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7인승 소형 SUV의 등장, 벤츠 GLB

입력 2019년12월0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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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인승 구조의 다목적 소형 SUV
 -듬직한 차체와 합리적인 공간 인상적
 -탑승자 모두를 고려한 이상적인 주행감각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이 필요하다. 무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실제 반응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회사들이 새 길을 가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개척 정신이다. 잠재 수요를 발견했을 경우 인기는 판매로 증명되고 남들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뒤 이끌어 갈 수 있는 특혜도 주어진다. 때문에 수많은 제조사들이 새로운 세그먼트와 기술을 가진 신차를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컴팩트카 라인업에서 답을 찾았다. 진입장벽이 낮고 개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많은 신규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차종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SUV로 정했고 컴팩트카의 가장 큰 단점인 공간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GLB 클래스가 세상에 나왔다. 

 전례 없던 벤츠의 7인승 다목적 소형 SUV 등장에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GLB가 나온 이유부터 과연 브랜드를 넘어 세그먼트 개척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지 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기대와 호기심 가득 앉고 글로벌 시승행사가 열리는 스페인 말라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디자인&스타일
 말라가 공항에서부터 수 십 여대의 GLB가 도열해 한국 기자들을 맞이했다. 첫인상은 신선하다. 실제 GLB는 길이 4,634㎜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34㎜, 1,658㎜,를 가진 소형 SUV다. GLA보다는 GLC쪽에 더 가까운 크기이며 높이는 GLC보다 8㎜ 높다. 여기에 휠베이스는 2,829㎜로 B클래스보다 100㎜ 길다. 몸집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높이가 높고 휠베이스가 길어 색다른 모습이다.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볼 만한 얼굴이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릴과 사각형 헤드램프, 바짝 치켜세운 A필러가 마치 예전 GLK를 보는 듯하다. 직선 디자인을 강조한 덕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앞모습을 완성했다. 휠 하우스 주변에 두른 플라스틱 소재와 앞 범퍼 밑에 붙인 은색 장식, 보닛에 두 줄로 넣은 주름은 강인한 SUV 느낌을 보여준다. 옆은 커다란 유리창과 직각으로 내려오는 트렁크 라인이 인상적이다. 

 7인승에 맞춰 3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불안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GLB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손색없고 차가 한층 커 보이는 효과도 줄 수 있다. 테일램프는 최근 출시한 다른 벤츠 SUV 제품들과 맥을 같이 한다. 뒤 범퍼 몰딩과 배기구 모양은 트림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실내는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필요한 버튼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센터페시아 형상은 먼저 선보인 A클래스와 유사하다. 다만 양쪽 끝 송풍구 위치와 조수석 패널 및 센터터널 디자인을 살짝 바꿔 차별화했다. SUV 특징을 나타내는 요소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짧고 평평한 대시보드와 두께가 얇은 A필러, 직관적인 도어 버튼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각 패널을 감싸는 두툼한 알루미늄 장식은 견고하고 강인한 차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하나의 창으로 이뤄졌고 화려한 그래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터치는 물론 별도로 마련한 패드를 이용해서 조작이 가능하다. 컴팩트카 라인업을 고려하면 소재는 만족스럽다. 특히, 각 소재의 조합과 적절한 배치가 차의 고급감을 높인다. 무드등도 마찬가지다. 간접조명을 최소화하고 면발광 타입을 사용해 경계선을 구분 짓는 역할로도 사용했다. 과하지 않으면서 단정한 무드등은 밤에도 GLB를 빛나게 한다.

 2열은 넉넉한 공간을 가졌다. 박스카 형태에다가 높이가 높기 때문에 겉에서 봤던 크기보다 배는 더 넓어 보인다. 다른 소형 SUV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개방감이다. 가운데 턱이 없고 시트 바닥면에서 무릎까지의 높이도 낮아 탑승이 한결 편하다. 기본 무릎 공간은 967㎜이며 앞뒤로 140㎜ 움직일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 가능하다. 

 반면, 선택 품목인 3열은 생각만큼 여유롭지 않다. 각각 한 개씩 독립 시트로 구성했으며 가운데에는 컵홀더가 마련돼 있다. 회사는 안전을 위해 키 168m 이하의 사람만 탑승하는 걸 추천한다. 그만큼 장거리 이동 시 건장한 성인은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접이식 헤드레스트와 벨트 조임 장치가 적용된 좌석 벨트, 측면 창문 에어백까지 아낌없이 마련한 안전 품목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어린이용 카시트 설치를 위한 아이소픽스 고정 방식은 4개나 지원돼 다둥이 오너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겠다. 각 시트 옆에 마련한 개별 컵홀더와 USB 충전단자 등 탑승자를 배려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 560ℓ에서 분할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755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성능
 GLB는 엔진과 출력, 구동방식에 맞춰 총 여섯 개의 세부 트림으로 나뉜다. 여기에 AMG의 손길을 거친 GLB 35까지 더하면 선택지는 모두 일곱 개로 늘어난다. 그중 배정받은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0ℓ 터보 디젤 엔진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장착한 GLB 220d 4매틱이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0㎏·m의 성능을 내며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7.6초가 걸린다. 최고속도는 시속 217㎞이며 효율은 유럽 기준 ℓ당 복합 18.8㎞를 실현했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감각은 차분하고 부드럽다. 디젤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묵직한 반응과는 거리가 멀고 마치 가솔린차를 모는 것처럼 매끄럽게 앞으로 나간다. 차를 이끌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은 요란스럽게 과시하거나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든지 운전자의 발끝과 합을 맞추고 탑승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덕분에 장거리 이동에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8단 변속기는 주행 성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먼저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반 박자 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세팅이다. 변속 시점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침착하고 정직하게 엔진 회전수를 찾아 들어간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어있는 그럴듯한 패들시프트에 손이 가질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의 성격과 방향을 감안하면 큰 단점으로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세팅이 탑승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GLB의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동력계가 주는 즐거움보다도 차가 가진 탄탄한 기본기가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서스펜션 반응은 대체로 부드럽고 차분하지만 불규칙한 도로에서는 성격을 바꿔 탄탄하게 차체를 잡아준다. 울퉁불퉁한 스페인 B급 도로를 빠르게 달려도 전해지는 충격과 떨림이 적다. 노면 상황에 상관없이 고른 주행을 도와줘 만족스러운 승차감을 완성한다. 

 핸들링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포츠 모드라고 해서 다루기 까다롭지 않다. 이상적인 자세로 무난하게 코너를 탈출한다. 어느 한 부분 모난 곳 없이 전체적인 조화가 뛰어나다. 낮은 지상고와 시트포지션은 코너를 통과할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세그먼트 성격을 잠시 잊고 가속 페달에 자꾸만 발이 옮겨진다. 7인승 다목적 SUV는 운전의 즐거움이 덜할 거라는 내 생각은 기우였다. 조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충분히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 

 굽이치는 스페인 산길을 벗어나 완만한 코너가 이어진 국도로 접어들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반자율주행 모드를 활성화했다. S클래스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안전 기능이 들어간 만큼 반자율주행 기능도 매끄럽고 완벽하게 역할을 해냈다.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 및 보조하는 기능은 숙련도가 수준급이다. 급하게 조작하지 않고 운전자가 미처 알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차에 대한 믿음과 반으로 줄어든 피로도는 덤이다.

 ▲총평
 벤츠 GLB는 단순한 가지치기 제품이 아니다. 새로운 세그먼트를 정의하고 시장 개척자로 손색없는 차다. GLK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각진 디자인은 신선한 자극제로 시선을 끌고 풍부한 편의 및 안전장치는 체급을 뛰어넘는다. 

 차의 성격을 고려한 안락한 승차감은 탑승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며 낮은 지상고와 균형잡힌 주행 감각은 누구나 쉽게 차를 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준다. 컴팩트카 시장은 물론 자동차 세그먼트 역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을 차로 자격이 충분하다. 벤츠 GLB는 연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가며 내년에는 국내에도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스페인=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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