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올해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감원 "한파"가 계속 몰아치고 있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까지 잇따라 감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내놓는 대규모 투자 계획 속에는 감원이 전제가 되고 있다. 전기차 제조 공정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 공정보다 인력이 덜 필요한 탓이다. 더구나, 올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 속에서 독일의 주요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하락해 판매가 부진한 점도 고용에 악재가 되고 있다.
독일의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2028년까지 5천40명을 감원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내연기관 엔진의 유압 부품을 생산하는 로딩의 공장을 2024년에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공장에서만 520명이 감원된다. 또, 디젤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림바흐-오베르프로나 지역의 공장에서도 850명이, 바벤하우젠 공장에서도 2천200명이 감원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 계획이 속도를 내자, 내연기관 엔진 부품 공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EU는 지난 5월 28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간 협의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EU는 2021년까지 전체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95g이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독일의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은 최근 2024년까지 600억 유로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계획한 150억 유로의 투자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75종의 전기차와 60종의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도 감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폴크스바겐은 지난 3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과 영업이익 하락을 고려해 2023년까지 직원 7천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지난 14일 전기차 시대 등 자동차 시장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말까지 감원을 통해 10억 유로 이상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임러는 구체적인 감원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경영관리 부문 인력의 10%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1천100명의 인력이 감원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임러는 감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친환경 차량 투자 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동차 업체 포드도 지난 3월 독일 공장에서 5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감축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도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뒤늦게나마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모양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및 자동차 연료에 대한 탄소 배출량 가격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응 법안을 마련해 연방하원에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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