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낮춘 보급형 전기차
-빠른 충전과 독창적이고 신선한 기능 인상적 테슬라는 평범함을 거부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후발주자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유별날만큼 독특하다. 커다란 세로형 모니터가 실내에 전부였던 모델S부터 날개를 펼친듯한 "팔콘 윙"을 적용한 모델X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웬만한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가속성능은 마니아층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테슬라는 얼리어답터와 스피드광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구입 1순위 차로 불리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인기몰이에 성공한 테슬라는 다음 단계로 대중화에 나섰다. 브랜드 가치와 수익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었고 마침내 2016년 모델3가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는 올 상반기 서울모터쇼를 통해 선보였고, 이후 8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보급형 테슬라는 앞서 태어난 모델S나 X와 다른 어떤 새로움을 갖고 있을까.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은 채 모델3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모델3는 길이 4,694㎜, 너비 2,088㎜, 높이 1,443㎜로 현대자동차 아반떼와 크기가 비슷하다. 형상은 다소 오묘하다. 세단이지만 해치백같으면서 4도어 쿠페의 이미지도 풍긴다. 가파르게 내려앉은 보닛과 볼륨감을 강조한 헤드 램프,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이 한 차에 전부 담겨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나 균형감은 떨어지지만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커다란 LED 헤드 램프와 그릴이 없는 앞범퍼는 단정하게 처리했다. 옆모양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라인이 깔끔하고 팝업 형태로 숨어 있는 도어 손잡이와 날렵한 사이드 미러도 인상적이다. 앞펜더와 B필러에는 다른 테슬라차와 마찬가지로 카메라가 달려 있다. 20인치 휠과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타이어는 다소 과분하다.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뒤는 모델3의 디자인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다. 패밀리을 맞춘 클리어 타입 테일 램프와 완만한 트렁크 라인, 차분한 범퍼 디자인의 조화가 뛰어나다. 여기에 탄소섬유로 마감한 일체형 스포일러와 커다란 테슬라 로고도 멋을 더한다.
실내는 절제와 여백의 미로 가득하다. 테슬라를 제외한 비슷한 느낌의 양산차는 어디에도 없다. 그 만큼 독특하고 낯설다. 크기가 작은 스티어링 휠과 공중에 떠있는 듯한 15인치 모니터, 콘솔박스 정도가 시야에 들어오는 전부다. 물리 버튼은 창문 스위치와 방향지시등 및 칼럼식 변속레버, 스티어링 휠에 마련한 조그다이얼, 천장에 붙어 있는 비상등뿐이다. 그 밖에 차를 다룰 수 있는 버튼은 모두 화면 안에 들어 있다.
차를 운전하기 전 센터페시아 모니터 구성을 먼저 익혀야 한다. 계기판은 화면 속 가장 왼쪽에 자리잡았다. 주행중 고개를 살짝 돌려야 하지만 속도계가 큼직해서 큰 불편은 없다. 나머지 부분은 전부 내비게이션 화면이다. 조작감이 부드러워 자꾸만 손이 간다. 처음엔 이동중에 다소 불편하지만 손에 익으면 괜찮아질 듯하다. 또 인터넷 지원으로 실시간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흥미를 끌만한 부가 기능이 가득하다. 차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지루할 틈이 없겠다.
실내 구성이 단순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 특히 센터터널은 전부 수납함으로 짜 맞췄는데 깊고 넓어 곽휴지나 웬만한 핸드백도 넣을 수 있다. 2열은 바닥면이 반듯해 3명도 무리없이 탑승 가능하다. 여기에 뒷유리창까지 통으로 이어진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이 뛰어나 실내공간을 넓어보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트렁크는 425ℓ로 큰 편은 아니지만 바닥면과 보닛 안쪽에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해 아쉬움을 달랬다.
조립품질은 아쉽다. 문을 여닫을 때의 감각이나 실내 각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눈에 띌 정도로 부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발견하면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어딘가 허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일반 대중차회사들도 품질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는 만큼 조립상태나 마감은 조금 더 신경써야 할 듯하다.
▲성능 모델3만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세단은 그리 많지 않다. 시승차인 모델3의 퍼포먼스는 앞뒤 바퀴에 각각 전기모터를 붙여 시스템 최고출력 480마력, 최대토크 65.2㎏·m를 낸다. 0→100㎞/h 가속시간은 3.4초, 최고속도는 시속 261㎞다. 단순히 숫자로만 놓고 보면 메르세데스-AMG나 BMW M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순간가속감은 오히려 한 수 위다. 순식간에 강한 힘을 쏟아내는 전기파워트레인 특유의 힘이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지의 세계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은 덤이다.
놀라운 가속감은 시속 100㎞를 넘어가면서 무뎌진다. 급격히 출력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고 초고속 영역으로 달리는 내연기관차보다는 흥미가 덜하다. 실제로 모델3는 가속할 때 전기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살짝 들리는데 그 때만 빼면 시종일관 정적만 흐를뿐이다. 이로 인해 고속에서는 바람소리가 유독 거슬린다. 반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불쾌한 감각은 거의 없다. 바닥에 평평하게 넣은 배터리와 탄탄한 하체 세팅이 빛을 발한다.
배터리팩은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묵직한 배터리가 차체를 눌러줘 고속은 물론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로 주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서킷에서 랩타임을 줄이거나 스릴 넘치는 주행을 즐기기에는 한계가 보인다. 핸들링이 민첩하지 않고 서스펜션도 뚜렷한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빠르게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전자장비도 거의 없어 강한 성능만 믿고 주행을 이어나가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모델3는 차가 가진 빠른 성능을 검증하기보다는 컨셉트에 맞춰 여유로운 주행을 할 때 더욱 만족도가 높아진다. 오토파일럿은 이 같은 목적에 의미를 더한다.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 차선 조절은 물론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옆차선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계기판에는 실시간으로 승용차와 버스, 트럭 등을 파악하고 아이콘으로 표시한다. 진행과정도 자연스러워 운전자는 차를 믿고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먼 거리를 일정하게 달릴 때는 더없이 유용한 기능이자 모델3를 구입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1회 충전 시에는 최장 415㎞(한국 기준)를 달릴 수 있다. 부족함없는 수치이며, 실제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도 별다른 불편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테슬라의 고속충전소 "슈퍼차저" 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는 것보다는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굳이 장점을 꼽자면 충전소 찾기가 쉽고 충전시간이 다른 전기차에 비해 빠르다. 슈퍼차저는 대부분 복합쇼핑몰이나 근처 번화가에 있어 충전기를 꽂아 놓고 차 앞에서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화석연료를 쓰는 라이벌과 비교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총평 모델3의 등장은 테슬라가 이제 수익성 높은 시장에 진입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 만큼 회사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차다. 이를 잘 아는 테슬라는 차를 만들 때 저렴한 재료만 골라 심심하게 만들지 않았다. 심장을 짜릿하게 만드는 강한 성능과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오토파일럿, 펌웨어 업데이트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을 생성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만 봐도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 욕심이 많고 차에 대한 애정을 존중하면서 환경까지 고려한다면 모델3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게다가 전기차 보조금 대상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3,000만 원대 후반부터 차를 살 수 있다. 한 마디로 테슬라가 그저 꿈속의 존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승차인 모델3 퍼포먼스의 판매가격은 7,239만 원이다. 한 단계 아랫급인 롱레인지는 6,239만 원, 기본형인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는 5,239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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