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표현이 어울리는 스포티한 내외관
-1.6ℓ 터보 엔진, 역동성과 편안함의 적절한 타협
-음성형 인공지능 기능으로 쏘나타와 차별화 공격적인 신차 러시로 올 한 해를 가장 분주하게 보낸 기아자동차가 3세대 K5로 마침표를 찍었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과거 1세대 등장 당시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쏘나타에는 없는 특화 기능들은 "개인"을 중시하는 2030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다. 3주동안의 사전 계약대수는 기아차 신기록인 1만6,000대를 넘어섰으며, 이에 2020년 기아차의 새로운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완전변경을 거친 신형 K5 1.6ℓ 터보를 시승했다.
▲"역대급"으로 평가받기 충분한 디자인 역대 기아차 라인업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출시한 대중 브랜드의 중형 세단 중 가장 스포티한 모습을 갖췄다. 1세대가 "타이거 노즈"로 호평받았다면 3세대는 이를 확장한 "타이거 페이스"를 구현했다. 경계를 완전히 허문 전면 그릴과 헤드 램프는 앞서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그랜저에 적용한 기조이지만 K5의 그릴은 너비를 확장했을 뿐 아니라 정교함을 더해 완성도가 높아보인다. 상어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그릴 패턴, "심장박동"의 모양을 본뜬 주간주행등을 통해서는 생명력마저 느껴진다.
구형 대비 50㎜ 늘어난 길이(4,905㎜)는 패스트백 스타일로 유려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20㎜ 낮아진 높이, 짧은 트렁크 라인과 긴 후드 라인의 조합은 정지 상태에서도 달리기 성능을 기대케 하는 자세를 나타낸다. 특유의 측면 유리 크롬 몰딩을 두툼하게 트렁크 리드까지 연결함으로써 대중차에서 구현할 수 있는 패스트백 이미지의 최대치를 뽑아냈다.
K7과 마찬가지로 후면의 콤비램프는 안정적인 느낌과 스포티한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며 섬세하게 적용한 그래픽에 전면 못지 않은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래픽 바는 간격을 두고 점점 짧아지는 형태의 점등 패턴으로 속도감을 표현했다.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쏘나타보다 10㎜ 길다. 테마형 12.3인치 클러스터는 날씨에 따라 배경을 달리할 수 있는데, 마치 PC의 윈도우 바탕화면을 연상케 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공조제어 버튼은 터치 방식이고, 슬림한 송풍구는 공기흐름을 형상화한 베젤 패턴을 입혔다. 1.6ℓ 터보만의 특권인 D컷 스티어링 휠은 조작 욕구를 절로 불러일으킨다.
변속은 버튼 방식의 쏘나타와 달리 다이얼 방식을 적용했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트레이도 세로 거치 타입으로 만든 점도 기발하다. 덕분에 기어 노브 주변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 주행 모드에 따라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의 그래픽 바 색이 바뀌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야간에 거주 만족도를 높인다.
▲역동성과 편안함의 타협, 1.6ℓ 터보 엔진 시승차는 쏘나타 센슈어니스에 탑재한 1.6ℓ 가솔린 터보를 얹었다. 8단 자동변속기가 동력을 전달하며 성능은 최고 180마력, 최대 27.0㎏·m다. 효율은 복합 13.8㎞/ℓ다(17인치 타이어 기준). 이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을 적용했다. 주행조건별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앳킨슨, 밀러, 오토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으며 효율과 성능의 최대 타협점을 지향하는 게 특징이다.
스포티함이 물씬 묻어나는 외관만 떠올린다면 달리기 성능은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편안함이 느껴져서다. 물론 터보 엔진 특유의 초반 가속력은 2.0ℓ 가솔린과 비교하면 민첩한 편이다. 그러나 배기량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펀치력은 한계가 분명하다. 부드러운 승차감도 역동적인 주행보다 일상 주행을 위해 세팅했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칭호가 외관만으로 붙여지는 타이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역동", "스포츠"라는 단어만 떼어 놓고 탄다면 성능에 있어서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다. 적당히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남녀노소 모두 쉽게 조정할 수 있고, 가상의 배기음으로 고성능차를 흉내낸 "스포츠 모드"는 일상 주행에서 지루함을 느낄 때마다 소소한 재미를 준다. 여기에 준수한 정숙성은 역시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ADAS도 한층 강화했다. 전방카메라의 화각을 100도로 넓혀 보다 정확한 차선 인식이 가능해진 것. 덕분에 야간에서도 안정적으로 반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신형 K5는 디자인 외에도 전용 편의품목으로 차별화했다. 특히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3년간의 협업 끝에 개발한 능동형 음성인식 기술은 기존 내비게이션 길안내와 뉴스 검색을 넘어 윈도우 개폐와 시트의 열선/통풍 기능 제어까지 가능하다. 실제 스티어링 휠의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1열 창문 열어줘"라고 말하면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해당 명령을 곧바로 수행한다.
이 밖에 실내 공기질을 4단계로 실시간 감지해 스스로 정화하는 공기청정 시스템뿐 아니라 UVO 앱을 통해 차에서 내린 뒤 증강현실로 최종 목적지까지 도보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도 K5에서만 만날 수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DN8)를 출시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고 명명했지만 이 타이틀은 이제 K5에 더 어울리게 됐다.
▲특정 타깃층 "No", 취향 타지 않는 상품성 갖춰 기아차는 당초 신형의 타깃 소비층을 2030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로 정했다. 그러나 1만6,000건의 사전계약 비율을 분석한 결과 2030은 53%였으며 나머지는 40대 이상이 차지했다. 즉 쏘나타와 정면대결을 피하고 싶었던 기아차의 걱정은 기우였던 셈이다.
동급과 비교해 단연 역동적인 디자인, 일상주행에서의 단점을 찾기 어려운 주행성능, 더욱 똑똑해진 운전자 중심의 첨단 편의기능은 특정 연령대를 넘어서 호불호없는 상품성을 갖췄다. 판매가격은 1.6ℓ 터보 기준 트렌디 2,430만 원, 프레스티지 2,709만 원, 노블레스 2,901만 원, 시그니처 3,141만 원이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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