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파격적인 할인액을 내세워 파일럿을 완판하자 다른 모델의 할인 여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10월 중 600여 대에 달하는 재고 처리를 위해 파일럿에 대해 1,500만 원의 할인을 단행했다. 일부 판매사는 여기에 100만 원을 더해 1,600만 원까지 깎아줬다. 할인율로 보면 25~28%에 달한다. 이 경우 기본형(5,460만 원)은 3,860만 원에 구입이 가능했다. 한 급 아래인 현대자동차 싼타페 고급형보다 싼 가격이다. 연식도 바뀌지 않은 정상적인 신차를 이렇게까지 할인 판매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소문을 들은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빠른 시간 안에 계약이 끝났다.
혼다코리아는 이번 할인판매를 위해 일본 본사를 설득, 50억 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할인판매의 경우 수입사와 판매사가 할인액의 절반씩을 부담하는 게 관례였으나 혼다는 상당 부분의 손실을 직접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혼다 판매사들은 일정액의 수익을 거뒀으며, 영업사원들은 호황이던 시절 못지 않은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혼다 판매사들은 그러나 이번 판매실적이 11월초 발표됐을 때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월 138대로 전월 대비 70.5%나 급락한 데 이어 9월에도 166대에 그쳤으나 10월에 파일럿 판매분을 반영한 전체 판매실적이 700~800대로 급증할 경우 여론의 관심과 함께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어서다. 실제 유니클로나 일본 맥주 판매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자 SNS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장들이 쏟아지는 것처럼 자칫 판매에 더 큰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
혼다 측은 "역풍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국내 판매업체들과 영업사원들의 생계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후 일어날 일들은 회사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혼다가 파일럿 이후 어떤 차종을 또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할 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꼽는 차종은 어코드다. 어코드는 주력 차종답게 현재 재고가 1,500여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있는 차종은 1.5ℓ 터보(3,690만 원)와 하이브리드(4,470만 원)다. 이들 차에 대해 소비자들은 500만~600만 원의 할인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수입사나 판매사들은 어코드가 핵심 차종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할인판매에 따른 후유증을 염려하고 있어 할인이 상식선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어코드의 할인폭은 사회 분위기, 판매사들의 내부 사정, 연말까지 판매실적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한편, 혼다코리아는 올해 판매목표로 1만1,000대를 잡은 바 있다. 지난해는 7,956대를 팔았으며, 지난 9월까지 판매실적은 6,456대였다. 혼다측은 "이제 판매 목표는 무의미해진 만큼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은 펴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호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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