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장점만 담은 종합선물세트, 미니 클럽맨

입력 2019년11월2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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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과 변속기의 매끄러운 조화 인상적
 -미니만의 톡톡 튀는 주행은 여전해

 미니 하면 떠오르는 몇몇 단어가 있다. 즐거움과 운전 재미, 통통 튀는 매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귀여운 외모와 아기자기한 감성은 미니를 구입하는 핵심 요소다. 반면 좁고 불편한 공간과 무거운 스티어링 휠, 예민한 감각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미니의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줄인 차가 클럽맨이다. 

 사실 클럽맨은 바뀌는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맞춰 미니가 허겁지겁 만든 차가 아니다. 1969년 처음 세상에 나온 뒤 50년 동안 이름 한번 바뀌지 않고 미니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대충 만들지 않았고 미니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잘 알고 만든 차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한국 땅을 밟은 신형 클럽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전 내내 클럽맨과 진도 해안 길을 달리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자인&스타일
 신형은 2015년 출시한 3세대의 부분변경 차종이다. 미니 마니아가 아니면 크게 바뀐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큰 폭의 변화를 거치는 요즘 차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만큼 자세히 들여다봐야 어디가 변했는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전면부 그릴은 가로 줄무늬를 번호판까지 확장해 크기가 한층 커 보이는 효과를 줬다. 이와 함께 안개등을 부각시키는 형태의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적용했다. 동글동글한 사이드미러도 공기역학을 고려해 날렵하게 다듬었다.

 측면은 한눈에 봐도 늘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미니 컨트리맨과 휠베이스(2,670㎜)가 같지만 상대적으로 차체가 낮기 때문에 더 길쭉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새로운 디자인의 블랙 휠(쿠퍼 S와 SD에는 18인치 투톤 멀티레이 스포크 휠이 들어간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모습은 이전과 동일하다. 앞쪽 펜더에 위치한 작은 방향지시등과 공기 통로, 곧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큼직한 주유구까지 전부 같다. 뒤는 테일램프의 변화가 크다. 미니 헤리티지를 잘 보여주는 최신 유니언잭 디자인으로 램프 속 구성을 바꿨다. 무서워 보였던 이전 램프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실내는 실용성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는 편의 품목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아이폰을 차에 무선으로 연결해 다양한 기능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가 들어갔다. 구성이 깔끔하고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의 분리 및 연동성도 훌륭하다. 다만 쿠퍼 하이트림 이상부터 선택 품목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살짝 서운하다. 

 이 외에 변속 레버는 전자식으로 바뀌었고 2열 탑승자를 배려해 전용 송풍구와 USB타입 C 포트를 두 개나 마련했다. 듀얼 선루프와 휴대폰 무선충전 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선호 기능도 꼼꼼히 챙겼다. 트렁크 아래로 발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트렁크 도어를 자동으로 열 수 있는 컴포트 액세스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소재는 아쉽다. 실내 곳곳에 검은색 플라스틱이 자주 눈에 보인다. 공조장치 버튼 주변은 물론 변속레버 뒤 센터터널에도 온통 플라스틱이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잔흠집도 많이 날 것 같아 불안하다. 반면 버튼에는 화려한 크롬도금을 가득 둘렀다. 미니 제품군에서도 플래그십에 속하는 만큼 소재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BMW그룹의 소형급 중 가장 큰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한 만큼 공간에 대한 지적은 나오지 않는다. 깊은 컵홀더와 여유로운 수납이 가능한 도어 포켓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긴 휠베이스 덕분에 1열과 2열 어느 곳에 앉아도 답답한 느낌은 받기 힘들다. 트렁크는 기본적 360ℓ의 적재 공간을 제공하며 분리식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1,25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양문형 냉장고처럼 활짝 열리는 클럽맨의 트렁크는 보면 볼수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능
 국내 출시되는 신형 클럽맨은 3개의 가솔린 엔진과 3개의 디젤 엔진 등 총 6개의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그중 시승차는 3기통 1.5ℓ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쿠퍼 하이트림 클럽맨이었다. 최고 136마력, 최대 22.4㎏·m의 성능을 내고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9.2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05㎞다. 효율은 ℓ당 복합 11.5㎞를 실현했다.

 시동을 켜면 카랑카랑한 소리를 토해내며 출발 준비를 알린다. 하지만 막상 주행을 시작하면 당찬 기색은 사라지고 차분하면서 조용한 왜건으로 변신한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지 않고 스로틀 반응도 예민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속도가 느리거나 답답하다는 뜻은 아니다. 클럽맨은 언제든지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일상 주행이나 장거리 크루징에 적합한 세팅이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 반응도 평소 알던 미니와는 다른 느낌이다.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면서 부드럽게 코너를 통과한다. 마치 국산 세단을 모는 것 같고 미니가 이런 성격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편으로는 미니만의 장점이 희석된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두려움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스포츠 모드다. 바로 시동 버튼 옆 토글스위치를 올리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미니가 가진 본성이 깨어난다. 스티어링 무게감은 확실히 무거워진다. 서스펜션은 무작정 단단해지기보다는 노면의 흐름을 전달하는 역할이 더 강하다. 그만큼 엉덩이 끝으로 운전자가 전달받을 수 있는 피드백은 더 선명해진다. 게다가 긴 휠베이스 덕분에 미니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코너 탈출이 가능하다. 진도의 구불구불한 해안 길과 B급 산악도로가 순식간에 최고의 서킷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새롭게 적용한 7단 스텝트로닉 더블 클러치 변속기는 물건이다. 기어비 세팅이 이상적이고 엔진 회전수에 맞춰서 정확하게 단수를 오르내린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는 레드존 끝까지 단수를 물고 늘어지면서 역동적인 운전에 힘을 보탠다. 일반 모드와는 180도 다른 성격에 즐겁고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또 이제서야 오리지널 미니를 모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 

 부품들의 합이 너무 좋다 보니 출력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조금 더 성능이 강한 엔진을 넣어도 클럽맨은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모양새다. 그만큼 2.0ℓ 터보 엔진을 넣은 클럽맨 S나 디젤 특유의 강한 토크감을 맛볼 수 있는 SD, 하드코어 주행에 초점을 맞춘 JCW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물론 빨리 달리는 걸 선호하지 않고 일상 주행에서의 사용이 많다면 기본형 만으로도 충분하다.
 
 ▲총평
 클럽맨은 미니의 장점을 띄우면서도 단점은 철저하게 감춘 능력자다. 긴 휠베이스에서 오는 공간과 주행 안정성은 인상적이었고 미니의 아쉬움으로 나타났던 승차감은 운전 모드에 맞춰 확실히 구분했다. 플래그십답게 최신 편의 및 안전 품목을 착실히 마련했다. 또 부분변경 신형으로 오면서 조금 더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클럽맨은 예전 미니의 장난기는 줄어들었지만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 차다. 여기에 브랜드가 갖고 있는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새 차의 판매 가격은 가솔린의 경우 쿠퍼 3,640만 원, 쿠퍼 하이트림 4,190만 원, 쿠퍼 S 4,760만 원이다. 디젤은 쿠퍼 D 4,000만 원, 쿠퍼 D 하이트림 4,380만 원, 쿠퍼 SD 4,98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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