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포르쉐 파나메라 GTS타고 7시간 달려보니

입력 2019년12월23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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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장거리 크루징에서 만족도 높아
 -강한 성능과 조화 이루는 기대 이상의 효율


 포르쉐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단어가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을 비롯해 운전 재미, 균형감, 출력과 토크를 다루는 최신 기술 등이다. 대부분 고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중심에는 브랜드 역사의 증거물인 911이 있다. 그런데 라인업을 살펴보면 4도어 쿠페인 파나메라를 비롯해 SUV 마칸과 카이엔까지 제법 다양한 제품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전체 포르쉐 판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포르쉐 하면 911을 앞머리에 두고 생각한다. 때문에 장거리 운전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도 있다. 그런데 포르쉐는 정말 빠르게 달리는 것에만 주력하는 곳일까? 차분히 먼 거리를 움직일 때 숨은 매력은 없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겨울비 내리는 어느 날 파나메라 GTS를 몰고 강원도 영월을 거쳐 정선 산골짜기로 향했다.

 날을 잘 잡았다. 시승 당일 강원도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라디오에선 기온이 낮아 진눈깨비로 바뀔 수 있다는 예보가 들렸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여유롭게 운전을 시작했다. 가는 길은 국도를 이용했다. 복잡한 수도권을 빠져나가자 한가로운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실내를 바라보는 시야도 훨씬 넓어졌다. 신호대기 시에는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을 눌러보며 기능도 틈틈이 익혔다. 

 노멀 모드에서 차분하게 주행을 이어가는 동안은 여느 세단과 다르지 않다. 8단 PDK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단수를 빠르게 바꿔가며 속도를 높이지만 과정이 조급하거나 분주하지 않다. 미처 운전자가 알아차리기 전에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놓을 뿐이다. 주행 중 계기판을 보면 생각보다 10~20㎞ 더 높은 숫자가 찍혀 있는 게 방증이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우렁찬 소리와 거리가 멀다. 방음이 훌륭하고 바닥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아 실내에서는 보스 오디오의 명료한 음악 소리가 전부다. 덕분에 한결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했다.  

 국도 특성 상 도로 표면이 고르지 못한 길을 자주 지나갔다. 그럼에도 승차감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만족스러운 실력을 보여줬다. 3챔버 에어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친숙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덕분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도로 조건에 맞춰 차는 최적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플래그십 대형 세단처럼 구름 위를 떠가는 듯한 감각은 아니지만 불쾌하지 않고 충분히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집어삼키며 유연하게 달렸고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할 때와는 또 다른 안정감을 안겨줬다.

 한참을 달려 영월에 진입했다. 빗줄기는 굵어졌고 산 중턱으로 향할수록 안개는 자욱했다. 운치 있는 풍경이지만 고성능 4도어 쿠페를 몰고 있는 지금은 썩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개의 코너가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펼쳐졌고 절대적으로 차를 믿어야 했다. 하드코어 주행을 제공하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패들시프트를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평소보다 속도는 절반으로 줄였다. 

 파나메라 GTS의 몸놀림은 여느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민첩했다. 핸들링은 날카로웠고 긴 휠베이스 덕분에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자세도 안정적이었다. 강한 출력만 잘 다스린다면 나머지 깔끔한 코너링 실력은 차가 알아서 다 해준다. 여기에는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이 큰 역할을 한다. 차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최적의 동선을 미리 그려주는데 이 과정에서 탄탄한 섀시가 저절로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고출력을 사용할수록 뒷바퀴에 끼워진 315㎜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접지력은 크게 떨어졌다. 결국 뒤가 조금씩 미끄러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난 뒤부터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옮겨졌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그제서야 열심히 자세를 잡으려는 계기판 속 네바퀴굴림 시스템 그래프가 눈에 들어왔다. 노면이 젖어있는 겨울철 고갯길에서는 감속운전과 윈터타이어가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안전하게 산을 오르내린 뒤 반환점을 돌아 서울로 복귀하는 고속화 도로에 차를 올렸다. 여기에서는 주행보조장치를 활성화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차선이탈 보조 장치다. 구성이 깔끔한 HUD는 고속운전 내내 보는 맛이 났고 차선을 조금만 벗어나면 보조장치가 적극 개입해 안전한 주행을 유도했다. 동작이 부드럽고 지속 시간도 긴 편이어서 활용도가 높다.

 수도권에 가까워질수록 비가 그치고 마른 노면이 나타났다. 주행보조장치를 끄고 운전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꾼 뒤 스로틀을 활짝 열었다. 차분한 성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차는 우렁찬 소리를 토해내며 거침없이 튀어나갔다. 8기통 4.0ℓ 터보 엔진에서 나오는 최고 460마력, 최대 63.3㎏·m의 강한 토크를 온전히 경험했다.  

 참고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단 4.1초, 최고속도는 292㎞/h에 달한다. 육중한 차체와 무게를 가진 GTS지만 달리기 실력은 911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무서울 정도로 내달리는 모습이 포르쉐 DNA 가득한 오리지널 독일산 스포츠카다. 운전 모드 하나만으로 괴물 같은 본성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순간이다.

 열심히 달려 마지막 휴식 지점에 도착했다. 긴장이 사라지자 아름다운 디자인의 자태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5m가 넘는 늘씬한 차체와 부드러운 지붕선, 풍만한 뒷모습이 시선을 훔친다. 여기에 얇은 LED 테일램프와 속도에 맞춰 3분할로 펼쳐지는 리어스포일러는 세련미의 방점을 찍는다. 물론 GTS만의 특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블랙으로 마감한 20인치 전용 휠과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 곳곳에 붙인 GTS 배지가 대표적이다. 

 실내는 알칸타라와 은은한 무광 블랙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섞어 고급감을 높였다. 선택 품목으로 제공하는 GTS 패키지는 엔진회전수와 GTS 로고 등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취향에 따라 맞춤화 할 수 있다. 이 외에 손에 쥐는 맛이 좋은 다기능 열선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일체형 시트, 크로노그래프, 깔끔한 구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나머지 구성은 파나메라와 같다.

 하루 종일 파나메라와 달린 거리는 약 500㎞이고 주행 시간은 7시간에 육박했다. 가득 채워져 있던 주유 바늘은 반에서 조금 내려온 위치를 가리켰고 효율은 트립 컴퓨터 기준 9.1㎞/ℓ를 가리켰다. 브랜드가 밝힌 효율(복합 기준 7.1㎞/ℓ)보다 높은 수치. 일부러 연비에 신경 쓰며 운전하지 않았고 마지막 가속이 반복이었음을 감안할 때 준수한 실력이다. 실제로 정속 주행 시 8단 1,100rpm 부근에서 숨을 고르고 코스팅 기능도 적극 활성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ℓ당 10㎞를 넘기는 효율도 뽐냈다. 도로에 기름 뿌리면서 달리는 스포츠카는 모두 다 옛말이 됐다. 

  파나메라 GTS는 정교함, 장거리 운전의 편안함, 운전 자세, 만듦새, 품질 등에서 라이벌을 압도하는 경지에 올라 있다. 핸들링은 완벽하고 서스펜션은 흠잡을 데가 없다. 균형 잡힌 무게 배분과 세밀한 몸놀림은 포르쉐의 특기다.

 여기에 포르쉐가 가진 운전 재미 외에 훨씬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사실에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다양한 편의 기능을 비롯해 안락한 승차감과 피로도를 줄이는 안전품목, 알뜰히 챙기는 효율까지 전부 모여 부담 없는 운전과 편안함을 안겨준다. 때문에 이 차를 구입하고 실망할 사람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파나메라 GTS는 4인승과 5인승 두 가지 트림으로 나오며 부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한 시작 가격은 2억15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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