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넷 임재준 부사장 인터뷰
-"수소차 경쟁력 세계 1위 충분히 가능"
-"충전 인프라 확대로 수소경제 마중물 역할 할 것" "자동차 역사를 되짚어 보면 내연기관의 주도권은 미국과 유럽이,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주도권은 일본이 가져갔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수소전기차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며,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올해 3월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 등 13개 사가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수소에너지네트워크인 "하이넷"을 설립했다. 임재준 하이넷 부사장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범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는 현시점을 두고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쥘 다시 없을 기회로 진단했다.
지난 10월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선포했다. 같은 달 수소 충전인프라를 현재 28기에서 2022년까지 310기로 늘리고 2040년에는 1,200기까지 확충하겠다는 추가 상세 계획까지 발표했다. 무엇보다 수소전기차와 수소 충전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명실공히 세계에서 수소차 점유율을 가장 높은 수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임 부사장은 연이은 정부 발표에 대해 국가적인 수소경제 실현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중 수소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소가격은 충전소별 최대 ㎏당 8,800원 수준이며, 정부는 2040년까지 3,000원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임 부사장은 "수소가격이 떨어지는 건 공급가격 자체가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뿐 아니라 충전사업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라며 "현재 수소가격의 절반 이상은 물류비여서 마진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충전인프라 확충 계획이 뜬구름 잡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1,200기를 짓는 과정애서 일부 지역민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착공을 포함해 2022년까지 330기를 구축할 예정이며, 이 중 100기를 하이넷이 담당한다. 현재 지속적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국유지나 시유지를 보유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충전소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게 임 부사장의 전망이다. 실제 하이넷은 경기도 화성시청에 충전소를 조만간 만들 예정이다.
수소차는 빠른 충전시간이 배터리 전기차와 비교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최소 수십 분에서 최대 10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5㎏의 수소를 수소차에 넣는 데에는 평균 5분 정도면 된다. 그러나 앞차가 충전을 끝내면 수소 특성 상 압력을 높이고 열을 식히는 시간 7~8분이 필요해 충전을 위해서는 평균 15분, 만약 앞에 4~5대가 대기하고 있다면 족히 1시간 가까이 걸려 일부에서 불편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최근 수소차 보급이 늘면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임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충전소 당 충전기를 2대 이상 설치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재 구축비와 정부 지원금을 감안하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충전설비업체들이 충전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수소차의 누적 보급은 약 4,000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이 숫자를 6만7,000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과 올해 충전 인프라의 빠른 구축이 시급하지만 충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월 평균 2억 원이 드는 운영비, 수소의 높은 공급단가 등으로 인해 초기 적자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의 초기 운영지원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임 부사장은 "정부에서 운영비 지원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중이지만 LPG 등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정비나 편의시설 등을 충전소에 더해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임 부사장은 수소차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하이브리드에서 전기차가 아닌 수소차에 집중하는 이유가 기존 산업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라는 것. 실제 토요타는 내년 열릴 도쿄올림픽에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대거 투입해 미래차시장을 선점할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일본 정부 역시 도쿄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지칭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소차부문에서는 우리가 글로벌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임 부사장은 자신했다. 수소를 소비하는 수소차만큼은 현대차의 기술력이 일본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올해와 내년 인프라 구축에 탄력이 붙고, 이에 발맞춰 수소차 보급률이 빠르게 높아진다면 정부가 공언한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임 부사장은 "정부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수소차부문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관련 법안 추진 등에 적극적"이라며 "수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올바로 정착된다면 범국가적 역량이 모여 수소차 인프라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과 유럽, 일본을 넘어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人터뷰]"갤로퍼 복원하다 전기차 만들게 된 사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