창원공장담당 상무는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함께 자동차 내연기관 흐름이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가솔린 엔진 개발을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후 수요가 많은 다운사이징 터보 가솔린 엔진을 만들기로 정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SUV=디젤"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공을 들였다. 저속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게 세팅했고 토크 곡선을 폭넓게 설정해 주행 활용도를 높였다. 2016년 4월 처음 시작해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37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엔진이 완성됐고 올해 5월 생산을 시작했다. 이는 창원공장의 연구진과 생산 설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참고로 새 엔진을 넣은 신형 코란도는 국내 판매 중인 SUV 중 유일하게 저공해 인증을 받은 친환경 가솔린차다.

 곧바로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을 비롯한 쌍용차 심장이 만들어지는 공장 내부를 살펴봤다. 1공장에는 1.6ℓ 가솔린과 디젤, 새 가솔린 엔진 3종류가 혼류 방식으로 생산된다. 70여개의 공정은 대부분 전동화로 진행되며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고 마지막 조립을 거치는 장면이 간략히 보였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작업자의 분주한 손놀림이 인상적이었지만 자동차 제조만큼 급박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만큼 한결 수월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다. 

 2공장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기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렉스턴 시리즈에 들어가는 중형 엔진과 함께 실린더 헤드 및 크랭크샤프트 등 핵심 부품까지 함께 만들어진다. 조립라인이 60%, 가공라인은 자동화율이 100%에 이를 만큼 최적의 효율 시스템을 갖췄다. 또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각 과정마다 전수검사 기능을 구성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 결과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불량률은 100만대 생산했을 때 50대 수준으로 양호하다.

 정전이나 지진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해 여분의 설비 장치와 시스템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엔진 생산은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는 얘기다. 엔진 하나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렉스턴이 6시간, 티볼리와 코란도가 5시간이다. 생산된 엔진이 평택으로 옮겨지고 완성차 조립 라인에 투입되는 시간 등을 감안해 재고는 최소 3일치를 확보하고 있다.

 시설을 둘러보니 맨 처음 공장이 조용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동화율이 높은 데다 소음 방지 시설이 많아서다. 품질을 위해 중간마다 꼼꼼한 검수 시스템으로 불량을 잡아내는 것도 인상적이고, 최종 검수는 사람이 직접 확인해 제품을 내보내는 것도 믿음이 갔다. "불량 제품은 만들지도, 받지도 말자는 것이 철칙"이라는 창원공장 담당자의 말처럼 모든 과정은 신중하고 섬세했다. 

 차가운 기계들이 냉정하게 움직이지만 근로자들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뜨거움이 느껴졌다. 새 엔진을 바탕으로 수출 판로를 넓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에도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창원 엔진공장은 꾸준히 앞을 향해 나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산실이다.

창원=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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