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벤츠, "오로지 '이동'에 집중하겠다"

입력 2019년09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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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에너지는 적극 협업
 -EQ, AMG, 마이바흐 모두 성장 가능성 높아
 -전시장, 온라인 구매 현장으로 변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운 CEO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벤츠의 미래는 여전히 이동 수단 제조사로 남겠지만 이동 수단의 기능과 본질이 변하는 만큼 에너지와 IT 기업들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할 수준의 폭넓은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율주행은 상당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 불확실한 부분도 동시에 존재한다"며 "비용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지털로의 전환이고, 이를 위해 벤츠는 향후 10년 이내에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전시를 통한 오프라인 판매가 온라인 판매로 전환됨을 의미,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가 전시장을 찾되 제품은 온라인으로 직접 고르는 방식인 것.

 칼레니우스 회장(사진)은 지난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벤츠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의 일문일답.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전동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소비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이 말은 가솔린이나 디젤 생산의 지속적인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나
 "맞다. 지금의 EV는 규제 대응 측면이 훨씬 높다. 그러나 소비자 구매력은 인센티브를 통해 바꿀 수 있다. 내연기관을 규제하기보다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여기에 맞춰 메르세데스-벤츠도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도 제품군이 중요하다. 규제도 규제지만 제품군 확대로 소비자 구매력을 높일 것이다"

 -2022년까지 유럽연합 내에서 탄소중립성을 달성하고 2039년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언급했다. 두 가지 목표에 17년의 차이가 발생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글로벌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빠르게 전동화가 이뤄지면 어마어마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생산은 시장을 따라가야 하는데 최소 20년에 걸쳐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로 얻은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것은 궁극이 아니다. 따라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성"이고 유럽연합 내 생산 시설은 2022년까지 바꿀 계획이다. 이후 각 나라별로 시설이 전환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17년 정도 차이가 난다"


 -최근 글로벌 관심은 모빌리티다. 그러나 벤츠는 기술 중심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모빌리티 부문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나
 "모빌리티 서비스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나우(NOW)"라는 브랜드로 모빌리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프리나우(FREE NOW)", "셰어나우(SHARE NOW)" 등이 운영된다. 그런데 모빌리티 분야는 이제 막 열리는 새로운 시장이다. 소유라는 개념이 공유로 일정 부분 바뀌겠지만 그것보다 다임러그룹에 있어 모빌리티는 제조물의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물론 일정 교차점을 지나면 흔하게 이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된다. 그래서 우리도 주의 깊게 살피며 입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자율주행은 완성차 기업의 수익성에 논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벤츠의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 전략을 고려할 때 테슬라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 체계를 바꿀 계획이 있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딜러 네트워크 비용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자율주행은 상당히 큰 투자이자 판세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도 될 수 있다. 당연히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통 전략은 바꿀 수 있다. 마케팅 및 영업 측면에서 디지털 전시장 전환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하나의 가격으로 출시된 제품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하고, 딜러는 대리점과 같은 역할에 머문다. 이런 점진적 변화를 통해 마케팅과 영업 방식은 향후 10년 정도에 걸쳐 온라인 직접 구매로 바뀔 것이다"


 -자동차의 전동화가 가져올 또 다른 문제는 내구성이다. 전자부품은 기계보다 내구성이 떨어진다. 이 경우 잔존가치도 빠르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벤츠 전기차의 잔존가치 하락 방어 전략은 있나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엔지니어링 지향점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전동화를 추진한다고 벤츠 전자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배터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에는 초기에 나온 구형 모델과 새로운 배터리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초기 시점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를 포함해 차의 장기 수명을 고려해 설계하고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향후 10년 내 바이오연료 다크호스 될 것
 -IT 기업의 기술 현실화 대상, ‘자동차’가 역할

 -자동차 산업과 IT 기업 간 연합과 제휴에 대해선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나 
 "변화를 위한 파트너십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위가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OEM 제조사 간 협업, 즉 공급사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달라지고 있다. 특히 IT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처음 CES에 참가한 것이 2008년이다. 당시 모든 이들이 벤츠의 등장을 의아해 했다. 그러나 올해 초 CES는 절반이 자동차였다. IT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실현할 수단이 자동차라는 의미다. 자동차가 곧 IT 기업들에겐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오늘날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며, 일상생활과 깊숙하게 연결된 제3의 공간이다. 5G 커넥티비티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도 자동차는 확실한 역할의 매력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제품의 종류가 급격히 늘어났다. 더 늘릴 것인가
 "EQ 브랜드는 제품이 다양해질 것이다. 단지 전기차 구색을 맞추기 위해 "EQ"를 런칭한 것은 아니다. 또한 기존 동력도 적극 활용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20년 내로 어떤 동력이 핵심으로 떠오를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재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이 꼽히지만 해조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도 다크호스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10년을 전망하라면 승용차는 배터리 전기차가 유력하고, 상용차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혼재할 것이다. 결국 이동 수단은 에너지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


 -BMW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유는
 "서로 다른 DNA지만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시장에선 규모를 키우고 빠르게 수익을 내야 하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둘이 손 잡고 유럽과 여러 시장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는 주행 보조 시스템, 개인용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서 비슷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공동 투자는 곧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자동차 업계에서 새로운 차원의 열린 태도가 나타나는 신호가 아닐까 한다"


 -환경 문제 뿐 아니라 무역전쟁,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이 지금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있다. CASE 외에 별도의 돌파 전략은 있나
 "자동차 역사에서 지금이 가장 커다란 변화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라는 발명품을 다시 발명해야 할 때다. 26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면서 업황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가 많았던 시절도 없었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업종이다(웃음). 여러 가지 복합 전략으로 극복할 것이다"

 -구글은 데이터로 수익을 창출했고,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애플은 그렇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어떤 노선을 택할 것인가? 데이터로 수익을 낼 것인가
 "원칙은 고객이다. 우리가 발표한 디지털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들이 메르세데스 미(Mercedes me) 계정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제공하는 사항을 선택할 수 있다. 프로필을 클라우드와 연동해 선호하는 라디오 방송국 등을 저장해 차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 사항을 운전석에 앉아 불러오거나 어디서든 필요한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결국은 맞춤형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사용 방식을 제공할 수 있고, 동시에 그 방식이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다면 메르세데스-벤츠는 해당 방식을 수익 사업으로 선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보안 및 안전 등의 측면은 매우 중요하다"


 -법적 규제가 없다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법적 규제와 관계 없이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 자율주행은 굉장히 민감한 기술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던 경험에 비추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세 가지 새로운 문제가 나타난다. 그래서 법적 규제가 없어도 벤츠 스스로 매우 신중하게 자체적으로 규제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부분은 또 다시 규제당국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 현재 새로운 S-클래스로 자율주행 레벨3 인증을 준비 중인데, 아직 레벨3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다"

 -브라질에는 에탄올을 사용하는 차가 많다. 이외에 여러 연료를 쓰는 나라도 적지 않다. 글로벌 관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내연기관 및 전기차가 계속해서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앞으로 20년간 혹은 그 이상, 전기차로 바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시장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건은 시간이다. 탄소중립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방향은 모든 국가가 같은 길을 걷자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길을 걷되 해당 시장마다 맞춤형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각 브랜드의 전략을 설명해 달라
 "EQ는 이번에 선보인 "S" 외에 다양한 제품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AMG와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모두 성장 잠재력이 높다. 특히 AMG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성공을 거뒀고, 마이바흐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말에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일부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이 에너지 기업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또 다른 곳은 커넥티드 분야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다임러그룹은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기업으로 변모하나
 "우리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업에 집중하려 한다. 수직 계열화를 계획하거나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은 미래적 관점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약속하는 "지속 가능한 모던 럭셔리"를 위해 에너지 기업과 협력은 필수다"

 프랑크푸르트=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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