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마력 오른 성능·핸들링, 부분변경 이상 페라리 F8 트리뷰토. 이름부터 생경한 이 차는 페라리의 기존 미드십 V8 제품인 488 GTB의 부분변경 제품이다. 페라리는 바뀐 이름만큼 달라진 성능이 부분변경 이상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자신감에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 용인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스타일&상품성 F8 트리뷰토의 실루엣은 페라리가 10년 전 공개한 458의 플랫폼을 유지해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공기 흐름에 적응한 여러 요소와 인상이 달라져 새 차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전면부는 후드 끝을 돌고래 입처럼 살짝 돌출시키고 "ㄴ"자형 헤드램프의 윗부분을 공기통로로 만들었다. 범퍼의 흡기구는 지느러미 형태의 핀을 달아 앞바퀴로 향하는 공기를 구분했다. 가운데의 흡기구는 후드 중앙과 연결해 차체 앞부분에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측면은 488 GTB와 큰 차이가 없다. 리어 펜더에 장착한 핀의 위치과 굵기를 달리하고 로커 패널의 디자인을 바꾼 점이 두드러진다. 후면부는 과격하게 꾸며 영화 속 빌런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 페라리 특유의 원형 테일램프는 2쌍으로 늘었으며 머플러와 반사판 위치는 이전 488 GTB와 같다. 엔진룸을 덮은 리어 글라스는 F40의 그것처럼 계단식으로 처리하고 열 발산을 위한 구멍을 뚫었다.
실내 역시 대시보드, 도어트림 등의 전반적인 구조가 낯이 익다. 그러나 에어컨 송풍구를 방향 조절이 쉬운 원형으로 바꾸고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시프트 레버를 길게 늘리는 등 488보다 편의성을 높였다. 곳곳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알칸타라를 활용해 차체를 비싸고 가볍게 만들었음을 알린다.
계기판은 고성능답게 속도보다 엔진회전수를 강조한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의 여러 설정 화면도 큼지막하게 표시한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도 스크린을 설치해 속도, 엔진회전수, 종·횡중력 등의 주행 정보를 동승자와 공유할 수 있다. 몸을 완전히 감싸는 버킷 시트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가죽으로 이뤄졌다. 딱딱하지만 막상 앉으면 편하다. 적재공간은 보닛 아래에 200ℓ의 용량을 확보했다.
▲성능 좌석 뒤에 얹은 V8 3.9ℓ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720마력, 최대 78.5㎏·m를 발휘한다. 부분변경임에도 이전보다 50마력이 향상됐다. 특히 흡·배기 성능을 높인 점이 성능 개선에 한 몫 했다. 실제 주행을 통해 경험한 가속력은 488보다 한 단계 상위 제품처럼 와 닿았다. 자연흡기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순발력은 이제 터보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줄인 느낌이다. 회사가 밝힌 0→100㎞/h 가속 시간은 2.9초, 0→200㎞/h는 7.8초에 불과하다. 그러나 터보 엔진 특유의 음색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하지만 카랑카랑한 소리는 채찍질을 돋구기에 충분하다.
변속기는 7단 더블 클러치를 조합했다. 서킷에 진입할 때엔 자동 모드로 시작했지만 패들 시프트에 손을 덴 이후론 수동 변속을 버리지 못했다. 반응이 워낙 빠른데다 높은 엔진회전수가 주는 쾌감 때문이다.
핸들링은 서킷 주행에 최적화됐다. 페라리가 F1에서 가져온 기술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차에 고스란히 적용해서다. 지면에 밀착한 차체는 서킷의 여러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 예상한대로 선을 그려나간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이 지체 없이 정직한 점이 돋보인다. 빠르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은 일반 와인딩 도로도 서킷처럼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의 궁합도 인상적이다.
제동력도 든든하다. 휠 안쪽을 가득 채운 카본 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는 200㎞/h에서 급감속해도 안정성을 잃지 않는다. 앞서 다른 운전자들의 서킷 주행에서 달궈졌을 텐데도 지친 기색이 없다.
▲총평 페라리는 차명인 "헌정"의 의미에 걸맞게 과거 미드십 V8 엔진에 대한 좋은 추억을 이 차에 담아냈다. 유려한 디자인과 현실 끝자락에 다다른 V8 엔진의 성능은 누군가의 드림카, 어떤 이의 훌륭한 장난감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이 차를 보고 막상 355, 360 등 과거의 차들이 떠오르지 않는 건 그만큼 페라리도 세월에 따라 진보했다는 방증이다.
F8 트리뷰토의 시작가격은 3억5,000만원대.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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