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야수의 피가 흐른다, BMW M2 컴페티션

입력 2019년09월2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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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3 엔진 얹은 하드코어 스포츠카
 -원초적인 운전 재미와 깔끔한 주행 감각 선사

 
 완성차 회사들의 출력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상향 평준화된 요즘 제품의 특성상 더 강하고 빠른 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BMW가 생각하는 고성능은 남들과 다르다. 높은 출력으로 빨리 달리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또 대중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오리지널 골수 마니아들을 위해 충성심 높은 차를 만든다. BMW M2 컴페티션도 그중 하나다. 

 M2 컴페티션은 기존 M2를 가지고 새 엔진을 넣고 출력을 높인 차다. 변속 로직과 서스펜션, 하체 세팅도 전부 새롭게 조정해 완성도를 높였다. BMW는 M2 컴페티션을 글로벌 공개하면서 전례 없던 새로운 하드코어 스포츠카라고 정의했다. 1M이 사라진 상황에서 M2 컴페티션은 M카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지 확인해 봤다. 
 
 ▲스타일
 M2 컴페티션은 길이 4,461㎜,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54㎜, 1,410㎜에 불과한 아담한 차체를 가진 쿠페다. 휠베이스는 2,693㎜로 현대차 아반떼와 비슷하다. 앞바퀴가 엔진과 일직선상에 놓이고 뒷바퀴는 운전석 시트 뒤쪽에 바짝 붙여 50:50의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실현했다.

 세부적인 요소는 M2와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는다. 19인치 Y스포크 788 M 휠이 대표적이다. 차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한 체급 위인 M3와 M4 컴페티션의 별 모양 휠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 외에도 앞범퍼는 날카롭게 다듬어 공기를 순식간에 가를 것 같다. 키드니그릴은 끝을 바짝 치켜세웠고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 역시 눈꼬리를 올려 날렵함을 더한다. 시승차는 M 퍼포먼스 탄소섬유 파츠를 붙여 멋을 더했다. 펜더와 사이드 스커트, 디퓨져를 비롯해 거대한 스포일러는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불쑥 튀어나온 와이드 모니터와 공조장치, 변속레버 주변도 익숙하다. 크기가 작은 계기판은 아날로그 바늘과 디지털 화면이 적절히 섞였다. 복잡한 그래픽 대신 운전에 필요한 정보만 일목 요연하게 보여준다. M 전용 스티어링 휠에는 세팅 값에 맞춰 차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M1과 M2 버튼을 별도로 마련했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한 지름과 길쭉한 패들 시프트는 자꾸만 만지게 된다. 새빨간 시동 버튼도 또 하나의 감성 포인트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패널 곳곳에 탄소섬유와 알칸타라를 둘렀지만 큰 감흥이 없다. 센터페시아 구성이나 디자인에서 연식이 느껴진다. 오히려 숨은 매력은 수납공간에서 나온다. 깊은 컵홀더와 함께 넉넉한 도어 포캣은 활용도가 높다. 또 입구가 넓은 트렁크와 합리적인 뒷좌석은 세그먼트를 감안하면 충분히 수긍 가능한 공간이다.

 ▲성능
 큰 차이 느끼기 힘든 외관과 평범함 실내의 아쉬움은 가속 페달 한 번만 밟으면 모두 사라진다. M2 컴페티션은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은 그대로지만 기존 M2에 들어가던 싱글 트윈스크롤 터보 방식(N55 타입)을 버리고 M3 및 M4 에 탑재된 트윈터보 방식(S55 타입) 엔진을 넣었다. 작은 차체에 형이 쓰던 심장을 물려받은 결과 최고출력 410마력, 최대토크는 56.1㎏·m를 뿜어낸다. 일반 M2와 비교해 무게는 살짝 올라갔지만 40마력 높고 8.7㎏·m 더 강한 수치다. 0→100㎞/h 가속은 4.2초, 최고시속은 250㎞에서 제한된다. 

 사나운 맹수가 따로 없다. 시종일관 으르렁거리며 운전자를 극한으로 몰아세운다.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차는 손쉽게 튀어나간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몸이 시트 깊숙이 파묻힌다. 먼 거리에 있던 사물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스쳐 지나간다. 몰입감이 강해 조금만 방심하고 이성의 끈을 놓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 그만큼 M2 컴페티션은 폭발적인 가속감으로 운전자에게 더 강한 채찍질을 요구한다. 

 흥분을 부추기는 데에는 소리도 큰 역할을 한다. 저속에서는 별도의 증폭 장치 없이 디지털로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엔진 소리를 낸다. 이후 속도를 높여 엔진 회전수가 5,000rpm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뒤에서 요동치는 뇌우 소리가 들린다. 강하게 내지르는 배기음은 절정을 향해 다가서면 울부짖는 소리로 바뀐다. 이후 오른쪽 패들시프트를 당기면 퍽 하고 터지면서 다시 엔진음과 교묘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BMW M카 중에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소리다.

 7단 M DCT 변속기는 운전자가 원할 때 최적의 변속을 보여준다. 3단계로 나뉜 변속 패턴을 가장 빠르게 설정하면 만족은 더 크게 다가온다. M1과 M2 버튼도 마찬가지다.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 휠, 자세제어장치를 입맛에 맞게 설정할 수 있고 주행 스타일을 0.1초 만에 바꾼다. 단 몇 가지 버튼만으로 냉탕과 온탕을 자유자재 넘나드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인상에 남는다.

 노면 적응형 서스펜션인 전자식 댐핑 컨트롤(EDC)은 빠져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이 차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없는 편이 더 낫다. 노면의 감각을 여과 없이 전달해 운전자한테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기 때문이다. 섀시가 가진 능력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전자 장비를 최소화해 순수 운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BMW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M2 컴페티션의 하체에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는 흐트러짐 없이 빠르게 코너를 통과한다. 접지력이 뛰어난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PSS) 타이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 245/35R 19, 뒤 265/35R 19 사이즈의 두툼한 타이어가 도로를 찍으며 내달린다. 덕분에 안정감과 균형감이 좋아져서 코너에서 정확한 운전이 가능해졌다. 조기에 파워를 확보하고 탈출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작은 차가 주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운전에 자신이 붙는다. 다만 욕심은 금물이다. 코너에서 무리하게 가속을 이어나가면 계기판에는 슬립 경고등이 들어오고 위험을 알린다. 조금만 방심해도 차는 언제든지 훌리건처럼 난동을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작정 빠르게 질주하기보다는 차가 가진 넉넉한 성능을 바탕으로 운전 기술을 높이는 쪽을 추천한다.

 ▲총평
 M2 컴페티션은 고성능을 가장 BMW답게 풀어낸 차다. 멋과 눈 요깃거리 보다는 재미있는 운전을 위한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완성도까지 높였다. 단순 파워트레인 변화로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주행 감각과 차의 반응을 포함해 모든 부분에서 기존 M2와는 전혀 다른 차다. 새 M카는 오랜 시간 BMW 고성능 차에 대한 꿈과 로망을 실현시켜 줄 차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M2 컴페티션의 가격은 7,9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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