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39마력 뿜어내는 신개념 레이스카 -우아한 디자인 속 탄탄한 주행 완성도 뽐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적지 않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뒤가 완만하게 내려앉은 형태와 빠른 성능을 지닌 스포츠 세단 정도라고 생각했다. 또 직접적인 경쟁 차종으로 지목한 포르쉐 파나메라와도 큰 차이를 경험하기 힘들 것 같았다. 4도어 쿠페 선택지는 늘어났지만 개성은 강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에서 차를 몰아본 후 지금까지의 생각은 전부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는 이중적 매력으로 운전자를 자극했다. 고급 세단의 역할도 해내면서 때로는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디자인&스타일 첫인상은 오묘하다. 차체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져 우아한 느낌이지만 곳곳의 요소는 날카롭고 강한 인상을 풍긴다. 앞모습은 공격적이다. 세로 줄무늬를 그려 넣은 파나메리카 그릴은 차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커다란 앞 범퍼 공기흡입구도 앞차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커다란 헤드램프와 "ㄷ"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이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일 정도다. 보닛은 한껏 부풀려 근육질 차체를 완성하는 데에 힘을 보탠다.
옆은 볼륨감이 눈에 띈다. 철판을 반듯하게 접기보다는 부드럽고 매끈하게 다듬은 결과다. 전체적인 비율도 마음에 드는 요소다. 실제 AMG GT 4도어 쿠페를 디자인한 비탈리스 앤스는 "차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비율"이라며 "어느 각도에서 봐도 황금비율을 가질 수 있게 차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커다란 21인치 휠과 날렵한 유리창 디자인, 휠베이스와 앞뒤 오버행도 전부 치밀한 계산이 숨어져 있다.
비율을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전체적인 형상을 눈으로 봤을 때 이상적이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졌다. 이 외에도 꼬리를 길게 뺀 C필러와 쿼터글래스, 부드럽게 떨어지는 지붕선은 경쟁차종인 파나메라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가느다란 테일램프는 앞서 선보인 AMG GT와 비슷한 생김새로 패밀리룩을 맞췄다. 이와 함께 치켜 올린 뒤범퍼와 디퓨저는 풍만한 뒤태에 방점을 찍는다.
실내는 낯설지 않다. 12.3인치로 구성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제트기 프로펠러처럼 생긴 송풍구 때문이다. E클래스와 CLS에서 봐오던 익숙한 형태다. 반면 고개를 살짝 아래로 내리면 여러 버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앙증맞게 생긴 AMG 시프트레버와 양쪽에 늘어선 버튼 8개가 단번에 시선을 훔친다. 주행모드와 가변배기, 서스펜션 등 운동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마법 버튼이다. 이 외에도 주요 기능을 다룰 수 있는 버튼은 스티어링 휠에도 붙어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누르는 감각도 수준급이어서 자꾸만 시선이 간다.
도어는 앞뒤 모두 프레임을 없애 쿠페 특성을 강조했다. 겉에서 보면 일반 세단보다 공간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앉으면 답답하지 않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 공간이 여유롭고 천장을 움푹 파서 여분의 머리 공간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455ℓ로 골프백 3개와 보스턴백 3개가 동시에 들어간다.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324ℓ까지 늘어난다. 기본 공간은 포르쉐 파나메라보다 40ℓ 작지만 시트를 모두 접으면 오히려 20ℓ 크다.
▲성능 국내 들어오는 GT 4도어 쿠페는 엔트리 등급인 GT 43 4매틱 플러스와 최고급 버전인 GT 63 S 4매틱 플러스로 나뉜다. 이날 행사에는 GT 4도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63 S 4매틱 플러스가 준비됐다.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639마력, 최대 91.8㎏·m를 뿜어낸다. 0→100㎞/h 가속성능은 3.2초, 최고속도는 시속 315㎞에 이르며 AMG 차종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시프트레버를 드라이브에 놓고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았다. AMG 스피드웨이 코스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주행을 이어나갈 때는 여느 세단과 다르지 않았다. 차는 생각만큼 예민하게 튀어나가지 않았고 엔진 반응도 차분했다.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정도에 그쳤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고 AMG 특유의 소리도 쉽게 들을 수 없었다. GT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거리 크루징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여줄 듯하다.
한 바퀴를 돌고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운전 모드는 총 6가지(슬리퍼리,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인디비주얼) 중 스포츠 플러스로 뒀다. 그러자 잔잔한 움직임을 보였던 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스로틀 반응은 즉각적이고 rpm 바늘은 변속 패턴에 맞춰 널뛰기하듯 춤을 췄다. 최고출력 639마력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지막지했다. 실제로 같은 엔진을 쓰는 AMG GT R과 E 63 S보다 각각 62마력, 16마력 높고 양산형 AMG 중에서 가장 강함 힘을 내뿜는다. 어마어마한 수치는 그대로 운전자를 강하게 자극한다. 가속이 이어질수록 몸은 시트 깊숙이 파묻히고 멀리 보이던 도로 끝 지점이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다.
코너에서는 차의 성격을 잊을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전자제어 기술과 지능형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운전자가 판단하기 전에 미리 바퀴의 동력을 배분하고 이상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코너 초기에 감속하지 않으면 뒤가 흔들리지만 곧바로 토크를 앞바퀴로 몰아 오버스티어를 줄인다. 뒤차축에 맞물린 전자제어식 록킹 디퍼렌셜도 눈여겨볼 장비다. 바퀴의 미끄러짐을 감지하면 동력과 틀어지는 각도를 미리 계산해 접지력을 확보한다.
덕분에 밀려 나갈 정도로 빠르게 코너에 진입해도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차는 탈출한다. 또 긴 차체와 2t이 훌쩍 넘어가는 무게를 잊게 할 정도로 예리하고 날렵한 움직임을 가졌다. 레이스 모드에서는 일부러 차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넓다. 운전자는 차가 주는 피드백을 꾸준히 받으면서 역동적인 운전을 할 수 있다.
▲총평 AMG GT 4도어 쿠페는 상황에 맞춰서 차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는 신개념 스포츠카다. GT카 성격에 맞춰 편하게 달릴수 있고 때로는 서킷에서 극한의 성능을 경험하며 운전할 수도 있다. 차는 언제든지 운전자가 원하는 상황에 맞춰 얼굴을 바꾸고 매력을 발휘한다. 특히 성격 짙은 주행 감각과 완성도는 AMG가 어떤 브랜드인지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포르쉐 파나메라와 뒤를 바짝 쫓아올 예정인 BMW M8 사이에서 GT 4도어 쿠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든다. 벤츠가 가진 프리미엄의 감각과 AMG의 오랜 모터스포츠 기술력이 조화를 이뤄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한다. 더욱 화려해질 4도어 쿠페 시장에서 AMG GT 4도어 쿠페의 반응이 기대되는 이유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 GT 43 4매틱 플러스 4도어 쿠페 1억3,420만원, GT 63 S 4매틱 플러스 4도어 쿠페 2억4,5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포르쉐, 입문형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4S" 공개▶ 한불모터스, 시트로엥 SUV 시승행사 진행▶ 코닉세그, 국내 출시 첫 차는 "예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