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연료 및 난방유에 세금 성격의 탄소 배출량 가격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후변화 대응 종합정책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탄소 배출량 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가격에 대해 2021년부터 1t당 10유로로 책정한 뒤 2025년까지 35유로로 올리기로 했다. 탄소 배출량 가격제는 난방유와 자동차 연료인 디젤 및 가솔린, 천연가스 등에 사용량에 따라 사실상의 세금을 새롭게 부과하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걷는 재원을 모두 연료 가격 상승 등으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4만 유로 이하의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늘리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또, 난방에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건물주에게 보조금을 주면서 2026년부터 건물에서 난방유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2023년부터는 트럭에 대한 세금도 올린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소비자에게 항공기 이용 세금을 올리는 대신 장거리 기차 가격을 할인해 주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투입되는 예산은 2023년까지 540억 유로(70조8천억 원)로 추산된다고 숄츠 장관이 말했다.
숄츠 장관은 이번 정책이 미래 일자리를 늘리는 등 독일 경제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사회민주당 등 대연정 3당은 전날 오후부터 이날까지 18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옳은 길을 찾기 위해 밀고당기는 건설적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면서 재정적자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연정은 지난 몇 개월 간 기후변화 대응책을 놓고 조율해왔다. 대연정 내부에서는 올해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녹색당이 부상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각하면서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독일 정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환경 단체들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공허한 조처들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한편, 이날 독일에서는 8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기후변화 대응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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