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강조한 상품성 개선 수준의 부분변경, 가격은 변함없어 바야흐로 볼보자동차의 전성기다. 새로운 SPA 플랫폼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와 제품력을 한층 높인 것. 이 가운데 XC90은 플래그십 SUV로서, 새 디자인을 처음 양산화한 첨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이도 어느덧 4년이나 지났다. 그래서 나온 2020년형 XC90은 정중동의 부분변경을 거쳤다.
▲스타일&상품성 신사가 작은 명품 액세서리로 치장한 듯한 외관은 이전과 비교하면 다른 그림 찾기를 해야 할 정도로 차이가 적다. 그만큼 볼보차가 기존 디자인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다는 의미다. 2박스 차체 속 간결한 면 처리와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 등은 변함이 없다.
새 XC90의 전면부는 그릴의 세로 패턴이 움푹 들어갔고 안개등 위의 크롬 장식은 "1"자에서 "ㄷ"자 형태로 바뀌었다. 범퍼 아래의 스키드 플레이트는 부피를 줄여 승용 감각이 강조된 모습이다. 측면은 휠을 변경했으며 후면부는 반사판 주변에만 있던 크롬 장식을 수평으로 길게 이어 붙였다.
실내 역시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다. 리니어 월넛, 나파 가죽 등으로 꾸며 따뜻한 느낌을 줄 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세로형 9인치 터치스크린과 송풍구를 묶은 센터페시아다. 적외선 터치 방식의 터치스크린은 "타일 시스템"이라 불리는 사용자 환경을 적용해 오디오, 내비게이션, 에어컨, 시트 포지션, 주행설정 등을 통합 제어한다. 아래쪽엔 버튼을 마련해 조작에 대한 직관성을 높였다. 계기판 위엔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오디오는 호평이 자자한 바워스&윌킨스의 19스피커를 적용해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의 음향모드를 제공한다. 시동 다이얼을 변속레버 뒤에 배치한 점도 독특하다. 시트는 몸과 밀착하는 느낌과 마사지 기능 덕에 만족스럽다.
2열 좌석은 4:2:4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다. 등받이 기울기 조절이 가능하며 가운데 좌석은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를 마련했다.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좌우 온도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좌석은 2+2 쿠페의 뒷자리보다 여유롭다.
▲성능 볼보차는 전 제품에 2.0ℓ 터보 기반의 다운사이징 엔진인 "드라이브-E"를 채택했다. 플래그십 SUV도 예외는 없다. 시승차는 이 엔진의 디젤 버전을 탑재해 최고 235마력, 최대 48.9㎏·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약 2.1t의 큰 차체를 감안하면 엔진 배기량이 다소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타면 그렇지 않다. 반응이 빠르고 최대토크가 1,750rpm부터 뿜어져 원하는 순간 힘을 뽑아 쓰기가 어렵지 않다. 미리 압축한 공기를 터빈에 공급하는 파워 펄스도 가속에 한 몫 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도 매끄럽다. 회사가 밝힌 0→100㎞/h 가속 시간은 7.8초에 불과하다.
주행감각은 세단처럼 단단하면서 안정성을 지향한 느낌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차종인 만큼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워 큰 차체를 움직이기 쉽다. 그렇다고 고속에서 요동칠만한 수준은 아니다. SUV의 한계로 지적되던 브레이크 답력도 무난한 수준을 보였다.
승차감은 넓은 시야와 함께 편안함을 준다. 요트를 타는 듯한 여유를 부리며 장거리를 달리더라도 피로로 인한 걱정은 적다. 디젤 엔진임에도 웬만한 소음, 진동은 다 잡아 기함의 면모를 갖췄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140㎞/h 이하의 고속은 물론, 도심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총평 XC90은 말 그대로 조용한 변화를 이뤘다. 누군가가 이야기 해줘야만 알 수 있는 진화다. 한편으로는 세대교체가 아닌 이상 소소한 꾸밈으로 질리지 않는 제품의 매력을 전달하고자 하는 볼보차의 철학, 또는 방향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보다 앞선 것을 원하는 사람은 새 XC90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한다. 수입사도 이 점을 알아챈 것 같다. 새 XC90에 예전과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것이 그 방증이다. XC90 가격은 8,030만~1억3,78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시승]포르쉐 파나메라 GTS타고 7시간 달려보니▶ [시승]보급형 전기차의 놀라운 성능, 테슬라 모델3▶ [시승]"RV 맛집" 쉐보레 4총사를 만나다▶ [시승]더 완벽해진 퍼즐조각, BMW 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