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늘리고도 타협하지 않은 스타일
-조금도 손해 보지 않은 주행 성능 왜건이 한국 시장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적재공간을 늘림으로써 어색해진 차체 비율이 "못생긴 차"로 낙인찍혔고 적재공간은 요즘 인기인 SUV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한국 시장에 간간히 출시했던 수입 왜건들은 번번히 실패의 쓴 잔을 들이켰다.
그러나 푸조는 신형 508 SW를 통해 왜건에 대한 편견을 당당히 거부하고 나섰다.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 하면서도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인 스타일까지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왜건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패스트백으로 출시한 508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해 왜건 특유의 어색함이 없다. 길이만 30㎜ 늘렸을 뿐 높이와 너비, 휠베이스는 모두 동일해 기존 왜건 제품군에서는 느낄 수 없던 "와이드 앤 로우"의 비율은 실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측면과 후면의 처리가 인상적이다. 측면 윈도우는 다소 길게 늘려 속도감을 강조했고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방식 역시 국내 시판중인 왜건 중 유일하다. 보통 왜건 버전은 후면 디자인이 세단과 비교하면 다소 뭉개진 느낌이서 거부감이 들었지만 신형은 기존 세단의 가로형 테일램프의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고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옆에서 보나, 뒤에서 보다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이다.
왜건답게 실내 공간의 활용성은 말할 것이 없다. 루프라인이 지붕까지 이어진 덕분에 패스트백이었던 세단과 비교하면 2열 헤드룸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30ℓ, 6:4 비율로 접을 수 있는 2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780ℓ까지 늘어난다.
수치로 나타나는 것 보다 실제 짐을 실어보면 체감 적재 용량은 상당 수준으로 와닿는다. 4단 서랍장부터 서핑보드도 거뜬하게 실을 수 있고, 디럭스급 유모차와 카시트도 문제없다. 루프랙까지 활용한다면 캠핑 장비를 풀장착 수준으로 적재 가능하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소형 SUV뿐 아니라 한 체급 위인 준중형 SUV들이 하나같이 "동급 최고"의 공간 활용성을 내세우지만 왜건에 비할바는 못된다.
파워트레인은 508과 동일하다. 2.0ℓ 디젤엔진에 8단 자동을 맞물려 최고 177마력, 최대 40.8㎏·m의 힘을 내며 효율은 복합 13.3㎞/ℓ를 실현했다. 공간은 늘었지만 성능과 효율 어느 하나 양보하지 않았다.
늘어난 공간 때문에 움직임이 굼뜰 것 같다는 건 기우다. 높은 토크가 담보하는 순간 가속 성능에는 불만을 갖기 어렵다. 페달을 밟자마자 앞으로 차가 튀어나가며 속도를 높여도 묵직하진 않지만 나름의 경쾌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충분한 주행 재미를 제공한다.
푸조는 성능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브랜드다. 시속 100㎞ 이상의 속도에서도 엔진회전수는 좀처럼 2,000rpm을 넘어서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는 신속하게 단수를 높여 기름을 아끼는데 도움을 준다. 가속이 필요하다면 스티어링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터를 통해 기어를 낮춰 원하는 엔진회전수를 찾아가면 된다. 스포츠 모드도 재밌는 요소다. 변속 타이밍이 한 박자 늦어지면서 역동성이 가미되며 듣기 좋은 묵직한 가상의 엔진음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 마치 음악처럼 귀를 즐겁게 한다.
왜건임에도 브랜드 장기인 코너링 실력도 잃지 않았다. 조작 효율을 극대화한 컴팩트 사이즈의 스티어링휠은 언제 돌려도 정확하고 민첩하다. 여기에 뒤쪽이 다소 무거워 지면서 높아진 고속 주행안정성까지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푸조의 노력이 가상할 정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시스템이 결합된 레벨2의 자율주행 솜씨는 정확하고 안전해 현존 최고 수준으로 봐도 손색없다. 여기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담보하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장거리 주행에 있어서도 이 차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차를 굳이 왜건으로 정의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느 차종과 비교해도 만족스러운 내외관 디자인, 브랜드 장기인 탄탄한 기본기와 운전의 재미, 높은 효율만 놓고 보더라도 선택의 가치는 충분하다. 여기에 높은 공간 활용도는 단지 덤일 뿐이다. 가격은 5,131만원.
강릉=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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