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편안하게, 달릴 때는 화끈하게"
-기본 파나메라 보다 20마력 높은 V8 터보엔진 탑재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욕심이 듬뿍 반영된 차다. 뒷좌석에 두 명을 여유있게 태우고,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편안함까지 추구했다. 여기에 스포츠 정체성을 조금도 잃지 않으려는 고집까지 녹여냈다. 그러나 포르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장거리를 달리면서도 조금 더 고성능을 원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GTS버전까지 내놓았다. 더 멀리, 더 강력하게 달리기 위해 등장한 파나메라 GTS를 시승했다.
▲"블랙"으로 표현한 고성능 포르쉐는 고성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블랙" 컬러를 채택했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해치지 않겠다는 고집이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일반 제품과 차별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검게 물들인 램프와 휠만으로도 일반 파나메라보다 더욱 공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론트 엔드와 리어 하단에 숨겨진 블랙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골적으로 고성능을 암시하지는 않는데 이는 최상위 파나메라 터보가 존재해서일지도 모르겠다.
911을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은 2세대로 넘어오며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론트 엔진에 4도어를 갖췄음에도 유려하고 날렵한 실루엣은 기존 플래그십 세단에서 찾을 수 없는 자세다. 911보다 진중하지만 결코 느리게 달릴 것 같지 않은 디자인은 역시 포르쉐 정신을 투영한 결과다.
실내는 알칸타라 가죽을 적용한 시트와 도어트림, 센터콘솔 등이 눈에 띈다. 대시보드와 손이 닿는 거의 모든 곳을 두툼한 고급 가죽으로 치장했다. 고성능 분위기보다는 한층 더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레드는 블랙과 함께 고성능을 표현하는 단골 색상으로, 시승차에는 시트벨트와 가죽의 스티치 등에 적용해 포인트를 줬다. 물론 이 모든 요소는 개별맞춤이 가능하다.
2세대가 나오며 실내는 대대적인 디지털화를 실현했다. 브랜드 상징인 5개 원형 계기판은 그대로이지만 중앙의 엔진회전과 속도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이후 출시한 신형 카이엔과 911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기존 포르쉐 인테리어는 센터콘솔 주변을 빼곡히 채웠던 각종 버튼류로 인해 다소 산만한 분위기였지만 터치 방식으로 탈바꿈하며 깔끔해진 현 세대 실내 감성은 개인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
▲품격 넘치는 일상 주행, 고성능은 언제든 소환 가능 파워트레인은 V8 4.0ℓ 가솔린 엔진과 8단 PDK의 조합이다. 성능은 최고 460마력, 최대 63.3㎏·m를 발휘한다. 기본으로 장착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덕분에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데 4.1초만 필요하다. 최고시속은 292㎞, 구동은 후륜 기반의 AWD다. V6를 얹은 파나메라 4s와 비교하면 출력은 20마력, 토크는 7.2㎏·m 각각 향상됐다. 효율은 복합 기준 7.1㎞/ℓ다.
시동을 걸면 V8 엔진의 묵직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반긴다. 첫 발걸음을 떼는 건 다소 무거운 편인데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과 비슷하다. 고성능을 품고 있지만 섣불리 티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투어러 본연의 성격을 나타내며 터보랙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움이 육중한 덩치를 제어한다. 따라서 포르쉐를 처음 접하더라도 큰 부담감이 없다.
GTS의 진가는 속도를 낼 때 드러난다. 한층 적극적으로 변모한 반응성은 속도를 원하는 수준까지 올리는 데 어떠한 거리낌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뒤에서 묵직하게 밀어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AWD 시스템과 적극 개입하는 전자식 차체제어장치로 주행안정감은 차를 타는 내내 지속된다.
주행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등 기존과 동일하게 4가지가 있다. 노멀 모드에서도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지만 스포츠 플러스에 가까울수록 강도는 더 세진다. 뿐만 아니라 페달 응답성이 더욱 빨라지며 배기음도 한층 사나워진다. 실제 신형은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의 세팅을 한층 스포티하게 조정했고, 스포츠 섀시의 높이를 10㎜ 낮춰 역동성을 키우려 노력했다.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를 3단계로 조정하는데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지면과 가장 가깝게 내려간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도 만족 할 수 없다면 다이얼 중앙에 있는 다이내믹 스포츠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터보 시스템의 부스트 압력을 높이고 스로틀 밸브로 공기를 최대한 빨아들여 20초동안 슈퍼카 부럽지 않은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발휘한다. 단, 그 만큼 빠르게 소모하는 연료는 감내해야 한다.
고속주행에서도 5m가 넘는 차체 길이와 3m에 가끼운 휠베이스는 높아진 성능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상쇄한다. 체급으로 인한 코너링에서의 민첩성은 911이나 박스터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행안정성면에서는 파나메라가 단연 우위에 있다. 브레이크는 전·후륜의 직경이 각각 390
㎜, 365㎜로 높아진 성능만큼 제동력도 더 확실해졌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아쉽다. 입력한 속도로만 주행이 가능한 일반적인 크루즈컨트롤을 탑재한 것. 차선이탈방지 기능을 넣었지만 차간 거리를 알아서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닌 이상 반자율주행은 불가하다. 최근 출시하는 국산차에도 적용하는 기능을 포르쉐, 그 것도 투어러를 표방하는 파나메라에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고성능 갈증 채워줄 GT카 파나메라는 포르쉐 라인업 중 장거리 주행에 가장 최적화된 차다. 그러나 포르쉐를 타면서도 성능에 갈증을 느낀다면 그 것은 포르쉐가 아니다. 멀리 달리면서도 때때로 필요한 고성능을 언제든지 소환하고 싶다면 파나메라 GTS가 답이다. 판매가격은 2억150만 원(개별소비세 인하 반영 기준).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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