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이탈리아계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M은 이날 "피아트크라이슬러가 수년간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노조에 뇌물을 주면서 GM 노사 협상을 망쳤다"면서 미시간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뇌물을 받은 UAW 측이 피아트크라이슬러 협상에서는 순순히 양보했지만 GM 협상에서 강경 기조를 유지했고, 이로 인해 GM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다. 즉, UAW와 피아트크라이슬러 사측이 결탁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숨진 세르지오 마르키온네 당시 피아트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사인 GM에 타격을 가하려는 목적에서 주도한 것으로 GM은 보고 있다.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해온 피아트크라이슬러로서는 최종적으로는 GM 인수까지도 노렸다는 것이다. 최근 GM은 6주 가까이 이어진 최장기 파업을 가까스로 마무리한 바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하는 "UAW 부패 사건"과도 맞물려 있다. 수사 결과 노조 간부가 자동차 회사 임원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조합원 연수비 등 수백만 달러의 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혐의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FCA 임원과 UAW 간부 등 모두 8명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엇보다 FCA와 PSA그룹의 인수합병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 미국 언론들은 주목했다. FCA는 성명에서 "이번 소송의 내용과 시점 모두 놀라울 뿐"이라며 "UAW와의 노사협상뿐만 아니라, PSA와의 인수합병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GM 측은 "이번 소송은 FCA와 PSA의 합병 논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 자동차업체인 FCA는 푸조 및 시트로엥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그룹과 50대 50 방식의 합병에 합의한 상태다. 두 업체의 합병이 성사되면 시가총액 500억달러(약 58조2천750억원) 규모의 "자동차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양사의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총 900만대로 폴크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 동맹에 이어 세계 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