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차 회장, "日검찰 기소 근거없다" 주장

입력 2020년01월0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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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바논 도주 10일만에 일본 검찰에 불만 쏟아
 -일본 검찰의 압박과 강압 수사 주장

 일본에서 보석으로 석방됐다가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현지 시각 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결백을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먼저 (도주가) 나와 가족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아무런 혐의가 없어 애초에 체포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만큼 레바논으로 온 것 역시 도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질로 잡아둔 일본 정부의 부당한 박해를 피하기 위해 탈출한 것"이라고 레바논으로 온 이유를 밝혔다.

 이어서 일본 정부와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곤 전 회장은 "외국인에 대해 더 높은 비율로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이 내려질 확률은 99.4%에 달했다"고 말한 뒤 "일본 검찰은 나를 포함해 가족들까지도 잡아 넣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며 강압을 주장했다. 또 "변호사 입회를 하지 않고 하루에 8시간 이상 조사를 받으며 인격 살해를 당했다"며 "닛산과 일본 정부, 사법 당국이 긴밀한 조작으로 나에 대한 혐의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꾸민 배후로 후계자였던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전 사장과 법무 담당 외국인 전무, 일본 경제산업성 출신의 사외 이사들을 지목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실명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레바논 정부와 국민들을 존중한다"며 "관계를 생각해 이 자리에서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당시 유가 증권보고서에 자신의 소득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닛산 투자자금을 비롯한 공금을 개인 용도로 부정 지출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일본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곤 전 회장은 닛산이 자신을 끌어 내리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닛산과 르노 합병 과정에서 닛산의 불이익이 예상돼 경영진과 일본 정부 관계자가 개입, 자신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것. 또 일본 사법 제도의 불공정함을 깨닫고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30일 일본에서 도망쳐 레바논으로 입국했다.

 일본은 피고가 불법으로 출국해 레바논에 도착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또 일본 법원은 곤 전 회장이 낸 보석금 160억원을 전액 몰수했고 일본 검찰 역시 레바논에 있는 부인 캐럴 곤에게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발표 직후 일본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소식통들은 일본이 곤 회장을 자국으로 불러들일 강도 높은 신변 인도를 레바논 정부로부터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을 일본으로 인도해 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또 레바논 국내법도 자국민의 외국 정부로의 인도를 금지하고 있어 신병 인도 거부 자세를 거듭 취해왔다. 때문에 주요 외신들은 일본의 협력 요청을 레바논이 응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레바논 당국은 곤 전 회장을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프랑스 완성차 회사 르노 출신인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은 1999년 경영난에 부딪친 닛산자동차를 재건하기 위해 파견한 경영자다.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과 차종별 맞춤 글로벌 시장 전략으로 회사를 흑자 전환시키며 스타 경영자 반열에 올랐고 20년간 닛산 경영을 담당해왔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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