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벤츠 EQC, 4단계 원페달 드라이빙 돋보여

입력 2019년11월06일 00시00분 김성환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총 4단계로 구성한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
 -각 상황과 목적에 맞춘 명확한 차이 돋보여
 -전체적인 이질감 크게 줄인 벤츠식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가 내 놓은 순수 전기차 EQC에는 에너지 회생 수준을 조절할 수 있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대부분의 전기차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지만 벤츠는 조금 더 세분화한 뒤 상황에 맞춰 사용할 수 있게 세팅했다. 벤츠코리아는 시승행사를 통해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다뤄볼 수 있는 특별한 주행 코스를 마련했다. 직접 도심 및 장거리 고속도로 구간을 달리면서 EQC만의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은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오른쪽 +버튼은 에너지 회생 수준을 낮출 수 있고 반대로 왼쪽에 위치한 –버튼을 사용하면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단계는 "D-"와 "D--", 그리고 일반 주행인 "D"와 "D+"등 총 4개로 나뉘고 패들 시프트를 앞으로 당기면 계기판 오른쪽 하단에 현재 기능을 확인 가능하다.

 "D-"는 일반적인 회생제동 수준을 잘 보여줬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속도는 천천히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센터페시아 화면 속 에너지 흐름도는 재빠르게 배터리쪽으로 화살표 방향을 틀었다. "D--"상태에서는 엔진 브레이크의 급격히 늘어나면서 차를 강하게 뒤로 잡아 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독특한 인상을 심어준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감각에 익숙해지면 제법 유용하게 사용할 듯하다. 특히 강한 회생 제동 에너지로 배터리가 빠르게 충전되기 때문에 최대 효율을 경험하고 싶다면 "D--"를 사용하면 된다.

 "D-"와 "D--"를 경험하고 난 뒤 "D+"를 사용하니 마치 스포츠 모드에 놓은 것처럼 차는 빠르게 달려 나갔다. 회생 제동은 찾기 힘들고 중립 제어 시스템인 코스팅 기능만 활성화해 효율을 높였다. 극단적으로 배터리를 아끼려던 차의 움직임이 사라지고 나서야 전기차 특유의 강한 힘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로소 EQC가 가진 성능을 온전히 경험하는 순간이다.

 참고로 EQC는 두 개의 전기모터와 80㎾h급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결합으로 최고 408마력, 최대 78.0㎏·m의 힘을 낸다. 0→100㎞/h 가속은 5.1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시속 180㎞다. 각 차축에 탑재한 모터는 역할을 나눠 성능과 효율을 챙긴다. 앞 차축의 전기모터는 저중속 범위에서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세팅해 전력 소비를 줄인다. 반면 뒤 차축의 전기모터는 역동성을 담당하는 식이다.

 초반 최대토크가 나오는 감각은 여느 전기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속도가 붙으면 상황이 다르다. 급하게 전기에너지를 쏟아붓는 차들과 달리 EQC는 적절히 속도를 올리며 충분한 가속감을 제공한다. 마치 일반 가솔린차를 타는것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하게 달린다. 굼뜨거나 답답한 반응은 느끼기 힘들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회생제동 에너지가 강하게 걸리면서 울컥거리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도 거의 없다. 몇 달전 EQC 글로벌 시승행사에서 만난 파워트레인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와 마지막 멈출 때, 한 마디로 시작과 끝에서 불쾌함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집중했다"는 것. 노력의 결과는 운전을 통해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원페달 드라이빙의 기준점이 되는 "D" 모드에서 줄어든 이질감을 가장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상황에 맞춰 회생 에너지 수준을 조절하는데 몸이 쏠리거나 울컥거리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라고해서 유별나게 차이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벤츠의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패들 시프트 조작에 맞춰 각 모드별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이질감은 크게 줄인 벤츠의 기술력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EQC는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도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커다란 그릴에는 전기모터 이외의 부품을 식히기 위한 공기구멍이 뚫어져 있고 커다란 20인치 휠도 기본 장착해 멋을 챙겼다. 곳곳에 친환경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장식과 EQC 배지를 제외하면 단번에 전기차라고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S클래스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시트와 콘솔박스 등 곳곳에 덮은 질 좋은 가죽, 변속기와 버튼들의 쓰임새도 전부 내연기관 제품에서 봤던 익숙한 모습이다.

 EQC만의 특징은 세세한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층을 나눠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센터페시아 패널과 운전자 쪽으로 치우친 송풍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친환경 특수 가죽 소재를 씌운 대시보드와 냉각기의 영감을 받아 고안된 도어 안쪽의 홈은 자꾸만 만져보게 된다. 새로운 방식의 터치 패드와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도 눈과 귀를 훔치는 킬링 포인트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꼼꼼함과 완성도를 택했다. 성능이나 효율 부분에서 파격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 보다는 전기차에 대한 인식과 단점을 줄여 소비자가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라고 해서 그릴이 막혀있거나 휠이 작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렸고 주행에서 감수(?)해야 하는 전기모터의 이질감도 크게 줄였다.

 그리고 중심에는 원페달 드라이빙 시스템이 있다. 잘 활용하면 효율은 물론 전기차가 주는 매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벤츠 EQC는 프리미엄 전기차가 표현해야 할 가치와 장점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차다. 가격은 1억50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totimes.co.kr

▶ [시승]스마트한 선택,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 [르포]미니(MINI)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
▶ [포토]9년만에 6세대로 거듭난 포드 익스플로러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