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삼성과 브랜드 사용권 계약 만료
-"삼성"이 주는 효과 약하고 글로벌 수입 신차 공세 이어져 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브랜드와의 결별설에 휘말렸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답을 해줄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내년 브랜드 사용권 계약이 만료되고 대 내외적인 분위기를 미뤄볼 때 삼성과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입장이 우세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00년 르노에 삼성차를 매각하면서 10년 주기로 삼성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해 왔다. 그 결과 르노삼성은 삼성의 기술력이나 마케팅 노하우가 아닌 오직 이름만 빌려 쓰는 조건으로 매년 매출액의 0.8%를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은 삼성카드를 통해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과 르노그룹(79.9%), 우리사주조합(0.20%)이 함께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는 중이다.
르노삼성 탄생 초기에는 제법 반응이 좋았다. 삼성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기술력이 더해져 만들었다는 제품 신뢰도 때문이다. 중형 세단 SM5는 당시 현대차 쏘나타보다 높은 인기와 판매를 기록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르노삼성과 삼성은 약 20년간의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제품 다변화와 국산차의 경쟁력 상승으로 입지가 예전만큼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8월 만료되는 르노삼성의 브랜드 이용 계약을 삼성이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은 "내년 8월 계약이 종료되는 것이 맞지만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만약의 경우 서로의 입장이 안 맞아서 종료를 하더라도 2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며 "그만큼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당장 결정을 내리는 일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르노삼성과의 계약을 더 이상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크게 떨어진 브랜드 충성도와 삼성의 행보, 르노삼성의 전략 등이 꼽힌다. 먼저 삼성의 방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경영에 전면 등장한 이후 삼성은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미국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다음 해인 2015년에는 미국 모바일 결제업체인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삼성은 2016년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와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에 이어 11월에는 세계 최대 전장 업체인 "하만"을 약 10조에 사들였다. 이는 한국 인수합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동시에 삼성테크윈과 정밀화학, 프린터 사업부 등 이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 전략과 맞지 않은 부서는 과감히 매각했다.
인수 분야를 미뤄볼 때 삼성은 자동차보다는 전장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만큼 완성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선대와 다르고 르노삼성에 대한 미련도 사라졌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덩어리가 큰 제조업 성격이 강한 자동차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더 관심이 많다"며 "르노에 얽매이면서 큰 재미도 보지 못하는 르노삼성의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르노삼성의 움직임도 결별설에 힘을 보탠다. 회사는 2015년부터 전국 전시장을 대상으로 삼성의 고유 색상인 파란색에서 르노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테마를 바꾸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2016년에는 일부 차종에 대해 르노 로장주 엠블럼이 들어간 액세서리를 공식 판매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르노 클리오와 트위지, 마스터 등을 들여오면서 르노삼성과 르노 두 가지 브랜드를 혼용해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시작했다.
동시에 르노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SM"시리즈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SM5 단종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SM3와 SM7도 생산을 멈췄다. 또 최근에는 임직원 이메일 주소를 르노삼성닷컴에서 르노닷컴으로 교체했다. 일찌감치 독자 브랜드화 작업을 추진해온 만큼 계약 해지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다.
삼성이 르노삼성에 대한 브랜드 사용권 계약을 만료할지 아니면 연장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다만, 계약이 해지될 경우 르노삼성은 생존에 있어서 홍역을 치를 것이라는 게 업계 생각이다. 그간 구축해 온 전시장 및 판매 차종의 CI와 엠블럼을 모두 교체해야 하고 20년 동안 삼성차로 불려온 국산차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불투명한 XM3 물량 배정과 잡음이 여전한 노사 관계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빨리 잡아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삼성의 뱃지를 떼게 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내년 르노삼성을 향한 삼성의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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