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만족과 효율 모두 잡은 디자인
-공간 늘리고 주행 완성도 높인 쿠페형 SUV BMW X6는 독특한 생김새를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차다. 그만큼 2008년 처음 차가 나왔을 때 반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화려하게 주목받은 X6는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요구와 세그먼트 다양화 추세에 맞춰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누적 판매 44만9,000대라는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BMW의 도전정신은 쿠페형 SUV 장르를 개척하며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11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너도나도 X6의 라이벌이 될 만한 차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고성능 스포츠카 회사들도 쿠페형 SUV 만들기에 열을 올리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한 상황. 쿠페형 SUV 대중화를 이끈 BMW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차 개발에 전념했고 마침내 2019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3세대 X6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말 독일 뮌헨에서 신형으로 돌아온 X6의 상품성과 가치를 살펴보는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새 쿠페형 SUV는 선두주자의 위엄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정상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디자인과 품질, 주행 성능 및 감성 등을 직접 경험하면서 BMW의 자신감을 확인했고 쉽게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X6는 한층 더 완벽해진 모습으로 화려하게 등장을 알렸다.
▲디자인&스타일 X6는 길이 4,935㎜, 너비와 높이가 각각 2,004㎜, 1,696㎜다. 예전과 비교해 26㎜ 길어지고 15㎜ 넓어졌으며 높이는 오히려 6㎜ 줄었다. 낮고 넓어진 형상으로 차는 한결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 느낌은 차체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면부는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레이저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키드니 그릴은 끝을 날카롭게 다듬어 스포티한 인상을 구현했다. 여기에 오로지 X6만을 위한 간접 조명도 넣었다. 그릴 안쪽에 얇은 LED 조명을 한 바퀴 감싸 야간 운전 시에도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측면은 황금비율에 초점을 맞췄다. 도어 손잡이 위로 진하게 흐르는 캐릭터라인과 각도를 새로 조정한 A필러 덕분에 차가 날렵해 보인다. 살이 얇은 커다란 21인치 휠과 대용량 브레이크 디스크, 파란색 M 캘리퍼도 시선을 훔치는 포인트다. 앞쪽 펜더에 붙은 에어브리더는 막혀있지만 여전히 제 역할을 해낸다. 바람길을 차분하게 정리한 뒤 뒤쪽 도어 면을 통해 빠르게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 BMW의 상징인 호프마이스터 킥(C필러에 위치한 유리창 라인)은 크기를 줄이고 완만하게 다듬어 우아한 쿠페 라인이 더욱 돋보이는 효과를 줬다.
뒤는 에어로 다이내믹에 집중했다. 완만한 지붕선을 타고 내려온 공기를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굴곡진 일체형 스포일러와 함께 트렁크 끝에는 추가로 스포일러를 붙여 와류를 줄이고 다운포스를 실현했다. 뒷 유리창은 크기를 키웠고 양옆에는 유광 블랙으로 마감해 차가 한층 커 보인다. 테일램프는 가로로 길고 얇은 형상이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뒤태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이와 함께 입체적인 트렁크 라인과 두툼한 범퍼는 듬직한 X6의 성격을 잘 보여주며 번호판 위치를 낮춰 안정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실내는 먼저 선보인 X5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자 쪽으로 살짝 치우쳐진 센터페시아와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시한 전자식 계기판, 공조장치 및 센터터널 주변 버튼도 비슷하다. 반면, 편의 품목은 한층 다양해졌다. 먼저 열선의 범위다. 단순히 시트를 넘어 팔걸이와 콘솔박스 등 피부가 닿는 거의 모든 부분에 열선을 넣었다. 이 외에도 4존 전자동 에어컨과 엠비언트에어 패키지, 바워스&윌킨스 사운드시스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온 및 보냉기능을 갖춘 컵홀더 등 장거리 이동에 최적화된 품목이 인상적이다.
대형 SUV에 맞게 각 부품들은 큼직하고 시원스럽다. 광활한 대시보드와 폭이 넓은 센터터널, 도어 안쪽에 마련한 수납공간도 깊고 여유롭다. 덩어리감을 강조한 패널들을 꾸미는 소재는 섬세하고 고급스럽다. 무릎이 닿는 곳을 비롯해 가죽의 사용 범위를 크게 늘렸고 은은한 금속 소재를 적절히 매치해 세련미를 높였다. 일정한 무늬를 가진 유광 탄소섬유 패널과 크리스털 변속 레버는 화려한 실내의 방점을 찍는다.
편안하고 균형 잡힌 시트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X6 개발자는 시트 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오너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조금 더 안락하고 편안한 시트가 필요했다"며 "크기와 디자인, 시트포지션까지 전부 X6를 위해 새롭게 만든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소재는 고품질 베르나스카 가죽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BMW 인디비주얼 메리노 가죽을 선택으로 제공한다. 시트의 차이는 앉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자세를 뒤척여도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투박했던 예전 BMW 가죽 시트는 말끔히 잊었다.
2열에서의 만족감도 좋다. 머리 위는 천장을 움푹 파놓아 공간을 확보했고 시트는 바닥면 위치를 새로 조정했다. 덕분에 높이는 낮아졌지만 전체적인 2열 공간은 전 세대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심지어 룸미러로 보는 시야까지도 완벽한 이상적인 구조다. 2열을 위한 편의 품목은 대형 세단 부럽지 않다. 개별 공조장치와 충전 소켓이 기본으로 태블릿을 연결하면 개인별 인포테인먼트 조작도 가능하다. 기존 대비 83% 넓어진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역시 마음에 든다. 트렁크는 기본 580ℓ, 40:20:40 비율로 개별 폴딩이 가능한 2열을 접으면 최대 1,525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BMW X6는 각각 두 종류의 가솔린과 디젤로 나뉜다. 먼저 가솔린을 살펴보면 기본형인 x드라이브 40i는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0㎏·m를 내고 고성능 버전인 M50i는 최고 530마력, 최대 75.0㎏·m를 뿜어낸다. 디젤은 x드라이브 30d와 M50d 조합이다. 각각 최고출력 265마력과 400마력, 최대토크는 62.0㎏·m, 76.0㎏·m 수준이다. 글로벌 시승행사 BMW는 가장 성능이 강한 M50i를 준비했다.
시동을 켜니 우렁찬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알린다. 적당히 긴장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듣기 좋은 소리다. 운전을 하면서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V8 4.4ℓ의 강한 엔진은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의 명성에 걸맞은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은 단 4.3초다. 과장된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바로 알 수 있다. 출력 지연 현상을 줄인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의 능력은 기대 이상이다. 1,8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는 마치 대배기량 디젤차를 모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는 V8엔진 특성에 맞춰 새로 세팅했다. 반응이 민첩하고 직결감이 뛰어나 효과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만족이 상당하다. rpm을 레드존 가까이 유도하며 엔진 소리와 함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높은 회전수에서 패들 시프트를 당겨 단수를 올리면 금세 소리는 잦아들고 바늘은 재빠르게 떨어진다. 이 과정은 전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며 계기판에 찍힌 속도는 내 예상보다 훨씬 높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스티어링 휠 응답성은 빨라졌다. 원래도 핸들링 실력이 좋았던 BMW였는데 신형 X6에서 보여준 세팅은 완전히 무르익은 모습이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만 정확히 몸을 틀어 빠른 진입을 유도한다. 휘청거리거나 앞머리가 불안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M카만을 전용으로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에 의해 특별히 맞춤 제작된 섀시와 능동형 롤 안정화 기능이 큰 역할을 했다.
코너 탈출 시에는 전자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이 실력을 발휘한다. 주행속도에 맞춰 뒤바퀴의 조향 각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민첩성이 한층 높아진다. 대형 SUV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감각이다. 각 기능들이 한데 모여 핸들링 실력을 높이며 안정적이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한편으로는 날렵함과 거리가 멀다는 대형 SUV 편견을 말끔히 씻어준다.
X6에 들어간 M스포츠 서스펜션은 2축 에어 서스펜션 타입으로 주행 모드에 따라 강도와 댐핑 압력이 조절된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한없이 차분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에게 노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피드백을 던져준다. 낮은 시트포지션을 가진 고출력 쿠페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다이내믹 댐핑 컨트롤 시스템은 하체를 단단히 조여도 통통거리거나 불편하지 않다. 도로 위 잔진동을 적당히 흡수하면서 차의 흐트러짐을 바로잡는다.
굽이치는 국도를 나와 다시 독일 아우토반에 차를 올렸다. 공사 구간을 지나 제한속도 무제한 표시를 통과하자마자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았다. 차는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고 금세 안전 최고속도인 시속 250㎞ 근처에 도달했다. 수백 미터 앞에 있던 표지판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지나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실내는 매우 차분하다. 풍절음이나 바닥 소음이 예상만큼 들리지 않고 고속안정성도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BMW 관계자는 X6를 통해 일찍 쿠페형 SUV를 시작한 만큼 보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X6는 자세를 낮추고 재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 쿠페형 SUV의 가장 큰 특징인 에어로 다이내믹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총평 BMW X6는 쿠페형 SUV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크기와 멋을 강조한 차가 아닌 세그먼트의 역할과 실력을 이상적으로 보여준다. X6는 부드러운 실루엣과 입체적인 디자인의 조화를 바탕으로 단점으로 여겼던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7시리즈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편의 품목과 고급감은 X6의 가치를 높인다. 또 BMW가 보여줄 수 있는 최신 기술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주행을 완성시키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서스펜션과 댐핑의 세련미는 일상에서 친숙함을 높이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치열해진 쿠페형 SUV 시장에서 오리지널 파워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셈이다. 신형 X6는 연내 유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며 국내에는 내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뮌헨=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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