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스타일에 박진감 더한 쿠페형 SUV
-강한 출력과 안정적인 자세 돋보여
사람들은 자동차를 볼 때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패션카는 이쁘게 꾸미는 데에 집중한 차이고 플래그십 세단은 한없이 차분하게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 대표적이다. SUV도 마찬가지다. 공간 활용성에서 장점을 가지는 대신 덩치 때문에 움직임이 둔탁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적지 않다. 세그먼트가 가진 특징이 명확해서 나온 결과다. BMW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고 X4 M이라는 새로운 M카를 선보였다. 과연 새 차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거라는 SUV와 고성능 사이를 어떻게 조율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키를 건네받았다.
▲디자인&스타일 X4 M의 첫인상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키드니그릴과 에어브리더 등 BMW의 상징적 요소를 단번에 찾을 수 있어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후 범퍼와 휠의 변화를 통해 일반 X4와는 다른 차임을 알게 해준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뒤태다. 우아하게 내려앉은 트렁크 라인과 얇은 테일램프는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이다.
네 개의 배기구와 커다란 X4 M 배지도 차의 성격을 드러내는 포인트다. 새로 칠한 토론토 레드 메탈릭 페인트는 빛의 각도에 따라서 오묘한 색감을 뽐낸다. 강렬한 빨간색과는 또 다른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X4 M의 겉모습은 과장되거나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을 표현했다.
실내는 앞서 선보인 X4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자 쪽으로 틀어진 센터페시아와 공조장치, 변속레버 주변 모습도 친숙하다 전자식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요즘 나오는 BMW 차들과는 다르게 예전 버전이 들어간다. 시인성을 비롯해 연동 및 구성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운함은 X4 M을 위한 전용 버튼과 기능으로 잊혀진다.
두툼한 M스티어링 휠에는 빨간색 M1과 M2 버튼을 마련했다. 단번에 차의 성격을 바꿔주는 M카만을 위한 특별 버튼이다. 변속 시점 조절 버튼이 포함된 M 전용 변속레버도 환상적이다. 디자인은 물론 빨간 색 조명을 넣어 화려하게 빛난다. 옆에는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 스티어링 휠 감도 및 가변 배기 활성화 버튼이 차곡차곡 위치해 있다.
소재는 체급을 뛰어넘는다. 코브라 모양의 입체적인 스포츠 시트를 비롯해 가죽과 탄소섬유, 은은한 금속 소재의 향연이 펼쳐진다. M 전용 스티칭과 적재적소에 자리 잡은 무드등은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실내를 꾸며준다. 2열은 무난하고 가운데 턱이 없어 성인 3명도 충분히 탑승 가능하다. 다만 누워있는 뒷유리 탓에 시야가 좁고 뒷문이 열리는 각도가 넓지 않아 타고 내리기에는 조금 불편하다.
공간 활용성은 만족스럽다. 도어와 글러브 박스 수납함이 제법 크고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센터콘솔도 포인트다. 트렁크는 X4와 동일하게 기본 525ℓ이고, 폴딩 시 1,430ℓ까지 늘어난다.
▲성능 보닛 아래에는 BMW M 부서가 새로 만든 S58엔진이 들어있다. 터보차저로 향하는 공기 통로와 실린더 크기, 인터쿨러 구조 등을 바꿔 한층 빠르고 강한 성능을 낸다. 6기통 3.0ℓ 트윈터보 가솔린 방식으로 추후 나올 신형 M3에도 같은 엔진이 들어갈 예정이다.
X4 M은 최고출력 480마력, 최대토크 61.2㎏·m를 뿜어내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4.2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에 이른다. 이마저도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BMW는 최고 500마력이 훌쩍 넘는 X4 M 컴패티션도 마련했다. 물론 기본형 만으로도 일상 속 도로를 달리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시동을 걸어 잠을 깨우니 차는 거친 소리를 토해내며 존재를 알렸다. 이내 가속페달에 발을 대기가 무섭게 차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맹렬히 질주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스로틀 반응은 빠르다. 살짝만 열어도 시속 50㎞에서 100㎞로 순식간에 속도를 올린다. 1㎜ 오차 없이 튀어나가는 포탄과 같다. 그만큼 적극적인 운전을 위해서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한다.
토크컨버터 타입 8단 자동변속기는 예상대로 빠르다. 레드존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인 뒤에 툭 하고 떨어지는데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진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고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더욱 민첩하게 다룰 수 있다. 손에 쥐는 맛이 좋은 스티어링 휠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유쾌한 운전에 힘을 보탠다. 열성적인 변속기 때문에 S58엔진이 가진 능력을 200% 활용할 수 있고 차는 더욱 날카로워진다.
소리는 훌륭하다. 공회전 상태는 물론 저속과 고속을 넘나드는 극한 상황에서도 환상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 방음이 잘 돼있어서 실내에서는 소리가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창문을 살짝 내리면 이 차가 얼마나 우렁찬 소리로 존재감을 나타내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특히, 3,000rpm과 5,000rpm 그리고 레드존으로 향하는 세 구간에서의 소리 변화는 극적이다. 변속레버 옆에 위치한 가변 배기 버튼을 누르면 더욱 풍요로운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고성능 차의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중요한 요소를 X4 M은 만족스럽게 소화해 낸다.
진가는 굽이치는 고갯길에서 나온다. 낮고 넓은 형상과 컴팩트한 차체가 어우러져 빠른 코너 진입과 탈출을 유도한다. 각 휠에 알맞은 토크를 전달해 코너링 안정성을 높이고 진입 각도에 따라 좌우 휠에 무게 배분도 알맞게 조정한다. 민첩한 주행과 안정성 향을 최우선으로 한다. 여기에 M 스포츠 서스펜션은 견고하지만 부드럽고 유연하게 울퉁불퉁한 도로를 거른다. 탄력 있는 댐핑도 일정한 승차감에 한몫한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완벽한 균형감을 제공한다. 코너에서 자꾸만 욕심을 부리게 된다.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도 차는 쉽게 자세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시트포지션이 높을 뿐 SUV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언제든지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로 낮추는 능력을 가졌다. 마치 날카로운 곡괭이로 아스팔트를 내려찍는 듯한 제동력이다. 여러모로 X4 M은 흉내만 낸 고성능 SUV가 아닌 제대로 만든 정통 스포츠카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총평 X4 M은 상황과 장소에 맞춰서 성격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팔색조 매력을 지닌 차다. SUV 본분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고성능차가 주는 짜릿함과 즐거움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이 두 단어를 균형감 있게 버무려 감칠맛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480마력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손쉽게 뽑아 쓸 수 있었다.
과해서 때로 다루기 부담스러운 여느 고성능 제품과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근육질의 탄탄한 다부진 몸매, 화끈한 승부욕과 패기 넘치는 도전정신으로 자연스레 몸에 밴 우월함. 시선을 끄는 세련된 디자인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나타내는 데에 그저 거들 뿐이다. BMW X4 M의 가격은 1억82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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