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내연기관과 조립 등 전통적인 사업부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완성차업체인 볼보는 최대주주인 중국 지리(Geely·吉利)와 엔진사업부를 합병하기로 했으며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인력 20%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고용안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볼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볼보와 지리의 엔진 사업부를 합병해 독립적인 사업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볼보는 엔진사업부 신설 목적은 순수 전기차(배터리 전기차, BEV)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보는 202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판매량의 절반은 BEV, 나머지 절반은 하이브리드차(HEV)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볼보와 지리가 신설하는 엔진사업부는 차세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개발해 양사의 차량에 공급하며 외부 완성차업체에도 납품할 계획이다. 신설 사업부에는 볼보에서 약 3천명, 지리에서 약 5천명이 합류할 예정이며 내연기관과 관련한 연구·개발(R&D)을 비롯해 구매, 제조, 재경 등의 인력이 포함된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합병에 따라 엔진 부문에서 감원할 필요성이 없어졌으며 상당한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연기관 시장은 앞으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근본적인 구조 개편을 선제적으로 단행한 것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도 지난 4일 울산공장 고용안정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따른 고용 문제와 관련한 외부 자문위원회의 제언을 청취했다. 자문위는 이 자리에서 전동화와 공유경제, 새로운 이동수단 등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조립 부문 부가가치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며 생산기술 변화로 앞으로 자동차 제조업 인력이 최소 20%에서 최대 40%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생산이 6만대가 넘어서고 2021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차량을 생산한다. 또 2024년에도 전기자 전용 라인을 설치하는 등 2025년까지 전기차 16종, 4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노조에 따르면 자문위는 이런 현대차의 전기차 양산과 기술변화에 따른 미래 고용 관계를 3가지 시나리오(20%, 30%, 40% 감축)로 분석했으며 가장 유력한 1번 시나리오로 전개되면 2025년까지 20% 정도의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시니어 촉탁 제도를 통해 매년 1천500여명에 이르는 인원의 정년 시점을 연기해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퇴직하게 하는 방안을 노사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수요 부진과 미래차 개발에 따른 부담 등에 따라 속속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포드와 닛산, 다임러,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뒤따라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GM은 당시 북미 5곳과 해외 2곳 등 모두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북미에서 1만여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은 최근 노사 간 임금제도 이견 등에 따라 파업이 4주차에 접어들었다. 포드는 지난 6월에도 유럽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만2천명을 감원하고 유럽 내 공장 6곳을 폐쇄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지난 5월에는 전 세계 사무직 근로자의 10%이 7천명 감원 계획을 내놨으며 북미에서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등 미래차 개발에 따른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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